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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61.96) 2016.07.20 06:03:11
조회 1468 추천 70 댓글 16

														

보고싶다




“아신, 이리 오렴.”


저보다 수십 배는 더 큰 화로를 끌어보고자 끙끙 용을 쓰고 있던 작은 생물체가 다정한 매장소의 목소리에 바쁘게 구슬땀을 닦고 요리조리 구석구석 제 몸을 훑어 고운 비단 옷에 흐트러진 곳이 없나 살핀다. 마지막으로 탁탁, 접힌 부채까지 이상이 없나 꼼꼼히 점검을 마친 그가 황홀한 눈으로 매장소를 올라다본다. 고 작은 눈빛이 어찌나 반짝이는지 매장소의 입술이 우아한 호선을 그렸다.



린신은 저를 꼭 닮은 낯선 생물체를 경계했지만, 매장소는 퍽 마음이 가는지 내내 호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정체를 묻자 나는 린신이야! 하고 작은 생물체가 발랄하게 외쳤다. 린신이 이맛살을 구기며 작은 생물체의 목덜미를 잡아채자 가엽게도 바들바들 떨었다. 그러자 린신에게서 냉큼 작은 생물체를 낚아챈 매장소가 그리 다루려거든 내가 데리고 있겠네. 하고 린신에게 차갑게 말하고는 살며시 작은 생물체를 놓아주었다. 작은 생물체는 고개를 푹 숙이고 어깨를 축 늘인 채 시무룩해져 있었다. 터덜터덜 곧 린신에게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어찌나 힘이 없는지 매장소가 린신, 하고 다정히 불러 세우자, 냉큼 돌아서는 얼굴에 꽃이 피었다. 나를 불렀어! 화나지 않았어! 예뻐! 고와! 좋아! 고 작은 몸이 방정맞게 방방 뛰는 것을 보고 매장소의 다정한 목소리에 살살 풀린 얼굴을 굳힌 린신이 어이가 없는 듯 할 말을 잃었다. 지금 이것을 부른 겐가, 하고 불만 어린 목소리로 묻자 매장소는 린신이라고 하지 않아. 하고 작은 생물체를 쓰다듬어 주었다. 린신을 앞에 두고 작은 생물체에게 린신, 린신하고 다정히 불러대는 통에 린신이 단단히 뿔이 났고 하는 수 없이 요 작은 생물체는 아신이 되었다.



아신이 미처 이루지 못한 것을 린신은 단번에 해냈다. 화로를 매장소에게 가까이 밀자 매장소를 향해 반짝반짝 눈을 빛내던 아신이 뱅그르르 돌아 린신에게 돌아갔다. 린신은 성가시다, 하고 아신을 밀어냈지만 아신은 밀어내면 밀어내는 대로 슬그머니 떨어지는 척 얌전히 굴다가 틈을 봐서 고 짧은 다리를 놀려 도도도 린신의 곁으로 가고야 말았다.


- 나는 장소가 좋아!


씁. 린신이 주의를 주자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던 아신이 린신이 앉은 모양새를 따라 얌전히 다리를 접고 앉았다. 그러나 이내 다리가 저린 듯 파닥거려 매장소의 이목을 끈다.


- 장소 앞이야! 긴장해! 멋있는 모습! 좋아!


종알종알 발랄하게 외쳐대는 통에 매장소가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진심으로 웃는 그 모습에 내내 못마땅한 얼굴로 있던 린신 또한 어느새 표정이 폈다.


- 매화가 웃었어! 예뻐! 웃는 거 좋아!


“조그만 게 시끄럽기는.”


높게 올라간 방정맞은 목소리가 제 입에서 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아 린신은 매장소에게 무한한 애정을 표현하는 아신을 괜스레 탓했다.


“그리 면박을 줘야겠어.”


매장소가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린신을 타박하자 린신이 울컥 올라오는 말을 꾹 삼켰다. 매장소를 향해 돌렸던 몸을 린신에게로 향한 아신이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이내 종종걸음으로 거리를 재는 듯 부지런히 린신과 매장소의 사이를 오갔다. 화로를 두고 마주보는 거리가 그리 길 것도 없건만, 아신에게는 아주 넓은 공터인 듯 제 자리에 섰을 때 차오른 숨을 크게 뱉어냈다. 그 작은 몸짓에 매장소가 눈을 떼지 못한다. 아신이 곧 허리춤에 차고 있던 칼을 꺼냈다. 작아도 제법 날이 선 진검이었다. 혹여나 매장소에게 해가 갈까 린신이 긴장하려던 순간, 아신은 야무지게 칼을 들고 익숙하게 몸을 날렸다.

절도 있고 우아한 검무에 순간 긴장했던 린신이 맥이 탁 풀렸고 멋들어지게 몸을 돌려 아름다운 선을 만들던 아신의 동작 또한 삐끗하고 말았다. 매장소를 볼 때와는 조금 다르게 물기가 어린 채로 반짝이는 눈빛에 작은 원망이 들어찼다.


- 실수했어! 장소가 봤어! 어떡해!


“다시하면 되잖아.”


린신이 이마를 부여잡고 대충 해답을 제시하자 칼을 늘어뜨리고 울먹거리던 아신이 슬그머니 칼을 넣고 축 늘어진 채 터덜터덜 린신의 옷자락을 붙들고 넓은 소매 사이로 몸을 감췄다.


- 망했어! 실망했을 거야. 장소가 실망했어.


울먹거리는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매장소가 슬그머니 몸을 일으켰다. 아신에게 집중하고 있던 린신이 어느새 제 옆에 앉은 매장소를 보고 저도 모르게 몸을 빼려고 했다. 매장소가 린신의 손을 덥석 붙들었다. 향긋한 매화향이 피어올라 린신의 혼을 쏙 뺐다. 소매 자락에서 웅크리고 있던 아신이 린신의 소매 끝을 붙들고 밖을 내다보았다. 그리고는 덩달아 혼이 나간 표정에 매장소가 기어코 웃음을 터트렸다.


- 웃었어! 예뻐! 좋아!


시무룩해졌던 것도 잊고 도도도 매장소에게 가려던 아신을 린신이 냉큼 잡아채어 도로 소매 안으로 밀어 넣었다.


- 꽃잠이구나! 좋아! 그런데 오늘은 위험, 장소 좋아! 괜찮아!


“아신의 기대에 부흥해야하지 않겠어.”

“자네 정말, 어어….”


매장소의 말간 눈에 어린 장난기에 고개를 절레절레 젓던 린신이 어느새 매장소에게 깔렸다. 향긋한 매화 향에 어우러진 아름다운 매장소에 넋이 나간 린신이 옷가지가 풀려나가는지도 모르는 동안 옷가지에 묻힌 아신은 연신 매장소가 좋다고 노래를 불러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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