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교인데 그래도 사람이 살다보면 기도를 해봤으면 하는 때가 있어. 마음도 다스릴 겸. 

물론 집에서 기도해도 되겠지만 좀 진지하게 기도를 드리려면 종교시설을 가야하는데 교회나 성당은 신자도 아니면 부담되지.

갔다가 혹시라도 누가 어디서 왜 왔냐고 물으면

"아이즈원 12명 다시 모여서 행복 리런칭되게 해주세요 기도드리러 엠겔에서 왔어요."

오...

아무튼 그럴때엔 절이 좋아. 그것도 좀 유명한 절. 불국사같은 관광지는 어렵고 서울이면 조계사나 길상사 이런 절들이 좋지.

내가 다녀온 절은 봉은사.

강남 코엑스 바로 옆에 있어서 가기도 좋고 가서 부처님께 무지성 큰절해도 아무도 관심주지 않음. 

특히 사람이 많은 주말이 좋겠지? 휴일이니 가서 나무아미타불 앚세음보살을 해보자 마음을 먹음.

큰 절들은 불당도 많고 부처님도 많아서 좀 절을 많이 해야됨.

입구가 약간 길어. 문 하나 지날때마다 합장 정도만 하면서 쭉쭉 지나침. 이 길을 쭉 올라오면 저 앞에 공양미 무인판매대가 있다.

물론 불전함이 있긴해. 그래도 공양미 들고 왔다갔다하는 정성도 중요하지. 공양미로 반 내고 불전함에 반 낸다 이정도면 적당.

그리고 불당마다 들어가서 무지성 절하기 시작했다. 이제부터 난코스.

기본적으로 불당에 큰 부처님이 앉아계신데 양 옆으로도 작은 부처님들 혹은 탱화 혹은 관세음보살 혹은... 아무튼 주위에서 절하는 방향을 눈치껏 보면서 무지성 큰절 시작. 이게 개인 제사 지내거나 다른 목표가 있는 - 이를테면 입시나 회원제 기도 - 법회도 있어서 눈치껏 다녀야 됨. 

그리고 절을 얼마나 해야하냐. 이건... 체력전이거든. 그러니 처음 대웅전에서 무지성 108배 했다간 이 여름에 남들 다니는 절간 바닥에 육수를 쏟는 민폐를 끼칠 수 있음. 

옆의 아주머니들은 아주 기계적으로 절하시는데 이분들은 프로야 프로. 이분들을 놀래게 해선... 아니 경쟁(?)하면 안됨. 최소 3배는 한다 정도로 힘들면 합장한채로 좀 쉬다가 다시 절하고. 

(악플은 반사)

그러다가 이분까지 가면 이제 절 다 한거다. 

절하면 처음에는 잘 되게 해주세요 하면서 비는데 후반에 가면 무지성으로 그냥 엎드리게 됨. 절이란게 기도이기도 한데 전신운동이거든.

운동하면서 딴 생각하기 쉽지 않다. 그냥 절하는데 집중하게 됨. 그러면 효과가 있겠냐고? 그건 부처님 마음이지.

내려가다보니 이 분을 빼먹었네. 동전까지 내놓게 하는 상수...이 아니라 익살이지. 조크. 봉은사는 대표적인 돈 많습니다 절이니 오해하지 말자.

사실 부처님마다 전공분야가 따로 있거든. 교인이 아니니 그런건 모르겠고 그저 예쁘게 봐주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속으로 빌면서 합장하고 나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