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혹은 브랜디와 같은 증류주는 와인과 달리 병입 된 이후 맛이 변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위스키를 집에서 오랜 기간 마셔본 사람들은 갓 따서 마셨던 위스키와 바닥에 남은 위스키 맛이 다른 것을 다들 한번쯤은 경험해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해외에서는 에어레이션이라는 표현을 쓰고 한국에서는 에어링이라는 표현을 쓰는 그것인데, 에어링이 가져오는 변화와 그 원인에 대해 간단하게 탐구하여 보자.

먼저 에어링은 확실히 맛의 변화를 불러 일으킨다. 이는 긍정적인 방향이 될 수도 있고 부정적인 방향이 될 수도 있다. 주류 갤러리에서 유명한 금뇌조의 에어링과 같이 갓술이 될 수도 있으며 버번과 같이 금방 향이 빠져버리는 똥술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 원인이 무엇일까? 에어링은 한가지 이유로 쉽게 설명할 수 없는 복합적인 과정이나 크게 두가지로 나눠서 설명하자면

첫번째, 산화. 술이 공기와 닿을 수록 산화가 일어난다. 와인의 경우는 병 목 사이의 작은 공기를 통해 산화와 환원이 반복되며 오묘한 숙성취를 가지게 된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와는 약간 다른 과정이지만 증류주도 공기와 닿으며 산화가 일어난다. 맛이 정확히 어떤 방향으로 바뀌느냐? 라고 하면 글쎄..........

두번째. 증발. 향이 느껴진 다는 것은 향 분자가 공기 중에 퍼져 있다는 말이 된다. 향은 곧 알콜이다. 처음 병입된 직후 병목의 좁은 공간을 쉽게 설명하자면 알콜 증기가 가득 차 있다. 이후 술병을 따고, 술을 따르며 알콜 증기는 공기 중으로 퍼져나가고 빈 공간에는 새로운 공기가 유입된다. 그리고 이 부분은 다시 알콜 증기가 차지하게 된다. 이것이 2/3 수준까지는 에어링이 천천히 일어나는 것 처럼 보이나, 이후 급격한 속도로 맛의 변화가 느껴지는 원인이 된다. 마시면 마실 수록 병 안의 빈 공간은 늘어나게 되고, 그만큼 술에서 알콜 증기가 많이 뿜어져 나온다고 생각하면 된다.

산화에 의한 맛의 변화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에어링 과정에서는 두번째 요인인 증발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적절한 에어링은 술이 가지고 있는 나쁜 향을 제거하는데 특출난 성과를 보이며, 특히 브랜디류의 경우는 굉장히 에스테르가 풍부하기 때문에 에어링이 권장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 하였던가, 지나친 에어링은 술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캐릭터를 조금씩 무뎌지게 하기도 하며, 종래에는 밍밍한 나무 우린 물이 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뭐, 주갤럼들이라면 그러기 전에 마셔 없애겠지만...

에어링에 대한 상식과 개인적인 견해를 조금 버무려서 적어봤다. 이 글은 팩트를 제시하는 정보글이 아니라 내가 평소 에어링에 대해 하던 생각을 몇글자로 축약해 적은 것이기 때문에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이건 아닌 것 같은데? 혹은 이런 것도 있는 것 같은데? 라고 생각한다면 댓글에서 같이 이야기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댓글을 통한 좋은 첨언은 서로에게 득이 되는 바람직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