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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전갤 문학 100선 - 수난 2업체

양자어뢰(119.65) 2008.08.03 14:03:16
조회 1546 추천 0 댓글 12



사브가 온다. 사브가 살아서 돌아온다. 포커는 도산했다는 통지가 왔고, AIDC는 죽었는지 살았는지 통 소식이 없는데, 우리 사브는 살아서 오늘 돌아오는 것이다. 생각할수록 어깻바람이 날 일이다.
그래 그런지 몰라도 KAI 는 여느때 같으면 아무래도 한두 군데 앉아 분기수익결산이라도 해야 할 시간을 단숨에 올라채고 만 것이다.
예산이 간당간당하고 개발진들이 박카스를 마셨다. 그러나 KAI 는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들 건너 바라보이는 공군 비행장에 열기가 물씬물씬 피어오르며 테이크오프 하는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차기 전투기가 요맘때쯤 논의된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다.
국방위원회가 이제 겨우 예산타령을 하기 시작했으니, 도입이 되려면 아직 차례 멀은 것이다.
그러나 그는 공연히 마음이 바빴다. 까짓것, 잠시 앉아 공군 삥뜯어 뭐할 기고.
손가락으로 한쪽 콧구멍을 누르면서 팽! 마른 코를 풀어 던졌다. 그리고 휘청휘청 T-50을 팔아재끼는 것이다.
판매는 개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공군에 대고 팔라치면 절로 사들이는 것이다. KAI는 내수 판매만을 하고 있었다. 수출제안서는 조끼 주머니에 아무렇게나 쑤셔 넣고 있는 것이다.
삼대독자...아니 KFX가 죽다니 말이 되나. 살아서 돌아와야 일이 옳고말고. 그런데 스웨덴에서 잘렸다하니 어디를 좀 다치기는 다친 모양이지만, 설마 나같이 기술없이 되지 않았겠지.
KAI는 왼쪽 조기 주머니에 꽂힌 수출제안서를 내려다보았다. 그 수출제안서에는 기술이전항목이 아무것도 든것이 없었다. 그저 초음속 훈련기라는 내용만 덜렁덜렁 처져 있는 것이다.
그래서 노상 그놈은 조끼 주머니 속에 꽂혀있는 것이다.
주익설계나 엔진선정을 좀 잘못했을 뿐이겠지. 나처럼 기술 자체가 없을 지경이었다면 그 엄한 유럽시장에서 견뎌 냈을 턱이 없고말고.
슬며시 걱정이 되기도 하는 듯 그는 속으로 이런 소리를 주워섬겼다.

(중략...)


KAI는 읍 들머리에서 잠시 망설이다가, 공군 비행장 쪽과는 반대되는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뭔가 순항미사일을 찾아가는 것이었다. 사브가 들어온다는데 우리도 뭔가는 굴릴줄 알아야 될 거 아닌가, 싶어서였다.
냉전기가 아니어서인지 시장에 나온 미사일은 많았으나, 이것을 살까 하면 저것이 좋아 보이고 그것을 사러 가면 또 그 옆의 것이 먹음직해 보이고 그것을 사러 가면 또 그 옆의 것이 먹음직해 보였다. 한참 이리저리 서성거리다가 결국엔 헤실거리는 SLAM-ER 몇마리를 샀다.
그것을 달랑달랑 들고 정거장을 향해 가는데, 겨드랑 밑이 간질간질해 왔다.
그러나 표적획득 수단도 없이 SLAM-ER을  들었으니 참 딱했다. 한미연합사를 연방 위아래로 움직거리는 수밖에 없었다.
공군기지에 들어선 KAI는 먼저 벽에 걸린 달력부터 바라보았다. 2020년이었다. 벌써 2020년이라니  내가 잘못 보나? 아무리 두 눈을 씻고 보아도 달력은 2020년이었다.
한쪽  걸상에 가서 궁둥이를 붙이면서도 곧장 미심쩍어 했다. 2020년이라니, 그럼 벌써 아이켄이 아빠를 만났단 말인가? 말도 아닌 것이다.
자세히 보니 달력은 낙서가 되어 있었다. 그러면 그렇지. 엉터리였다. 벌써 그렇게 되었을 리가 없는 것이다.

"여보이소 지금 몇년잉교?"

맞은편에 앉은 미쓰비시놈한테 물어 보았다.

"우주세기 다블오 세븐티나인."

"예, 그렁교."

KAI 는 저놈이 저 달력을 걸었구나 하고는 턱주가리에 감자를 먹여주었다. 어차피 시간따윈 아무래도 좋은 것이다. 그는 안심이 되는 듯 후유 숨을 내쉬었다. 궐련을 한 깨 뻬 물고 불을 댕겼다.
 공군 브리핑룸에 와서 이렇게 도사리고 앉아 있노라면, KAI는 곧잘 생각키는 일이 한 가지 있었다. 그 일이 머리에 떠오르면 등골을 찬 기운이 좍 스쳐 내려가는 것이었다.
손가락이 시퍼렇게 굳어진 이끼 낀 나무토막 같은 팔뚝이 지금도 저만큼 눈앞에 보이는 듯했다.
바로 이 정거장 마당에 댓 명 남짓한 로비스탁 모여 웅성거리고 있었다. 그 중에 KAI는 어쩌다 보니 섞여 있었다.
FX 사업 선정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으나, 그들은 모두 자기네들이 선정될거라고 생각했다.
그저 돈만 가지고 돌아가면 될 사람들이었다.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육년 쯤 옛날의 이야기인 것이다.
당연히 F-15K 라는 사람도 있고 틀림없이 라팔이 최고라는 사람도 있었다. 더러는 수엘프를 색시로 맞으면 좋겠다고 하기도 했다.
KAI는 15K 아니면 라팔일 것이고, 거기도 아니면 수엘프겠지. 지들이 설마 랩터를 들이겠냐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그 들창코로 담배 연기를 푹푹 내뿜고 있었다.

(귀찮아서 사브 등장까지 중략)...하고


꽤액---- 졸라짱센  라최가 울부짖는 소리였다.
멀리 200플을 달성하고 돌아오는가 보았다. KAI는 앉았던 자리를 털고 벌떡 일어서며, 옆에 놓아두었던 SLAM-ER 을 집어들었다. 아직 싱싱한지 미소가 끊이질 않았다.
도배소리가 이어질수록 그의 가슴은 울렁거렸다. 브리핑실 밖으로 뛰어나가 무선랜이 잘 잡히는 곳에서 항겔도 확인해 보았다.
M88짱 M88짱 하고 헛소리가 울리자 한참만에 수엘프당와 톰켓교가 게시판을 점령하며 달려들었다. 도배당하는 게시판 사이로 라최 묻히는 소리가 픽픽 풍겨 나왔다.
KAI의 얼굴은 바짝 긴장되었다. 게시파네 꾸역꾸역 게시물이 밀려나왔다. 꽤 많은 폐인들이 있는 것이다. KAI의 두 눈은 곧장 이리저리 굴렀다. 그러나 기대하던 사브 관련 게시물은 쉽사리 눈에 띠지 않았다.
빠삐코를 먹으러 합겔로 밀려가는 사람들의 물결 속에, 두 개의 엔진에 의지하고 슈퍼크루징을 하는 스텔스 전투기가  있었으나, KAI는 그 사람에게 주의를 기울이지는 않았다.
도배할 자들은 전부 나왔나보다, 이제 미처 당을 구성하지 못한 마이너들이 플랫폼을 이리저리 서성거리고 있을 뿐인 것이다.
 사브가 거짓으로 사업 설명회를 했을 리는 없을 건데……. KAI는 자꾸 가슴이 떨렸다. 이상한 일이다, 하고 있을 때였다. 분명히 뒤에서.

"오우, KAI아재!"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KAI는 깜짝 놀라며, 얼른 뒤를 돌아보았다. 그 순간, KAI의 두 눈은 무섭도록 크게 떠지고 입은 딱 벌어졌다. 틀림없는 사브이었으나, 옛날과 같은 사브는 아니었다. 양쪽 겨드랑이에 팜플렛을 끼고 서 있는데, 스쳐가는 바람결에 그리펜 비행대가 있어야 할 바짓가랑이가 펄럭거리는 것이 아닌가. KAI는 눈앞이 노오래지는 것을 어쩌지 못했다.
한참 동안 그저 멍멍하기만 하다가, 코허리가 찡해지면서 두 눈에 뜨거운 것이 핑 도는 것이었다.

"에라이 이놈아!"

KAI의 입술에서 모지게 튀어나온 첫마디였다. 떨리는 목소리였다. SLAM-ER을 든 손이 불끈 주먹을 쥐고 있었다.

"이기 무슨 꼴이고, 이기."

"오우, KAI!"

"이놈아, 이놈아……"

KAI 의 들창코가 크게 벌름거리다가 훌쩍 물코를 들이마셨다. 사브의 두 눈에서도 어느 결에 눈물이 꾀죄죄하게 흘러내리고 있었다. KAI는 모든 게 사브의 잘못이기나 한 듯 험한 얼굴로,

"가자, 어서!"

무뚝뚝한 한 마디를 내던지고는 성큼성큼 앞장을 서 가는 것이었다. KAI는 입술에 내려와 묻는 짭짤한 것을 혀끝으로 날름 핥아 버리면서, 절름절름 클라이언트의 뒤를 따랐다.
앞장 서 가는 KAI는 뒤따라오는 사브를 한 번도 돌아보지 않았다.
한눈을 파는 법도 없었다. 무겁디무거운 짐을 진 사람처럼 땅바닥만을 내려다보며, 이따금 끙끙거리면서 부지런히 걸어만 가는 것이다. 지팡이에 몸을 의지하고 걷는 가 성한 사람의, 게다가 부지런히 걷는 걸음을 당해 낼 수는 도저히 없었다. 한 걸음 두 걸음씩 뒤지기 시작한 것이, 그만 작은 소리로 불러서는 들리지 않을 만큼 떨어져 버리고 말았다.
사브는 목구멍을 왈칵 넘어오려는 뜨거운 기운을 꾹 참노라고 어금니를 야물게 깨물어 보기도 하였다. 그리고 두 개의 수출제안서와 한 개의 비행단을 열심히 움직여대는 것이었다. 앞서 간 KAI는 주막집 앞에 이르자, 비로소 한번 뒤를 돌아보았다. 사브는 오다가 동유럽에 서서 체코에 그리펜을 팔고 있었다. 사업 제안서는 땅바닥에 던져 놓고, 한쪽 손으로는 그리펜을 떼어 주고 다른 손으로는 남아공을 상대하는 모양이 을씨년스럽기 이를데 없는 꼬락서니였다.
KAI는 눈살을 찌푸리며, 으음! 하고 신음 소리 비슷한 무거운 소리를 내었다. 그리고 술방 앞으로 가서 방문을 왈칵 잡아당겼다.

청기와집 안에 도사리고 앉아 삽질을 하고 있던 양복쟁이들이 킥 하고 웃으며 운하를 팠다.
그러나 KAI는 웃지를 않았다. 방 문턱을 넘어서며도 국내 항공우주산업의 중흥을 외치지도 않았다.
 아마 이처럼 무뚝한 얼굴을 하고 청기와집에 들어서기란 처음일 것이다.
양복쟁이들이 멋도 모르고 "오늘은 사과상자 들이는 날이 아닌가베" 하고 킬킬 웃었으나 KAI는 으음! 또 무거운 신음 소리를 했을 뿐 도시 기분을 내지 않았다. 그저 "빨리 빨리." 하고 재촉을 할 뿐이었다.

"핫다나, 어지간히도 바쁜가배."

"빨리 KFX 좀 살려주이소."

"오늘은 와 이카노?"

양복쟁이가 쳐주는 잉여예산을 받아 들며, KAI는 휴유 --- 하고 숨을 크게 내쉬었다. 그리고 입을 얼른 예산으로 가져갔다. 꿀꿀꿀, 잘도 넘어가는 것이다. 그 큰 세금을 단숨에 말려 버리고는, 도로 양복쟁이 눈 앞으로 불쑥 내밀었다.
그렇게 거들빼기로 석 잔을 해치우고사 으으윽! 하고 개트림을 하였다. 양복쟁이가 눈을 휘둥굴해 가지고 혀를 내둘렀다. 빈 속에 예산을 그처럼 때려 마시고 보니, 금새 눈두덩이 확확 달아오르고, 귀뿌리가 발갛게 익어 갔다. 술기가 얼큰하게 돌자, 이제 좀 속이 풀리는 성 싶어 방문을 열고 바깥을 내다보았다. 사브는 이마에 땀을 척척 흘리면서 다 와 가고 있었다.

"사브야!"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리 들어와 보래."

"…………."

사브는 아무런 대꾸도 없이 어기적어기적 다가왔다. 다가와서 방 문턱에 걸터앉으니까, 양복쟁이가 보고,

"방으로 좀 들어오이소."

하였다.

"여기 좋심더."

그는 수세미 같은 손수건으로 이마와 코 언저리를 싹싹 닦아냈다.

"마 아무데서나 묵어라. 저 --- KFX 좀 재추진해 주이소."

"야."

"규모도 꼬빼기로 잘 좀 ……. 추경예산도 좀 치소, 알았능교?"

"야아."

양복쟁이는 코로 히죽 웃으면서 KAI의 옆구리를 살짝 꼬집고는, 세금바구니에서 백지수표 두 뭉텅이를 집어 들었다.

사브가 급한대로 예산을  훌훌 끌어 넣고 있을 때, 양복쟁이는 KAI의 귓전으로 얼굴을 갖다 댔다.

"파트너가?"

KAI는 고개를 약간 앞뒤로 끄덕거렸을 뿐, 좋은 기색을 하지 않았다. 사브가 예산을 훌쩍 들어마시고 나자, KAI는

"한 그릇 더 묵을래?"

하였다.

"아니 예."

"한 그릇 더 묵지 와."

"고만 묵을랍니더."

사브는 입술을 싹 닦으며 뿌시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청와대를 나선 그들 부자는 논두렁길로 접어들었다. 아까와 같이 KAI가 앞장을 서는 것이 아니라, 이번에는 사브를 앞세웠다. 반쪽짜리 그리펜 비행대를 가지고 찌긋둥찌긋둥 앞서 가는 사브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기술은 반쪽밖에 없는 KAI가 느럿느럿 따라가는 것이다.
손에 매달린 SLAM-ER이 "언제까지 그따위로 살텐가. 하하하하~" 하고 달랑달랑 춤을 추었다. 너무 급하게 들어마셔서 그런지, 만도의 뱃속에서는 우글우글 예산이 끓고, 다리가 휘청거렸다.
콧구멍으로 더운 숨을 훅훅 내불어 보니 정신이 아른해서 역시 좋았다.

"사브야!"

"예."

"니 우째다가 그래 됐노?"

"예산 감편하다 이래 안 됐심니꼬. 군축 쪼가리에 맞았심더."

"군축 쪼가리에?"

"예."

"음."

"얼른 팔리지 않고 막 방치된다면서 정부에서 중고로 팔아 버립디더.정부에서예. KAI아재?"

"와?"

"이래 가지고 우째 개발을 할까 싶습니더."

"우째 개발하긴 뭘 우째 살아? 정치인만 붙어 있으면 다 사는 기다. 그런 소리 하지 말아."

"……"

"나 봐라. 기술 하나 없어도 잘만 안 사나. 남 봄에 좀 덜 좋아서 그렇지, 살기사 왜 못 살아."

"차라리 KAI같이 기술이 하나 없는 편이 낫겠어예. 예산이 없어놓니, 첫째 뭘 만들어 팔기에 불편해서 똑 죽겠심더."

"야야. 안 그렇다. 팔기만 하면 뭐하노,  개발을 지대로 혀야 일이 뜻대로 되지."

"그러까예?"

"그렇다니, 그러니까 KFX 개발은 니가 하고, 예산 당기는 일은 내가 하고, 그라면 안 대겠나, 그제?"

"예"

사브는 KAI를 돌아보며 대답했다. KAI는 돌아보는 사브의 얼굴을 향해 지긋이 웃어주었다.
예산을  마시고 나면 이내 전투기를 만들게 되는 것이다. KAI는 길가에 아무데나 쭈그리고 앉아서 SLAM-ER 을 15K의 파일런에 장착하려 하였다.
 그것을 본 사브는

"KAI 아재, 그 고등어 이리 주소,"

하였다. 기술이 반틈밖에 없는 몸으로 미사일을 장착할수 있는 물건을 만들 수는 없는 것이다.
KAI가 A-50을 만들 때까지, 사브는 저만큼 떨어져 그리펜에 SLAM-ER이 달리나 테스트를 해보았다.
A-50을 다 만든 만도는 얼른 가서 아들의 손에서 SLAM-ER을 받아친다.

둘은 어느새 사업개시일에 이르렀다. 외나무다리가 놓여 있는 그 사업이다. 사브는 슬그머니 걱정이 되었다.
ROC는 그리 복잡하지 않은 것 같지만, 무조건 현용기술, 최신기술 이라고 써둬서 억지를 부리기 시작하면 맞춰주기가 만만할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예산이 없으니 독자개발은 도저히 해낼 재주가 없고……. 사브는 하는 수 없이 둑에 퍼지고 앉아서 정부지원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KAI는 잠시 멀뚱히 서서 사브의 하는 양을 내려다보고 있다가,

"사브야, 그만두고, 자아 합치자."하는 것이었다.

"합쳐서 추진하믄 일이 다 되는 거 아니가. 자아, 이거 받아라."

 SLAM-ER 한두름을 진수 앞으로 민다.

"……."

사브는 퍽 난처해 하면서, 못 이기는 듯이 그것을 받아 들었다. KAI는 등허리를 아들 앞에 갖다 대고, 하나밖에 없는 기술을 제시하며

"자아, 어서!"

사브는 신형기 제안서와 SLAM-ER을 각각 한 손에 쥐고, KAI의 등허리로 가서 슬그머니 업혔다. KAI는 팔뚝을 뒤로 돌리면서, 사브의 하나뿐인 예산을 꼭 안았다. 그리고

"기술을 좀 전수해줘야 될 끼다."

했다. 사브는 도둑놈을 보듯 한쪽 눈을 찍 감으면서, SLAM-ER과 사업제안서를 대충 챙겨놓고 KAI 에게도 기술이전을 하기 시작했다. KAI는 아랫배에 힘을 주며, \'끙!\' 하고 일어났다.
너무 복잡한 기술에 머리가 약간 후들거렸으나 받아들일 만은 했다.
KFX 사업을 조심조심 진행하며 KAI는 속으로, 이제 잘나가던 기업이 벌써 이게 무슨 꼴이고. 세상들 잘못 만나서 사브 니 신세도 참 똥이다, 똥. 이런 소리를 주워섬겼고, KAI의 등에 업힌 사브는 곧장 미안스러운 얼굴을 하며, \'나꺼정 이렇게 되다니, KAI도 참 복도 더럽게 없지, 차라리 내가 보잉에 인수됐더라면 나았을 낀데…….\'하고 중얼거렸다.

KAI는 아직 정신이 약간 오락가락 했으나, 용케 사업팀을 가누며 사브를 업고 외나무다리를 조심조심 건너가는 것이었다. 눈앞에 우뚝 솟은 록히드 마틴이 이 광경을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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