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 헤는 밤


계절이 바뀌는 하늘에는
겨울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한숨을 쉬며
방바닥에 떨어진 털들을 다 헤일 듯 합니다
 

가슴 속을 애는듯한 털들을
이제 다 못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눈물이 앞을 가리는 까닭이요
아직 남은 털들이 많은 까닭입니다


털 하나에 원망과
털 하나에 분노와
털 하나에 좌절과
털 하나에 쓸쓸함과
털 하나에 체념과
털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털 하나에 생소했었던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탈모 초창기에 먹었던 음식들의 이름과
탈모 클리닉, 한의원에 다녔던 추억과
벌써 대머리가 된 친구의 이름과
탈모가 의심되는 연예인의 이름과
가발, 모발이식, 흑채, 두피마사지
프로페시아, 미녹시딜
이런 약들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많은 돈을 잡아 먹습니다
밑빠진 독에 물을 붓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탈모 유전자를 물려 주셨습니다

나는 무엇인지 서러워
이 많은 털들이 쌓인 방바닥에
내 이름 석자를 써보고
털들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이유는
노출된 두피를 부끄러워 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따듯한 봄이 오면
무덤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탈모약 복용하며 생활습관 개선한다면
자랑처럼 나의 머리에도 털이 무성할 거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