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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리뷰] 당김음: 돌연 모두 멈춰야만, 밖으로 나갈 수 있기에 1모바일에서 작성

ㄱㅅㅁ(110.70) 2020.10.26 02:07:45
조회 1898 추천 68 댓글 15


"아뇨. 이제는 아무 것도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밖에 비가 오더라고요. 송아씨, 악기 메고 있었는데..그래서 송아씨가 혹시 우산이 없으면 밖에 못 나가고 있을까봐...그래서 우산을 갖고 내려갔어요. 송아씨가 못 나가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우산을 줬어요. 쓰고 가라고요. 제가 매일 우산 갖고 다니겠다고, 송아씨는 비 걱정하지 말라고 그랬었는데...제가 송아씨를 힘들게 했어요. 송아씨가 행복하지 않대요. 저 때문에..."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15회, 게네날 파우제: 돌연히 멈추고 모든 성부가 쉴 것, G.P., 박준영 대사)

"그렇대도 이 알레그로 악장[베토벤 E플랫 장조 3번 교향곡 Eroica 1악장]보다 더 진지하고 더 극적인 것이 있을까? 에너지 넘치는 힘찬 주제가 이 악장의 배경을 이루는데 처음에는 주제 전체가 고스란히 제시되지 않는다. 작곡가는 흔한 관례와는 정반대로 교향곡을 시작하면서 자기가 표현하려는 멜로디를 슬쩍 우리에게 보여준다. 그 멜로디는 도입부 몇 소절이 끝난 다음에야 눈부시도록 화려하게 나타난다. 센박과 여린박의 순서를 바꾸는 당김음이 빈번하게 나타나고, 약박에 강세를 줌으로써 3박자 소절에 2박자 소절을 여러 번 결합하는 리듬이 정말 대단하다."
(엑토르 베를리오즈, Ludwig van Beethoven, 이충훈 역, 베토벤과 아홉 교향곡, PHONO,  2020, p. 53)

*위 인용문들을 예시하면서 글쓰기를 통해 형태를 부여하고 싶은 생각이 있고, 그 생각을 너네들과 공유하고 싶어 글 제목(<당김음: 돌연 모두 멈춰야만, 밖으로 나갈 수 있기에>)을 주제로 리뷰를 쓰려 해. 이번이 1편.

지난 번 리뷰에 루소의 사회관계론을 언급(역시 현학이지...미안하다)하며 드라마 속 두 주연의 사랑이 각자의 자유/독립성과 행복/동반자성이 병행해야 하는 성질의 것이라는 뜻을 썼어. 송아의 졸업연주와 준영의 반주에 요하임의 F-A-E와 브람스의 F-A-F를 포갠 다음, 한글로 '혼자됨'과 '같이 함'이라는 표현을 더해서 말이야. 당시 복잡하게 썼지만 핵심은 사랑이란 어느 쪽이든 일방적이고 완전한 소유가 아니라, 두 독립적인 존재의 자유가 온전히 지켜진 상태에서 공존하는 행복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어. 극 중 준영의 대사인 "적당히 사랑하라"도 그런 의미로 정교하게 해석할 말이라고 봐. 요컨대 결코 상대를 잠식하지 말 것. 동시에 자신을 소진하지 말 것. 결코 상대를 초과하지 말 것. 동시에 자신을 희박하게 만들지 말 것.

그럼 극 중에서 지나치게 사랑하게 돼 '자신을 사랑하기가 힘들어진' 송아와 그런 송아의 힘듦을 '다 내가 잘못했다'고 무조건 덮어주려는/가려주려는 준영은 어떻게 해야 할까? 다음 단계를 어떻게 진행시켜야 서로의 독립된 자유를 고양시켜주면서 동시에 같이 함의 행복을 누릴 수 있을 것인가?

모든 성부가 돌연 멈춰야 한다는 게네랄 파우제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 있지.
음악 용어 대신 문자 그대로 보면 독일어로 게네랄 파우제는 영어로는 general pause,  우리말로 풀어보자면 '모두 쉼'이야. 미리엄 웹스터 사전에서는 "앙상블 음악에서 모든 파트가 리듬 없이 쉼(a nonrhythmic rest in all parts in ensemble music)"이라고 정의하고 있지.  

그러니까 진짜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정도가 너무 넘쳐서 마음과 달리 균형을 잃고 망가져가는 상황을 깨기 위해서는, 나나 당신이나 일부러 나쁘거나  폭력적인 것이 아님에도(아니, 오히려 너무나 사랑하기에) 일이 잘못되어가는 걸 막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는 (돌연이라고 할 만큼 강력하고 단호하게) 관성의 운동을 멈추고 침묵과 성찰로 들어가야 한다는 얘기지. 그 침묵과 성찰의 시간, 멈춤의 단계가 있어야만 사랑하는 나의 당신이, 그리고 당신의 내가 밖으로 나갈 수 있기 때문이지. 내 안에 갇히지 않고. 당신 안의 나에게 갇히지 않고 말이야.

그래서....리뷰 2에서는 '밖으로 나감', 작감들 말 그대로 하자면 '성장'에 대해 써볼게. 나아가 베를리오즈의 '당김음'과 우리 드라마 작가 & 감독의 극 구성 '테크닉'을 연결시켜보는 글도 ㅎㅎ

읽고 의견들 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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