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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는 x를 사랑한다 1모바일에서 작성

ㅇㅇ(203.226) 2020.06.22 00:54:30
조회 644 추천 55 댓글 12

'z는 x를 사랑하지 않는다.'

마을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당연한 사실이었다.

고매한 성직자, 신부님, 사제.

z를 가르키는 호칭은 많았고, 어린 나이에 사제서품을 받은 그는 주위로부터 장래에 주교는 물론이고 추기경이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받았다.

처음부터 이렇게 그의 명망이 높았던 건 아니다. 귀한집 고명아들이었던 z가 처음 종교에 귀의하겠다고 말했을 때 사람들은 감탄보다 의심이 앞섰다.

'인생이 탄탄대로에 놓여진 놈이 굳이 청빈의 삶을 살려고 하는 이유가 뭐지?'

사람들은 그 이유를 그의 과거에서 찾았다.

어렸을 때부터 신실했던 z, 그리고 그가 다니던 성당에서 키워진 고아 x.

두 어린아이가 처음 친구가 되어 성당 등지를 붙어다녔을 때 마을사람들은 그들을 귀여워했다. 깜찍한 외모의 귀여운 아이들이 함께 성경을 읽으며 제딴에 우정을 키우고 있는 모습은 참 보기 좋은 일이었다.

하지만 그 보기 좋은 우정은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위태로운 것으로 변모했다.

마을 사람들도, 성당의 신부도, z 본인도 x가 z에게 가지는 감정이 단순한 우정 이상이라는 것을 눈치챘다.

x는 z에게 의지했다. 그를 부러워했고, 그를 기다렸으며, 어느 순간부터 함께 성경을 읽을 때면 x는 주님의 말씀이 아닌 옆에서 차분히 들이내쉬는 z의 숨결에 집중했다. 성경책은 더 이상 신의 경전이 아닌 z와 자신을 잇는 매개체일 뿐이었다.

명백한 금지된 감정이었다.


'죄악이라는 걸 왜 모르니.'

'성경에는 여자와 교합하는 것처럼 남자와 교합하지 말라고 했을 뿐이지, 마음을 품지 말라는 구절까진 없었어요.'

신부들은 x가 신을 반하는 길을 걷지 않도록 그를 여러번 다그쳤으나 x는 완강했다.

마음으로만 품겠다는데 그들 손으로 손수 키워냈던 소년을 이 이상 혼낼 수도 없어, 신부들은 곧 일치감치 그를 포기했다.

대신 그들은 z더러 x와 거리를 두라고 충고하는 쪽을 택했다.

z는 x와 달랐다.

'네, 알겠습니다.'

순순한 대답이 신부들을 안심시켰다.

갑작스레 거리를 두는 z에 x는 한동안 울고 불며 흐느꼈으나 그 흐느낌은 몇 달이 지나지 않아 곧 잦아들었다.


상황은 그것으로 끝났다. x의 죄악은 다행히도 더 진행되지 못하고 심연 속으로 가라앉았을 것이다.

사람들도, 신부들도 모두 안심했다.

그들은 선량한 사람들이었기에 자신들이 한 때 귀여워했던 소년들이 죄악의 길로 빠져드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z가 종교에 귀의하겠다고 선언했다. 어느 어염집 아가씨와 z의 집안 사이에서 혼담이 오가고 있던 상황이었다. 사람들의 의심이 불거졌다.

'결혼하기 싫어서 저러는 거 아니야? 사실은 저녀석도 제 친구에게 연정을 품고있었던 거지.'

우려와는 다르게 z가 입당한 교구는 마을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이었다. 그 말은 x로부터 떨어져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소년이었던 그는 수도원에 머무르는 사이에 어느새 청년이 되었고, 사제 서품을 받았다.


어린 나이에 사제가 된 청년, 청렴한 성직자, 명망 높은 신부님.

그 사이 그를 부르는 호칭들도 많아졌다.

귀한집 아들이 종교에 귀이한 일은 더 이상 의심거리가 아닌 주변인들의 본보기가 되었다. z에 대한 칭송은 그가 훗날 주교가 될 발판을 만들 수 있는 추기경과의 연줄을 거절했을 때 절정에 달했다. 그는 추기경 아래로 들어가는 대신 이렇게 말했다.

"구마사제가 되고 싶습니다."

어째서? 왜? 잇달아 어려운 길을 택하는 z를 보며 사람들은 의아해했다.

"오랜 친구가 있거든요. 친절하고 신실한 친구였어요. 어느날 그에게 악마가 깃들어 불경한 마음을 불어넣기 전까진 말이죠."

사람들은 z가 말하는 이가 누군지 금방 눈치챘다. 개중에는 z가 x와 내통하고 있을 거라고 아직도 의심을 품던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생각이 틀렸음을 인정했다.

z는 x를 사랑하지 않는다. 아니, 사랑한다.

허나 그것은 에로스적인 사랑인 아닌 아가페적인 사랑이었다. 그렇기에 z는 죄악을 품은, 마음 속에 악마가 깃든 제 친구를 위해 그를 구원해줄 방법을 찾아낸 것이었다. 그토록 오랜 시간에 걸쳐서.


_

진짜 거의 2년 반인가 엄청 오랜만에 들어와서 글쓰는데 살아있는 언냐들 있으면 덧글이라도 좀 달아주시긔... 내 글에 대한 감상 아니어도 됨 걍 아직 빠는 언냐들 있는지 확인하고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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