외할머니 얼굴도 가물가물해 

기억을 가물가물 떠올리면 찌는듯한 여름날, 매미소리 맞으며 낡은 시골 대문을 끼익 하고 열면 언제부터 서계셨는지 맞바로 맞아주면서 내새끼 아이구 내새끼 왔니?하면서 얼굴을 쓸고 반겨주시며 안아주셨던 기억이난다.

배고프지? 밥먹자 하고 손에 이끌려가면

밥상 휘어질 정도로 차려주심. 특히 달걀후라이랑 돼지갈비찜은 진짜 산더미치럼 쌓아놓고

갓지은 쌀밥을 밥무덤으로 쌓아주셨어.

그렇게 어렸을땐 외할머니가 나 엄청 예뻐해 하셔서 여름방학 마다 어머니께서 못간다고 해도 졸라서 놀러가고 추석 설 명절때 꼬박 갔는데

부모님 이혼하고 딱 한번 찾아가고 10년 넘게 지남

그때 툭하면 롯데월드 데려가 주시던 막내이모, 막내삼촌 과도 연이 끊김...

아버지가 외가 한테도 빚을 많이져서 도망다녔거든.

덩달아 나도 죄인인것 같아서 만나면 얼굴을 못들겠더라

여하튼 그렇게 시간이 흘러서 10년이 지나고 뜬금 없이

연락이 오더라

외할머니 께서 심장이 너무 약해지셔서 집보다 병원생활이 더 기시고 막내이모 댁에서 거의 사시디 한다시는데 이제는 한계이신가봐. 연락오는거보니까...

갑자기 연락이 와서 일단 찾아뵌다곤 했는데

막상 이제와서 내가? 무슨 염치로?

주변사람들한테 뭐 한번 얼굴 안바치던놈이 이제와서 착한척하네

이럴소리 나오는건 뻔하지만

그것보다도 이제와서 드는 죄책감이 더크다.

술안마신다고 얼마전에 다짐했고 잘 지켰는데

오늘밤은 한잔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