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에는 늘 책임이 따르니까
말이든 행동이든 내가 한 모든 일은 결국 내가 책임져야 하는데
나도 내 진짜 마음을 모르겠단 말이야
일시적인 감정인지 아니면 오랫동안 뒤척일 마음인지
나는 진짜 모르겠어
순간의 변덕이면 어떡하고 착각이면 어떡해
그런 즉흥적인 마음으로 아무렇게나 행동할 순 없어
또 그게
내 진심이라 해도 마찬가지야
진심이면 그래서 뭐?
진심이면 모든 게 해결된다는 식의 미신은 이제 믿지 않아
실제로 그게 아니거든
현실은 마음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 만큼 간단하지 않아
여러 가지 사정과 상황이 개입되고
머릿속에선 괜찮았던 일들, 아무렇지도 않았던 일들이
현실에서 맞닥뜨린 순간 골치 아픈 일이 돼
또 사소한 문제라 해도 손에 박힌 가시처럼 사람을 지속적으로, 은근하게 짜증 나게 만드는 일에도 사람은 얼마든지 무너질 수 있어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나는 아무 말도 못 하게 되는 거야
입을 꾹 다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거든
지금 이 상황이 계속 지속되기야 하겠지만
물론 선택하지 않은 것도 선택이고
내가 여태껏 해 온 이 선택하지 않은 선택이 어떤 식으로 나를 망치고 관계를 망쳤는지
이제는 나도 알고 있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확실하지 않은 채로 아무 선택이나 내릴 순 없는 거야
어쩌면 극도로 비난받는 걸 꺼리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난 아무 말이나 해서 괜히 심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
내가 당해 봤을 때 그게 얼마나 좆같은 일이었는지 똑똑히 기억하니까
그리고 사실 상황도 그래
내가 만약 말을 해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타난다고 치면 나는 내가 간절히 바라던 불행한 행복을 맛볼 수 있을 거야
그렇지만 부정적인 결과가 나오면, 나는 그냥 이도 저도 아니게 되거든 아니 최악의 상황에 빠지게 돼
하지만 말하지 않으면 적어도 중간은 가겠지
내가 바라던 결과를 얻어도
세상은 게임이 아니잖아
미션 컴플릿 같은 개념이 아니라고 온고잉이지
그것도 더 힘들고 힘들고 힘들고 힘든 일들로만 말이야
그리고 정해진 배드 엔딩을 맞을 수밖에 없어
그런 것들이 내 입을 막아

나 이제 어린애 아니잖아
옛날처럼 내 마음이 내키는 대로 행동할 수 없는 나이가 된 거지
무모하지 못해서 미안해
그렇지만 내가,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것도 결국에는
어떤 한 이유 때문이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그랬으면 좋겠어

오랜만이야 내 마음을 털어놓은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