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高價)의 애완동물들이 잘 팔리고 있다.
이를 통해서도 최근 경기 불황 탈출의 신호를 감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수백만원에서 일부는 1000만원을 훌쩍 넘어도 귀엽고, 깜찍하다면 애완동물을 구매하겠다는 소비자들은 줄을 서 있는 모습이다.

공연기획자로 일하는 ‘골드 미스’ 전 모(34)씨는 최근 ‘회색앵무’ 한 마리를 구매했다. 가격은 100만원대. 사람의 말을 따라해 덜컥 구입했다는 게 전씨의 설명이다.
그는 “바쁜 생활 속에서 집에 돌아오면 항상 혼자였는데, 요즘은 틈나는 대로 말을 가르치는 재미에 푹 빠졌다”고 말했다.

1000만원 전후로 일반인에게 판매되는 ‘샌드폭스’(사막여우) 역시 없어서 못 팔 지경이다.
올 초 샌드폭스 10마리 가량을 들여 와 판매를 시작했던 한 애완동물 판매 업체는 한 달도 안돼 모두 판매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추가로 해외에서 수입해 올 계획도 갖고 있지만 규제가 심해 어려움을 겪고 있을 정도다.
한 쌍에 90만원대인 프레리도그 역시 수입 즉시 품절되는 등 인기가 절정이다.

100만~300만원 가량 하는 앵무새에서 100만원을 넘는 미국 너구리(라쿤), 70만~100만원 가량 하는 스컹크 등도 판매를 하겠다는 공지가 회원들 사이에 도는 즉시 ‘품절’되는 모습이다.
희귀동물 수입 전문업체 세컨드플로어쥬 대표 신 모 사장은 “고가 애완동물 시장은 명품 마켓과 같다”며 “가격이 높고 개체수가 적을수록잘 팔린다”고 말했다. 신 사장은 이어 “고가 동물을 구매하는 계층은 예상 외로 대부분 20대 후반에서 30대가 많다”고덧붙였다.

비싸더라도 독특한 애완동물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주로 자신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고가 애완동물을 구매한다.
단순히 애완 동물을 ‘애완’의 개념이 아니라 가족이나 집을 고르는 것과 같이 신경써 구입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수입업자에게 특정 애완동물을 수입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세계 최대 고양이 ‘사바나 캣’은 수요자들의 요구로 수입이 결정된 바 있다.
관세청 통계자료에 따르면 국내로 수입되는 비식용(食用) 동물류의 수입금액은 지난 2004년 867만여 달러에서 지난 2008년에는 1456만 달러로 두 배 가량 상승했다.

한편 애완동물을 키우다 내다 버리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유기동물 수는 지난 2005년 이후 감소 추세였으나 2008년 경제침체 등을 이유로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2009년 상반기에는 작년 동기대비 8%가량 증가한 1만 7000여 마리가 버려진 애완동물로 기록됐다.

서울시 애완동물사랑방에 근무하는 박용천씨는 “몇 년 전에 고양이가 개를 대신하는 반려동물로 각광받았는데, 요즈음에는 특히 유기견보다 버려진 고양이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