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리는 수선실 앞 풍경. 내 인생 첫 근무지.
스물아홉이 되어서야 첫 취업을 했다.
일찍이 취업해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살아가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상당히 늦었던 취업.
그만큼 하고 싶은 일 찾아 삼만리 여행을... ㅋㅋㅋㅋㅋㅋ
그렇다고 남들이 보기에 딱히 멋진 일도 아닌 것.
고시원 살이와 함께 시작한 명품 수선회사 근무.
군깔깔이에 칼하트 앞치마 ㅁㅌㅊ...? ㅋㅋㅋㅋ 내 근무 복장이었음.
나도 명품 수선이나 리폼 작업에 참여해볼 수 있다니! 하면서 엄청 설레는 마음으로 근무를 했지만,,,
시니어 장인분들 중 막내 분 경력이 20년 정도의 경력인지라,.,, 주니어중에서도 제일 막내였던 나는
당연히 명품 수선이나 리폼 작업에 바로 참여할 수 없었어 ㅋㅋ
대표적인 명품인 루이비돈, 구디, 부라다, 벤디, 휄아감오, 엠투엠,,, 더욱 하이엔드로는 델보우, 구리수찬 티올, 채널, 헤르메스 까지,,
수백에서 수천만원짜리 가방에, 수선경험이 일자무식인 나같은 초짜가 손을 댄다면,,,?
자칫 기스라도 난다면, 엄청 큰일이지 ㅎㅎ... ㅠㅠㅠ
그래서 내가 맡은 첫 임무, 실밥 제거!
그리고 수선이 정해진 고객님들의 가방 해체!
이 두가지 작업을 위주로 했던 것 같아 ㅎㅎ
특히 가방 해체를 하며 배울 수 있는게 많았어.....!!!!
진짜 내겐 과장없이 모든 가방을 열어볼때 이 장면 그 자체 였음.
한땀 한땀 존내 소중하게 실밥을 뜯으며, 비밀스러운 명품 브랜드의 제작방식을 파헤쳐 나갈때면
그 희열은 정말이지,,,, 대박이었다....!!!!!!
솔직히는, 수선 및 리폼에 대한 메인작업을 하는것 보다, 해체 과정을 통해 더욱 더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어
수선실로 들어오는 다양한 명품가방들을 해체해 가며, 각 브랜드의 봉제 방식이나 마감, 또는 가죽 및 원단의 다양한 보강방식을 관찰할 수 있었어 ㅎㅎ
모든 사진을 올리기엔 무리가 있을것 같아, 조금만 올려보자면,
뱀가죽을 이용한 구디 가방 해체 후 사진이야 ㅎㅎ
뱀가죽의 경우, 두께가 상당히 얇기 때문에, 가죽에 힘이 없어, 그대로 제품을 만들 수 없어.
가죽 뒷면에 소가죽을 본딩하여, 뱀가죽의 물성을 소가죽의 물성 정도로 바꾸어, 힘을 준것을 확인 할 수 있었던 사진이야.
물론 소가죽을 사용할 수도 있지만, 마이크로 파이바 계통의 보강재나, 샤무드, 혹은 스펀지 계열의 인솔 등을 붙여 작업하는 방식도 있지 ㅎㅎ
요 사진은 이불생요람 가방의 뼈대를 구성하는 보강방식을 잘 관찰 할 수 있었던 해체 작업 이었어
양가죽을 이용한 가방인지라, 최대한 부드러운 쉐입을 위해,
가죽뒷면에는 거즈와 비슷한 면포를 붙여, 잘 늘어날 수 있는 양가죽을 늘어나지 않게끔, 그러나 양가죽 특유의 유연함은 잘 유지될 수 있도록 한 모습이야.
또한, 옆밑면 가사리쪽에 탈린 보강재를 앞뒤로 붙여, 찌그러질 수 있는 부분을 볼륨감 있게 단단히 보강해준 모습이야.
물론 전체 본딩 작업을 하지 않고, 가장자리는 모두 얇게 피할작업을 거쳤기에, 겉모습에서는 보강재가 드러나지 않아, 깔끔하게 제작된 모습이지 ㅎㅎ
또한 금액적 측면으로도 저가형인 LB 보강재(복원력이 적고) 와 고급형인 탈린 보강재(복원력이 강한)를 모두 잘 믹스해 최대한 경제적으로 작업을 한 것을 확인할 수 있어.
이런 것 외에도 루이비돈을 해체해 보기도 하고,
사이즈 축소 수선건으로 들어왔던 헤르메스와 같은 하이엔드 브랜드의 가방을 면밀히 만져보고, 관찰해볼 기회도 생기고,,
패턴작업을 어렵게 하기로 유명한 부라다, 미워미워 등,,, 정말 정말~ 많고 많은 가방들,
가방 외에도, 루이비돈의 캐리어까지, 다 하나하나 열어볼 수 있었던 것...
그 경험과 기억들이 내 전두엽에 박혀있다. 아직까지도! ㅋㅋㅋ
(안감 수선건으로 들어왔던 멋진 동전 지갑 핸드백.. 진짜 예술 그자체였음. 세상에 맙소사 저 꽃모양 비즈들을 하나하나 엮어서 제작했더라 ㅎㅎ)
다양한 브랜드의 가방을 직접 눈으로 보고, 직접 뜯어보고, 엄청나게 공부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음....
또한, 엄청난 경력을 가지신 멋진 장인분들 뒤에가서 제품 만드는거 힐끔힐끔 눈으로 도둑질도 하고
(물론 뒤에 몰래 서있다가 궁금한거 있으면 바로바로 물어보고 ㅋㅋ)
그리고 다양한 고객들과의 상담 문의를 바탕으로 장인분들께 전달해 드리는 작업지시서도 작성하고,
고객상담, 가방수선까지의 모든 프로세스들을 모두 한데 모아, 마케팅 업무도 해보고..!
(마케팅 이라 부르기엔 뭔가 초라할 수도 있지만 ㅎㅎ,, 그래도 8월에 분점으로 런칭한 스타트업에서 꽤나 매출을 만들어 주었던 블로그 작업!)
명품가방 해체하랴, 고객상담하랴, 택배보내랴,,, 너무 바쁘기에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마케팅 방식은 회사 블로그 구성이었는데,
그래도 회사생활 재밌어서 졸라 열심히 했더니, 회사 블로그 조회수가 PO늘음WER ㅋㅋ
이 모든 근무 시간들이 내가 진화할 수 있도록 엄청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
이렇게 낮(09:00~19:00)시간에는 열심히 근무를 하고, 밤시간(19:00~22:00)에는 본점에 계시는 대표님께서 직접 교육을 해주셨어
물론 저녁밥은 스킵! ㅋㅋㅋㅋㅋㅋㅋㅋ
(가끔씩 내가 실수로 교육 끝나면 아~~~ 배고파~~~ 라고 말이라도 하면 형 누나들이랑 대표님이랑 야식먹으러 가야댐 ㅋㅋㅋㅋㅋ)
일반적으로 소규모 업장에서
손으로 직접 제작하는 설계도면은 사람의 손으로 만들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오차가 생길 수 밖에 없어.
그렇게 되면 일률적인 퀄리티를 가진 제품이 나오기 참 어렵지.
또한, 설계도면이 손상되기라도 한다면, 그 도면에 있는 데이터를 가진 새로운 도면을 다시 만들기 어려워.
그래서 보관 자체도 문제이기도 하고 ㅎㅎ
수선 및 리폼 전문 회사에서 근무하다보니, 각기 다른 디자인의 가방 설계도면이 1000개가 넘어가는데, 캐드 도면을 이용해, 컴퓨터에 간단히 보관하고, 수정하고
CNC 기계를 통해 패턴도면을 절삭하는 등,
정말 최신의 방법을 통해, 하이퀄리티의 설계를 금방 금방 뽑아 내더라.
돈을 많이 벌면 가장 가지고 싶은게 CNC 기계야 ㅋㅋㅋ
또한, 교육시간내 직접 설계한 패턴을 바탕으로 내가 가방을 직접 제작해 보는 시간도 있었어.
이때, 처음으로 말뚝미싱을 써봤어 ㅎㅎ,
뭐 이런것 외에도 미싱 세팅법부터, 피할기 세팅법, 각종 장비 세팅 및 수리 방법, 등등,,, 진짜 많은걸 배워온것 같아.
대표님 자체가 기술을 알려주시는데 거리낌이 전혀 없고,
기술자 주니어들을 만드는데 관심이 있으셨기에 정말 수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던 것 같아.
진짜 다시금 느끼지만, 최고의 회사긴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렇게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고, 더 늦은 밤에는 술 한병 사서 먹고, 담배 한대 피고 고시원 드가서 자고,
주말에는 태릉입구에서 인천으로 돌아가고,
그렇게 7개월간 주경야독의 삶을 살았음 ㅎㅎ...
하지만 제작팀으로 들어왔어도, 결국 마케팅적인 일을 하게 되더라.
(촬영용 화이트 박스에 들어가 완성품들을 촬영하는 보닌쟝의 모습.JPG)
내가 일했던 곳은 개업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주니어들을 키울 여유가 되지 않았고,
물론 나도 그것을 알고 있었기에, 회사 매출을 직접적으로 올리는데 도움이 되는 업무를 선택해 최대한 열심히 일했던 것 같아 ㅎㅎ
그 덕에 월급도 입사동기들 보다 많이 받았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속에서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더라구
같이 교육을 받았던 입사동기들 중 나는 갓 개업한 곳으로 배정이 되었고 모두 본점으로 배정이 되어,
입사동기들은 밤에는 기술을 배우고, 낮에는 장인들과 함께 작업하고 실력을 기르고, 모두들 꿈을 향해 달려나가는데,
나 혼자 마케팅적인 다른 업무를 한다는 게, 그게 참 뭔가 뒤쳐진다는 느낌도 받고,,, 뭔가 그랬음 ㅋㅋㅋ
(그렇다고 마케팅 업무가 재미 없었던건 아니었어 ㅋㅋ 뭔가를 판다는 것은 존내 재밌긴 함)
결국 그 점이 나의 첫 회사와 이별할 순간이 찾아오게 되더라고 ㅠㅠㅋ
-3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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