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바둑두다보면 확 늘 때가 있고 자신감이 솟기도 함.

그런 시기에 아버님과 바둑을 한 판 뒀었는데 그 때까지 한 번도 이긴 적은 없었다.

당시 인터넷대국을 하면 상급자와의 대국에서도 그다지 생각의 속도가 밀린다고 여긴적은 없었고

공격위주로 가면 어떻게든 상대의 약점을 공략하여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가 있었다. 

솔직히 아버님과 대국하기 전엔 이길 자신은 있었다. 급수 차이는 꽤 났었지만 

어깨 너머로 아버님의 인터넷대국을 보노라면 뭔가 평범해 보였고 대단치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정도 급수를 올려서 기대한 그 대국에서 나는 완패했다.

이유는 알 수가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아버님의 전력을 다한 대국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전력이라는게 상수라는 프리미엄을 통해서 나를 협박하고 궁지에 몰고 거칠게 물어뜯는게 아니었다.

나는 그 대국에서 그 때까지 쌓아온 모든 수단을 사용하였고 아버님은 그 모든 것을 그대로 받아줄 뿐이었다.

그럼에도 차이는 벌어져갔고 영문도 모른 채 돌을 던질 수 밖에 없었다.

간단한 복기가 이어졌지만 더는 머리 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바둑이 이렇게도 초라해질 수가 있구나. 여러가지로

되돌아볼 수 있게 한 대국이었던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