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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과 서양의 저작권의 차이

무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3.22 21: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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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크 데리다라는 프랑스의 철학자가 있다. 이 자는 모든 메시지에는 발신인도 수신인도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메일을 작성할 때에도 발신인과 수신인를 꼭 적어넣어야 한다. 그의 얘기를 좀 더 들어보자. 그에 의하면 모든 글은 문법과 어휘가 반드시 사용되는데, 그 문법과 어휘는 내가 만든 게 아니다. 어찌 보면 자신은 이미 존재하는 문법과 어휘를 가져다가 적당히 편집해서 글을 만들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의 생각에 따른다면 모든 글은 창작이 아니라 편집인 셈이다.


그렇다면 그의 주장대로 표절이란 없는 것일까? 그의 철학적 관점으로 볼 때 완전하고 순수한 창작의 관념은 허구라는 것인데, 그렇다고 데리다가 자신의 법적인 저작권을 포기한 건 아니다. 그래서 데리다는 자기가 쓴 책의 저작권을 소유하고 상당한 인세를 챙겼다.


참고로 저작권은 영어로 '로열티'라고 부른다. 로열이 왕과 관련된 말인 데서 알 수 있듯이 로열티는 원래 왕의 특권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유럽 세계가 중세를 벗어나 절대주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왕은 전통적으로 귀족의 소유권이 인정되었던 사유지를 제외한 공유지를 자연스럽게 국유화했다. 이 과정을 통해 중세까지 도시국가 체제였던 서양 세계는 근대적 영토국가 체제로 변모했다.


그러나 왕실은 토지를 소유할 수는 있어도 그 토지를 직접 개발하고 경영할 여력은 없었다. 그래서 왕실 소유의 토지와 자원을 상인과 기업가들이 이용하고 거기서 얻은 이득을 왕실에 이용료로 납부하는 제도가 생겨났는데, 이것이 로열티의 기원이다. 이후 자본주의 시대에 접어들면서 저작권은 권리만이 아니라 상품이 되어 사고팔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영토국가라는 개념만으로 볼 때는 서양보다 동양이 훨씬 선배이다. 중국이나 한반도의 고대 국가들은 처음부터 영토국가로 출발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동양 사회에서는 국가가 탄생할 때부터 모든 재산이 국가, 즉 왕의 소유라는 왕토사상을 기반으로 했다. 그래서 사유재산의 관념이 발달하지 못한 것이다. 따라서 동양 사회에서는 로열티의 관념이 생겨날 여지가 없었다.


그렇다면 20세기까지 왕조 체제를 취했고 사적 소유권이 인정되지 않았던 동양 사회에서는 아무래도 저작권의 관념이 생소할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만 해도 저작권의 관념을 피부로 느끼게 된 지는 20여 년밖에 안 되었다. 또한 지금 중국이 ‘해적판의 천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아직 저작권의 관념이 안착되지 못한 이유는 그러한 역사적 차이에 있다.


물론 지금은 왕이 지배하고 정복이 이루어지는 시대가 아니므로 로열티라고 하면 주로 지적 재산권, 저작권을 연상하게 된다. 이것도 돈으로 사고팔 수 있게 된 것은 근대의 일이지만, 저작권의 관념은 아주 일찍부터 존재했다.


여기서도 동서양의 큰 차이가 있는데, 좋은 예가 바로 문헌 저작물이다. 고대의 문헌은 저작자가 밝혀지지 않은 게 많다. 인류 최초의 서사시로 꼽히는 수메르의 [길가메시 서사시]는 시대적 배경이 기원전 3000년경으로 추측되고 기록된 시기도 가장 오랜 것은 기원전 2000년까지 거슬러가지만, 특정한 개인의 저작물이 아니라 예부터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가 채록된 것이다.


그리고 유명한 그리스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도 호메로스의 저작으로 알려졌지만 실은 그가 지은 게 아니라 전설을 구술한 것이었다. 그걸 누군가 채록해 후대에 전승시킨 것이다.


그런데 곧 서양에서는 저작권자가 명확한 저작물이 등장하게 된다. 고대 그리스 최초의 역사서로 알려진 헤로도토스의 [역사]를 비롯해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그리고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등 수많은 학자들의 저작물이 있다. 또 로마시대에도 카이사르의 [갈리아 전기],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 등 오늘날까지도 널리 읽히는 고전 문헌들이 출간되었다.


그에 비해 동양의 고대 문헌들은 저작권이 좀 모호하다. 서양의 문헌은 고대부터 개인 저자가 쓴 책들이 많은 데 비해, 동양의 문헌은 개인의 저작이라기보다 제자들이 스승의 가르침을 정리하거나 정부에서 편찬을 명해서 만들어진 게 많다는 특징이 있다.


참고로 공자의 저서들은 헤로도토스와 투키디데스보다 수십 년 앞섰지만 대부분 공자 본인이 쓴 게 아니라 후대에 제자들이 스승의 가르침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또 동양 최초의 역사서로 알려진 [사기]는 저자인 사마천이 천문과 역사를 담당한 관리라는 자격으로 집필한 책이다. 참고로 역대 중국 왕조의 공식 역사서를 25사라고 부르는데, 이것도 전부 정부가 편찬한 ‘관제’ 문헌들이다. 그래서 저자가 모호하거나 다수인 경우가 많다.


한반도의 문헌도 마찬가지이다. 전하지는 않지만 고구려, 백제, 신라의 역사서들은 다 개인 저작이라기보다는 공적 문헌이었다. 심지어 향가를 집대성한 신라의 [삼대목]도 왕명으로 편찬되었다. 조선의 [농사직설]이나 [향약집성방] 같은 실용서도 다 정부가 국책으로 펴낸 서적들이다. 그나마 고려와 조선시대의 저작권이 명확한 개인 저작물은, 대부분 문집의 형태로 문중에서 보관되었을 뿐 발표하거나 출판된 게 아니다.


이에 비해 서양은 중세에 접어들면 개인적인 동기에서 집필되고 출간된 저작물이 훨씬 더 많아진다. 가령, 이븐 시나의 [의학 정전], 초서의 [캔터베리 이야기],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등 대다수 저작물들이 순수한 개인 저작이고, 더구나 그냥 개인이 자신의 업적이나 생각을 기록물로 남기기 위해 쓴 게 아니라 출판되어 남들에게 읽히기 위한 것이었다.


이렇게 동서양의 문헌들이 저작 과정에서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동양의 경우 일찍부터 관치와 관료제가 튼튼히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단지 저작권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식을 보급한다는 관념이 발달하지 못한 원인이 되었다.


문학이든 철학이든 과학이든 개인이 자신의 창작욕과 지적 호기심을 책으로 써서 출간하는 것은 여론을 형성하고 생산적인 논쟁을 낳는 데 중심축이 된다. 그러나 동양에서는 국가가 강력하고 안정된 통치 체제를 구축하고 있었던데다 체제 변화를 용인하지 않았기에 당연히 여론과 논쟁도 국가의 관점에서는 해악적인 것이었다.


여기에다 현대 중국 사회를 관찰하다보면 특이한 점이 발견되는데, 중국인들의 명함에는 온갖 직함이 다 적혀 있다는 점이다. 명함에는 자신의 공식 직함 외에도 무슨 협회회장, 무슨 유한공사 사장, 어느 지역의 무슨 대표, 심지어는 언제 무슨 상을 받았는지도 다 나열되어 있다. 어떤 중국인은 직함이나 수상 실적이 워낙 많아 명함만 다섯 종류를 가지고 다니는 경우도 있다.


중국에서는 직함이 많고 이를 증명하는 증서가 많을수록, 상을 많이 받았을수록 믿을만한 사람이라고 인정받기 때문이다. 정치인이나 사업가는 물론 예술가들도 증서를 많이 받으면 받을수록 그 몸값이 올라간다. 가령 도자기를 만드는 공예사라고 해도 작품 수준에 대한 평가보다는 갖가지 증서들을 통해 고급공예사가 될 수 있다. 중국에서 결정되는 예술 작품의 가격은 작품 자체의 가치가 아닌 작가의 사회적 지위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심한 경우에는 작가의 작품은 보지도 않고 그가 받은 증서나 상장, 그의 직칭만 보고 작품을 사는 경우도 비일비재 하다.


현대 중국인들은 왜 이렇게 증서에 목을 매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중국인 특유의 명분과 관련되어 있다. 중국인은 대단히 실용적인 사람들이라는 세간의 오해가 있지만, 사실은 이에 못지않게 명분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물론 우리는 주로 정의를 기준으로 명분을 찾지만, 중국인들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지지하고 있는지를 기준으로 한다. 설령 정의롭지 않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지지하면 그게 명분이 되는 것이다. 이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아야만 문화와 언어가 다른 사람들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중국 특유의 현실 때문이기도 하다.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주는 역할을 해주는 것이 바로 증서인 것이다.


훌륭한 인품, 인격보다는 증서가 많으면 많을수록 훌륭한 사람, 성공한 사람인 것이다. 그리고 중국인들이 증서를 좋아하는 데에는 문헌기록을 중시하는 관습과도 연관이 있다. 즉, 문자가 보태져야만 무게감이 있어 보이고, 그래야만 가치가 있어 보이는 것이다. 따라서 모든 종류의 증서는 그것을 발행하는 주체의 권위를 높이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별 권위 없는 기관이 별 내용도 없는 증서를 발행해도, 그 증서를 받은 자는 그 증서를 이용하여 자신의 권위를 키우고 마침내 증서 발행의 주체에까지 권위를 실어준다.


현대 중국인들의 이러한 습성을 고려해보면, 왜 동양 사회에서는 저작권의 관념이 발생하기 어려웠는지를 역으로 유추해볼 수 있다. 관치가 지배하던 동양 사회에서는 아무리 뛰어난 창작자가 훌륭한 문헌을 남기더라도, 그에게 그럴듯한 관직이나 증서가 없는 한 아무도 그것을 구입해서 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연히 관제 문헌이 주류가 될 수밖에는 없었고, 저작권이란 관념이 발생할 여지 자체가 애당초 없었던 것이다.


동양의 인쇄술이 서양보다 훨씬 앞서 발달했고, 계몽주의 시대에는 서양이 자랑하는 것보다 훨씬 방대한 백과사전이 편찬되었음에도 지식이 널리 보급되지 못한 것에는 동양 사회의 그런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저작권이 발달한 사회란, 예나 지금이나 바로 선진 사회이다. 서양과 동양의 지적 우열관계는 이미 고대부터 결정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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