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가 들어왔으면 당연히 술로 만들어 마셔야되는거 아닙니까?

고구마로만 술을 담그면 가장 큰 문제가 우선 발효 속도가 느리고, 거르기 빡세고 가장 중요한 문제는 신 맛이 강한 탁하고 걸쭉한 술이 나온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이 술을 다시 증류해서 고구마소주를 만드는 방향으로 발전했고, 조선에서는 술을 애초에 안 시고 맑게 만드는 방향으로 발전했습니다. 뭐가 좋은지는 취존의 성격이 강하므로 더 말하진 않겠습니다.

일본식 고구마소주를 내릴 때 쓰는 방법은 설명하지 않습니다. 입국이 필요한데다가 술밑을 담그기 위한 난이도도 좀 많이 높아요.

고구마는 조선시대에는 감저라고 불렀는데, 임원십육지란 책에는 감저주를 담그는 방법이 나와 있습니다. 이 방법으로 술을 담으면 신 맛도 거의 안 나면서 달고 고구마향도 남아 있는 술을 빚을 수 있습니다. 제가 쓰는 내용은 원본의 내용을 현대식 기준으로 변경하고 개량한 다음, 1-2인가족이 담글수 있는 양으로 제한한 겁니다. 고놈의 되라는 기준을 바꿔서 시험해보는데 시간 꽤 날렸어요

밑술 : 고구마 2kg, 누룩 800g, 끓여 식힌 물 1.8L

덧술 : 멥쌀 2kg

기타 : 발효조 (15L 정도)

양을 원본의 1/10 정도로 줄여서 만든 레시피입니다. 원본대로 담그고 싶다면 저 양에서 10배 하시면 됩니다. 누룩을 저렇게 많이 쓰는 레시피는 처음 봤어요 흠

담그는 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밑술]

1. 고구마는 잘게 썰어서 하루 동안 살짝 건조.

2. 누룩은 가루내고 하루간 햇볕 쏘이기(법제)

3. 건조시킨 고구마를 물러질 때까지 푹 찐다음 차게 식힙니다.

-나중에 든 생각인데 고구마 찌고 식힐동안 물에 누룩을 담가 수곡으로 쓰는 것도 좋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렇게 하면 누룩양을 좀 줄일 수 있을 것 같아요.

4. 차게 식은 찐고구마를 절구 등을 사용해 떡이 될 때까지 다집니다.

5. 발효조나 항아리를 소독해 준비해서 물과 누룩과 고구마를 넣고 손으로 잘 풀어줍니다.

발효에는 평균 7일이 걸립니다. 

[덧술]

1. 멥쌀을 물에 불린 다음 고두밥을 찝니다. 멥쌀이란, 우리가 밥먹을 때 쓰는 그 쌀입니다.

2. 밑술은 체 등에 받혀 건져냅니다. 각기 다른 정도의 체로 2번 정도 걸러주셔야 고구마 섬유질과 누룩이 제대로 걸러집니다.

3. 고두밥을 식히고 밑술을 부어 손으로 버무려 줍니다. 20분 정도 걸립니다.

4. 발효조나 항아리에 버무린 술을 담아주고 윗 표면을 정리해줍니다.

주방문에는 7일 뒤에 밥 떠있는 채로 떠 드세요 라고 나와는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적어도 1달은 발효시킨 다음 걸러서 마시는 걸 권장합니다.

고구마향이 좀 센 찐한 막걸리맛이 좋은 술이 나옵니다. 취향은 좀 탑니다.

저도 좀 더 레시피를 다듬는 중이라 저 방법이 정확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고구마 양을 늘려보고 싶은데 실패가 무섭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