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사적인 의미, 영화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내 주관과 경험이 많이 들어가 있는 리스트임.
감정적으로 크게 와닿았던 것 위주로 10개를 뽑았음.
1. 지가 베르토프 - 카메라를 든 사나이 (1929)
영화사적인 의미를 생각하지 않고 순수하게 굉장히 좋아하는 영화임.
보다보면 묘하게 빠져드는 영화.
여자가 일어나서 옷 입는 장면부터는 항상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는 거 같다.
그래서 최소한 한 달에 한 번은 다시 감상함.
너무 좋아서 엄마한테도 추천해서 같이 봤는데 30분을 못 버티시더라.
2. 호세 루이스 게린 - 그림자 열차 (1997)
빛의 활용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던 영화임.
이 감독의 영화의 성격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영화라고 생각함.
게린의 필모그래피를 좀 보고 봤으면 더 좋았을 법했던 영화다.
극장에서 처음 본 후에 며칠 동안 계속 생각나서 왕복 2시간을 걸려서 또 보러 갔던 기억이 있다.
3. 호세 루이스 게린 - 실비아의 도시에서 (2007)
그림자 열차를 보고 나서 이 감독에 대해 지대한 관심이 생겼다.
그래서 학교 도서관에서 DVD를 빌려서 봤던 영화임.
거울 활용이 굉장히 인상적임.
초반 10분을 제외하고 영화가 끝나는 시점까지 숨이 차서 호흡하기 힘든 기분이 든 건 처음이었다.
그만큼 압도당했음.
여자 존나 예쁘니까 안 본 사람은 꼭 봐라.
4. 허우 샤오시엔 - 카페 뤼미에르 (2003)
솔직히 이 영화를 보고 한 순간도 지루하지 않았냐고 물으면 그렇지 않았다고 말 못할 듯.
그도 그럴 것이 이걸 본 사람은 알겠지만,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커다란 사건이 없음.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 잔잔함.
하지만 엔딩 크레딧이 나올 때, 주제가가 등장하는데 그 가사를 들으면서 영화를 곱씹어보면 몹시 감동적임.
그래서 이거 처음 보고 그 자리에 앉아서 엔딩 크레딧만 멍하니 1시간 동안 반복해서 보고 있었음.
5. 프랭크 카프라 - 멋진 인생 (1946)
사실 이 영화 내용 자체를 엄청 좋아하진 않음.
‘조지는 영원히 마을에 갇혔다’ 같은 식으로도 생각될 수 있어서.
하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엔딩 장면이 와닿지 않을 수가 없더라.
내가 지금까지 영화 보면서 딱 두 번 울어봤음.
처음 운 건 멋진 인생 1회차, 두 번째로 울었던 것 멋진 인생 2회차임.
그런데 이것도 익숙해져서인가 3회차부터는 그 정도의 감흥은 없더라.
6. 쿠엔틴 타란티노 - 킬빌 1 (2003)
킬빌은 1편과 2편 성격이 몹시 다르다고 생각해서 1편만 특정해서 꼽음.
내가 영화에 깊이 빠져들게 만든 게 이 영화여서 이걸 뽑았다.
영상물에 대해서 거의 접한 게 없던 그때의 나는 이 영화가 몹시 신선했던 거 같다.
그래서 친구들한테도 이거 추천해봤는데 호불호 꽤 갈리더라.
다른 영화들도 그렇고 은근히 우리나라 사람들한테 타란티노 타율 낮은 거 같음.
그걸 증명하는 게 관객수고.
7. 프리드리히 빌헬름 무르나우 - 선라이즈 (1927)
난 이 영화를 단지 잘 만들었기에 뽑지는 않았고, 내 개인적인 경험과 섞어서 뽑았다.
작년에 극장에서 피아노 연주를 들으면서 감상했음.
이전에도 몇 번 봤지만, 현장에서 피아노 연주를 직접 들려주며 보여준다길래 바로 예매했지.
그 덕에 옛날 영화들에서나 볼 수 있던 오케스트라 연주를 동반한 무성영화 관람을 체험할 수 있었다.
비록 이건 피아노 한 대였지만.
큰 스크린으로 보니 영화도 너무 아름다웠고 그냥 이 날의 경험 자체가 너무 소중했음.
어느 날 집에서 다시 보니 그 날의 느낌은 안 살더라.
8. 알랭 레네 - 잡초 (2009)
보통 레네의 대표작으로는 자주 언급되지는 않는 것으로 알고 있음.
근데 이걸 뽑은 이유, 영화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움.
동화 같은 영화라는 표현이 제일 잘 어울릴 거 같다.
안 본 사람 있으면 엔딩 크레딧 한 번 들어봐라.
영화 분위기랑 너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함.
9. 앤디 워홀 - 엠파이어 (1964)
갤에서 항상 엠파이어 엠파이어 거려서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긴함.
근데 난 이걸 진심으로 뽑았다.
이걸 처음 봤던 사람들의 느낌을 받고 싶어서 친구 한 명 초대해놓고 이걸 같이 봤음.
막 떠들기도 하고 뭐 먹기도 하면서 잠깐잠깐 보는 방식으로.
영상물 속의 사소한 변화, 예를 들어 어두컴컴한 밤이 되었다던가, 비행기가 떠다닌다던가 이런 것들을 보면서 시간이나 문명 등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음.
굳이 누구랑 같이 보지 않더라도 혼자 생각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될 거라고 생각해서 한 번 보는 거 추천함.
단순히 빌딩 하나 서 있는 짤 하나만 1초 동안 보고 잊어먹을 그런 영화는 전혀 아님.
10. 페데리코 펠리니 - 비텔로니 (1953)
다른 거 다 적고 나니 9개여서 나머지 하나 뭐 채우지 하다가 갑자기 딱 떠올랐음.
자기 글 읽어봐달라고 열심히 소개하는 캐릭터 하나가 갑자기 생각나더라.
볼 때는 몰랐는데 그 장면이 그렇게 강렬했었나. 잘 모르겠다.
쓰면서 느꼈던 건데 이런 건 항상 유명한 영화들로 밖에 채워지지 않는 거 같음.
그만큼 좋은 영화니까 항상 입에 오르내리는 거겠지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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