횽들 안녕 와알못 인사드림

요즘 와인글들이 줄어드는게 아쉬워서 글 써볼게

오늘 소개할 와인은 론 지역의 샤토네프뒤파프 (교황이 자기가 마시려고 지정한 지역이라는데.. 자세한건 찾아봐) 와인 중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는 샤토 하야스야.

이 지역에서는 그르나슈를 메인 품종으로 총 13개의 포도 품종을 섞어 쓸 수 있는데 이 생산자의 최고 와인인 샤토 하야스는 특이하게도 그르나슈만 사용해서 와인을 만드는게 꽤나 특이해.

굳이 이걸 소개하는 이유는 버티컬 (같은 날에 마신건 아니지만..)이 역사적으로 나름 의미도 있었고

특히 피노만 짱짱맨 외쳤던 품종 우선주의자??였던 나에게 좀 충격을 줬던 와인이기도 해서 소개해보려고 함.

순서는 날짜 말고 마신 순서대로.

첫번째 빈티지는 08이였어. 07이 베스트 빈티지 중 하나라고 알려져 있고 이건 평이 중상 정도의 빈티지이긴 해.

이것을 처음 마셔 봤는데 정말 충격적이였어. 그르나슈는 저렇지, 피노는 어떻지 했던 내가 바보가 되는 느낌이 가장 강했던게,

노즈에서는 화려한 꽃향기가 메인에 피노랑은 살짝 다르게 검붉은 과실 향이 중간쯤을 형성하고 살짝 새콤한 향, 후추나 향신료 같은 느낌도 섞여있어서 정말 어떤 피노에서도 맡아보기 어려운

기억에 확 남는 향이였어. 

맛은 론 와인이니깐 좀 쓰고 철분맛도 나겠지? 했는데 왠걸, 맛은 그냥 말그대로 피노였음. 피노보단 조금 탄탄한 타닌감이 있지만 약간의 산도와 과실맛이 그냥 최고 생산자의 피노라고 해도 무방했음. 특이했던 것은 향은 향신료 느낌이 괘 있어서 피노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던 향인데 맛은 또 이러니 정말 신기한 경험이였음. 그리고 이걸 처음 순서로 마신게 정말 잘한 일이였어...

그 다음 마셔본건 99 빈티지야. 원래 하야스를 유명하게 만들었던 자끄라는 오너가 97년에 돌아가신 이후 조카가 물려받고 ~02까지는 퀄리티가 들쭉 날쭉 했다고 해. (물론 난 이거 마실땐 몰랐음). 실제로도 08의 화려함은 꽤나 죽어있었고 꽤나 거친 바디감이 느껴졌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향이 멋지지 않았다던지, 맛이 없었다는건 아니고 08이 딱 시음 적기가 시작된 와인이였으니 비교해서 생각해보면 그렇다는거지 여전히 매력적인 와인이였음. 특히 08을 마셔보고 너무 좋았어서 오히려 이 와인의 올드 빈티지를 마셔보는 재미가 있어서 뭔가 흥미롭더라. 

이 와인이 10년 후에는 어떤 모습으로 변하는지 미리 경험해보는 느낌. 오히려 99를 먼저 마셨다면 또 하야스를 안먹어봤을지도 모르겠어. 08은 정말 매력적이였고 99는 그 매력을 느낀 다음에 마시니 또 다른 매력이 있어서 좋았지만, 99만 먼저 마셨다면 뭔가 굳이 또 찾아먹어야 하나.. 라고 생각했을 것 같아.

그리고 가장 최근에 마신 03. 조카인 엠마뉴엘이 양조를 맡은 이후 97-02까지 평론가들이 하야스는 하락세로 접어드는가 의구심을 품다가 드디어 03에서 포텐셜이 터지고 그 이후는 쭉 좋은 평가를 받고 있어서 하야스의 03 빈티지는 굉장히 상징적인 빈티지야 (물론 살땐 몰랐고 같이 마신 사람이 알려줌..와알못 미안..) 이 와인은... 08의 화려한 향들이 한번 조화롭게 섞여서 첫 노즈는 은은한데?라고 생각하지만 한모금을 마시는 순간 입 안에서도 향이 난다고 느낄정도로 엄청나게 화려하면서도 맛은 거친 느낌 없이 똑 떨어지는게.. 시음 정점에 올라와있는 와인의 매력을 처음 느껴본 것 같아.

맨날 와인은 피노지!! 하던 자신을 반성하기도 했어.. 그르나슈는 뭐 이런 느낌이야 하던 내 자신도 반성하게 되더라. 품종이 밭이 지역이 뭐가 중요할까 그냥 이걸 만드는 생산자가 해당 상황에서 어떤 것을 표현하고 싶었는가.. 그리고 그걸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가.. 뭔가 와인 마시면서 이런 생각을 해본 경험은 처음인 것 같아. 그냥 소비자인 우린 좋은 와인이나 마시면 되는거지 뭐 ㅎㅎ

주갤에 와인글도 좀 많이들 올려줘 아조씨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