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는 서운했다. x에게 재차 물어보았다.

“우리가 오늘 이후로 언제 또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몰라. 한 달이 될 지 일 년이 될 지, 그 이상이 될 지 아무도 모르는 거라고. 그동안 우리는 나이가 들어가겠지. 사람도 변하고, 마음도 변하겠지. 그런데 고작 ‘안녕’이라고?”

z는 미소를 띠고 있는 x의 얼굴이 야속했다. 이 상황을 어찌할 수 없으면서도 섭섭했다. x는 그저 웃을 뿐이었다. 그리고 대답했다.

“응, 안녕. 네 말대로 나이가 들고 변해가겠지. 그래도 괜찮아.”

원하는 답을 듣지 못한 z는 x에게 고작 안녕이라는 인사도 하지 못한 채 돌아서야 했다. 시간이 흐르는 것, 그리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해갈 자신을 너무도 잘 알았다. 머지않아 x도 자신을 스쳐지나간 존재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그래도, 그래도.

z의 말대로 시간은 부지런히 흘렀다. 그 사이 z는 머리 색을 수십 번 바꾸었고 스쳐가는 사람들도 셀 수 없이 많았으며 역시나 머지않아 x의 존재는 잊혀졌다. 그렇게 생각했다. 눈 앞에 x가 5년 전과 다를 바 없는 모습으로 나타나기 전까지는.

“안녕, z야.”

x는 여전히 미소를 띤 채, 전혀 흠집나지 않은 얼굴로 웃고 있었다. 아니, 울고 있었다.

“네 말대로 우리는 나이가 들어버렸네. 너는 많이 변했니? 그래도 괜찮아. 나는 변하지 않을 거였고, 변하지 않았으니까. 많은 것들이 변했지만 그것만은 변하지 않았어. 너를 잊지 않았어. 그래서 괜찮았어.”

변하지 않은 x가, 변하지 않은 z 앞에 있었다.
어쩐지 z는 자신이 무너질 것 같았다.
많은 것들이 변해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는 사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