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상이 여자기전 해설할때는 관대하게 평가하고
김명훈 신민준 등 어린 남자프로한테는 조금만 실수해도
극딜한다는 글을 읽었다.


근데 여기서 우리는 `관대하게 해설한다`가 과연 프로에게 기분 좋은 일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다르게 생각하면 이것은 일종의 모욕이다. 이세돌을 생각해 보자. 이세돌은 자기 수가 칭찬받으면 불편해한다. 오히려 상대의 수를 칭찬하면서 어떻게든 자기를 낮추려고 한다.
`(김성룡,박정상이 이세돌의 응수타진에 감탄하자)프로라면 뭐 이정도는 생각할수 있는거죠... 그러나 이런 수는 참 그렇지가 않아요(갑자기 구리의 수를 칭찬하며)...배울 점이 많은 기사입니다...`
알파고 4국의 그 유명한 78수가 `신의 한수`로 칭송받을때에도 이세돌은 한 술자리에서 `버그 덕분에 운좋게 이긴것 아니냐`며 자책했다. 그수가 안되는 수인 것은 굳이 바갤러들이 물어뜯지 않아도 이미 복기를 통해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강한 승부사일수록 본인에게 엄격하며 칭찬을 경계한다. 이는 인품 따위가 아니라 진지한 프로로서의 본능이다.
이세돌빠느라 약간 엇나갔는데 암튼


김명훈,신민준 같은 기사는 박정상 입장에서 두 가지의 시선으로 보일 것이다.
1.자신보다 랭킹과 기력이 높은 강자
2.귀여운 후배, 그러나 앞으로 한국바둑을 짊어지고 가야할 세대(박정상 본인은 더이상 그러지 못하지만)

나는 박정상이 이들의 수를 혹독하게 평가하려는 이유가 이런 복합적 인식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1번. 이므로 상대의 수를 비판하는 것에 양심에 가책이나 미안함이 없을 것이며(동등하거나 더 강한기사이므로)
2번. 이므로 함부로 칭찬해서 약하게 만들고싶지않다.



반면 여류기전 해설때는 어떤가?
정말 박정상이 유유하고 미온적인 해설만을 하고 있다면,
이는 은연중에 그들의 기력이 허약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강자에게 강하게, 약자에게 약하게 대하는 것이므로 일반적으로 훌륭한 군자의 자세라고 여겨지는 것이며 박정상은 이런 태도에 가책이 느껴지지 않을것이다.

그러나
글의 서두에서도 얘기했듯이, 진지한 승부사라면 무분별하고 맥락없는 칭찬을 가장 모욕적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이세돌같은기사가 수읽기실수한걸 지적했다고 기분나빠할까??? 떡수를 네네 잘두시네요 하면서 칭찬했을때 가장 큰 모욕을 느끼지 않을까?
즉 은연중에 박정상은 여류기전을 낮게 보고 있으며 `응원해주고 보호해줘야하는 상대`로 보고 있으므로 이것은 여류기사에게 전혀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박정상은 이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

사정이 이러한데 바갤러들이 이것을 두고 `박정상은 여류기사만 좋아한다.`라고 욕하는 어리석음은 더더욱 수준낮고 멍청한 것이다. 욕하려면 제대로된 맥락에서 해라. 저열하고 1차원적으로 하지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