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16화,
본방 볼 땐 해피엔딩이어서 흐뭇했는데,
막상 끝나고 나니 갑자기 너무 해피로 후루룩 가버린 게 아닌가 조금 허탈했거든,
근데 다시 한 번 복습하니까 좋은 엔딩이었다 싶어.

준영이가 이기적인 마음으로 사랑한다 말할 수 있게 되고,
송아가 준영이를 이해하고 자신의 마음에 상처를 낸 게 준영이나 다른 사람들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었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그동안에 엉키고 쌓인 문제들이 풀리는 건 정말 단지 시간의 문제였는지도 모르겠어.

하지만 그 과정을 30분만에 훑은 건 여전히 좀 아쉽다.
그 후에 준영이랑 송아가 어떤 대화를 했을지도 궁금하고,
준영이가 브람스를 치면서 비로소 밝고 행복한 연주를 하는 모습이나
송아가 공연 기획 일에 서서히 마음을 쏟게 되면서 바이올린에 대한 감정이 가벼워지는 과정 등등도 궁금한데…
상상으로 때울 수밖에 없겠지?

소중하게 여겼던 것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아둥바둥하며 상처받고 있을 땐
12-14화에서의 준영이 송아처럼 마음이 지옥같지만,
그 어둠을 일단 혼자 힘으로 스스로 헤쳐 나오면,
그 후에는 또다른 아름다운 세상이 기다리고 있다는 걸 보여준 것 같아서 위로가 되는 마지막회였어.
하지만 또 동시에 불안한 청춘을 지나 행복과 안정감을 찾은 준영이와 송아의 모습을 보니까,
이제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불안하고 아프고 흔들렸던 둘의 시간이 과거가 되어버렸다는 게 애틋하고 그립기도 했어.
막상 그 속에 있을 때는 힘들었을테고 하루 빨리 혼란 속에서 빠져나와 행복해지고 싶었겠지만,
그때만 발할 수 있는 빛이 있었구나,
예쁨이 있었구나,
그런 느낌이 들었어.

행복해지고 싶으면서도
행복이란 뭘까 요즘 그게 너무 모호하게만 느껴졌었는데,
행복이라는 거 이런 거 아닐까? 하고
눈에 보이는 이미지로,
몸에 와닿는 장면으로,
잘 표현해준 작품인 것 같아 감사하고 정말 기억에 남을 것 같아.
마지막회 다 보고 나서 내가 행복에 대해서 너무 어렵게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는 느낌이 들었어.
15회 이전의 준영이, 송아와 마찬가지로 말이야.

2020년 9월 그리고 10월
브람스가 있어서 너무 다행이었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