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백영웅전 - 고전에 매몰된 게임

ㅇㅇ(59.4) 2024.04.27 08:50:02
조회 16671 추천 104 댓글 110


7fed8272b5866af23eef83e443871b6cd78e941c3e4d75e1bad4c376aa6c97eb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은 향수에 기반한다. 그 시절의 불편했던 요소들은 보정된 기억 속에서 재조립되고 단순화되어 게임을 즐겼던 추억 뒤편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그래서 옛날에 즐겼던 게임을 다시 플레이해보려고 하는 플레이어들은 종종 놀라울 정도로 불편하고 빡빡한 난이도에 놀라며 이런 말을 내뱉는다. '내가 이걸 어떻게 했지?' 



백영웅전은 사람들이 좋아하던 그 시절의 게임을 있는 그대로 가져온 게임이다. 하지만 어떤 부분을 사람들이 좋아했고, 어떤 부분을 싫어했는지에 대한 고찰은 없다. 그냥 그 시절의 게임은 이랬으니까. 이렇게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아무 생각없는 밸런싱으로 오히려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느낌을 강하게 뿜어내고 있다.











1. 미흡한 전투 시스템





7fed8272b5866af23eee86e047861b6c2ffd3514ceb27e84e27cc662a73656be







백영웅전에서 가장 문제삼을 만한 부분은 전투 시스템이다. 제법 그럴듯하게 보이는 이 화면 속에선 편의성도, 직관성도 결여되어 있다. 우선 전투 순서를 보자 맨 위를 보면 턴 순서가 어떤 식으로 돌아오는 지 알 수 있는데 노아, 미오, 량, 힐디, 세이, 가오 순으로 전투 순서가 정해져있다. 그렇다면 내가 전투 커맨드를 입력하는 순서도 저 전투 순서에 맞춰져야 하는 것 아닐까?



하지만 이 게임은 내 턴 순서와 상관없이 무조건 오른쪽 옆에 있는 순서인 가오, 세이, 미오, 량, 노아, 힐디 순으로 공격방식을 정한다. 턴제 전투의 기본은 상대 공격에 대처하고, 빠르게 상대를 죽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전략성에 기반하는데, 이 게임은 플레이어의 전략적인 행동을 최대한 방해하고 헷갈리게 만드는 방식으로 턴 순서를 배정하고 있다.








전투 시스템의 무성의함은 보스전에서도 잘 드러난다.







7cf3da36e2f206a26d81f6ed44807064




(스샷 못찍음.. ㅈㅅ)




튜토리얼 보스전에서는 플레이어들 앞에 돌판이 깔려서 이를 통해 상대 패턴을 피할 수 있는 기믹이 존재한다, 그런데 그림을 보면 알 수 있듯 가운데 있는 애들에게는 돌판이 없어서 패턴을 피할 수 없는데. 보스가 돌판을 이용해서 피해야 하는 강력한 패턴을 가운데에 쏜다. 막을 방도를 다 만들어주던가, 아니면 빔을 피할 수 있는 애들에게 쏴야 하는 상황이 아닐까? 왜 개발진들은 6명 중에 4명에게만 피할 수 있는 돌판을 할당해주고, 보스가 돌판이 없는 애들에게 강력한 공격을 쓰는 경우의 수를 상정한 것일까?










2. 이해할 수 없는 밸런싱과 설계






7cf3da36e2f206a26d81f6e4428371698a




이 게임에는 대형영웅이라는 기믹이 존재한다. 대형영웅이란, 최대 6명을 넣을 수 있는 파티에서 혼자 2명 자리를 차지하는 영웅이다. 만일 이런 영웅을 설계했다면 당연히 대형 영웅만의 어떤 스텟적인 이점이 있거나 특출난 장점이 있어야 하는 게 정상이고, 대형영웅의 첫번째 자리는 이런 대형영웅의 직관적인 특징을 잘 보여주는 캐릭터가 차지해야 정상이다.



하지만 이 게임에서 가장 처음 획득할 수 있는 대형영웅인 유메는 놀랍게도 전열을 상정한 캐릭터(공격이 근거리면, 후열에선 공격 못함)면서 탱킹 스킬이 특출난 것도 아니며 스텟이 다른 캐릭터들보다 우월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전열, 후열 어디에 있어도 혼자 2명 분의 자리를 차지하며 그러면서 성능은 실질적으로 1명과 다른 부분이 없기 때문에, 잠깐 쓰다보면 이 캐릭터를 어디에 써야 하는 지 의문이 들게 된다. 위의 스샷에서 유메의 체력이 163으로 나와있는데, 저 체력도 체력을 15% 증가시켜주는 체력의 룬을 낀 상태며 실질 체력은 140대다. 왜일까. 혹시 30레벨을 넘기면 엄청나게 강해지는 그런 기믹일까?







7cf3da36e2f206a26d81f6e44489766afd



7ff3da36e2f206a26d81f6e447877468f0



이 게임에는 룬이라는 장비가 있다. 스텟을 올려주거나 플레이어가 마법을 쓸 수 있게 해주는 등 다양한 이점을 가진 장비며, 캐릭터마다 특정 레벨에 룬이 한 칸씩 열려서 룬 특성에 맞춰 캐릭터를 강화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룬의 효과가 힘 5% 증가 같은 단순한 효과가 대부분이라 내가 커스터마이징해서 캐릭터가 강해진다는 느낌을 제대로 주지 못하고, 내가 던전에서 레벨업을 해서 새로운 룬 슬롯이 열린다고 해도 마을에서만 룬슬롯이 변경 가능하기 때문에 캐릭터가 강해진다는 걸 즉각적으로 체감하기 힘들다.



또한 룬특성 자체가 지나치게 단순하고 룬 렌즈로 사용할 수 있는 공격마법의 효율이 좋지 않은 편이며, 스텟 룬 같은 경우 캐릭터 강화에 별영향을 주지 못하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성장 스텟이 좋은 캐릭터와 안좋은 캐릭터의 격차가 상당히 심한 편이다.



대체 왜 마을에서만 변경이 가능한 것일까? 그리고 이 룬은 왜 이 모양으로 만들어놓은 것일까?







7ef3da36e2f206a26d81f6e446837d65ce



외주작인 백영웅전 라이징에서는 그 자리에서 변경이 가능했는데, 본인들이 외주작만 못하다는 것을 그렇게 알리고 싶었던 걸까?








3. 끔찍한 수준의 가방





79f3da36e2f206a26d81f6e44683726a25



이 게임의 가방은 끔찍하다. 소비 아이템과 장비템이 전부 한 가방을 쓰기 때문에 보기 난잡한데다가 보유 제한도 있어서 한 번에 아이템을 30개 이상 들고 다닐 수 없다. 물약의 갯수를 제한하는 것이야 일종의 난이도 조절 요소로서 받아들일 수 있지만





78f3da36e2f206a26d81f6ec42837569





동일 룬의 한도를 1로 고정 시켜놔서 룬 3개를 먹으면 30칸의 창고 중 3칸이 차는 이 끔찍한 설계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 심지어 이렇게 가득찬 룬을 창고에 넣으면, 룬 변경 창에서 내가 가지고 있는 룬으로 뜨지 않는다. 따라서 룬 변경을 하려면 창고에 가서 내가 원하는 룬을 다시 꺼내야 하는 무의미한 노동이 반복되며, 혹시 내가 먹고 까먹은 룬이 있는 건 아닐까 반복해서 찾아보기 까지 해야 한다




물론 이런 식의 창고와 인벤토리는 고전 게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불편한 설계지만, 그 시절의 게임들도 후속작이 되면 다른 기능은 몰라도 인벤토리 기능만큼은 어떻게든 편의성을 챙겨서 나왔다. 인벤토리 한 칸에 템 하나씩 차지하는 설계는 모험을 중시하고 동선이 긴 jrpg와 그리 잘 어울리지 않는단 사실을 깨달은거다. 하지만 백영웅전은 그 시대의 불편한 감성이 정답이라는 것처럼 모든 면에서 구시대의 흐름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이 답습에는 고찰이 없다. 요즘 시대에 고전의 감성을 전달하기 위해서, 어떤 부분을 고쳐야 할지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조금도 보이지 않는거다. 마치 그 시절의 감성이 정답이라고 확신하는 늙은이의 아집과 퇴락한 감각만이 게임을 지배하고 있다. JRPG를 입문하기 위해 이 게임을 사는 것은 결코 현명한 선택이 아니며, 차라리 진짜 고전 RPG 게임을 사서 진짜 그 시절의 감성을 느껴보는 것이 어떨까? 





출처: 인디게임 갤러리 [원본 보기]

추천 비추천

104

고정닉 27

2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연예인 안됐으면 어쩔 뻔, 누가 봐도 천상 연예인은? 운영자 24/06/17 - -
228617
썸네일
[기갤] 전기 절약될거같아서 김숙 집 보안업체 키를 뽑았던 최강희.jpg
[277]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5 34491 49
228616
썸네일
[부갤] 한국경제 기적은 끝났는가? 영국 파이낸셜 타임즈 특별기사
[1035]
테클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5 30495 300
228614
썸네일
[디갤] 첫 망원 경험
[24]
꾸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5 10823 17
228612
썸네일
[위갤] 초스압) 2024 바쇼 금요일 후기
[42]
튀긴감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5 10277 26
228611
썸네일
[싱갤] 옛날 디즈니 아동 애니메이션 노래 수준...jpg
[261]
수류탄이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5 28545 158
228608
썸네일
[해갤] 포스텍 '손흥민 잘가라'
[779]
ㅇㅇ(39.7) 05.05 59125 1004
228606
썸네일
[카연] ★은하!-꿈이아닌세계 48화/ 그물
[36]
그리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5 8023 36
228605
썸네일
[새갤] [채널A] “한동훈 원톱 효과적이었나?” 與내 설문조사에 반발
[316]
정치마갤용계정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5 17297 111
228603
썸네일
[스갤] 싱글벙글 삼성 에버랜드 숙소 ㄹ황
[303]
윰큠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5 53994 368
228601
썸네일
[싱갤] 싱글벙글 실명예방촌
[135]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5 29304 113
228598
썸네일
[대갤] 일본근황) 고기 십수만원 어치를 훔쳐간 스시녀
[301]
난징대파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5 32300 182
228596
썸네일
[우갤] [우마요리/스압] 파인 모션과 도전하는 지로-인스파이어-라멘
[41]
팔백미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5 7593 32
228595
썸네일
[카연] 미용실만화 17
[44]
엄국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5 11622 22
228593
썸네일
[이갤] 지구상에 존재했던 엄청난 크기의 해양생물들...jpg
[230]
설윤아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5 31959 130
228591
썸네일
[싱갤] 아자아자 싱붕이들을 위한 레전드 동기부여
[238]
티바트알파메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5 25862 44
228590
썸네일
[기갤] 빈지노에게 손절 당한 카더가든.jpg
[184]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5 37117 225
228588
썸네일
[월갤] 만화 '용'과 일본 영화의 여명 - 1
[48]
ㅇㅇ(125.131) 05.05 11259 75
228586
썸네일
[야갤] 중국 산사태로 가옥 와르르…주민들 아슬아슬 대피.jpg
[90]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5 14605 25
228585
썸네일
[싱갤] (벌레짤 혐 주의) 위꼴위꼴 응우옌 요리들
[588]
ㅇㅇ(211.215)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5 33765 292
228583
썸네일
[부갤] 제조국과 달러의 미국 / 자산의 일본 같은 금융대국의 차이
[257]
일용이세이버ㅋㅋㅋㅋ(136.23) 05.05 17445 64
228578
썸네일
[싱갤] 싱글벙글 노가다촌.manhwa
[115]
ㅇㅇ(58.123) 05.05 31282 165
228575
썸네일
[위갤] 기절한 후 적는 2024 금요일 바쇼 상세 후기 (스압)
[24]
버번으로변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5 10040 11
228573
썸네일
[야갤] 유모차 브레이크 깜빡…도로 향해 굴러가 '아찔'.jpg
[79]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5 17923 11
228571
썸네일
[공갤] 게임에서 만난 여대생에게 돈을 주겠다며 집으로 부른 남성
[16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5 40086 96
228569
썸네일
[싱갤] 오싹오싹 히키백수비율 1위 노인비율 3위 출산율꼴지인 충격적인도시.jpg
[674]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5 46052 461
228567
썸네일
[야갤] 신발 뒤꿈치에 있는 고리는 무슨 용도일까?.jpg
[157]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5 50017 92
228565
썸네일
[미갤] 중년 아저씨가 사모님을 모시고 사는 이유.jpg
[256]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5 38517 253
228563
썸네일
[카연] 모험가 용역 장씨 - 3
[13]
엠몽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5 14073 47
228559
썸네일
[야갤] 여긴 왜 왔소…황소 난입에 쑥대밭 된 가게.jpg
[96]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5 30737 62
228557
썸네일
[싱갤] 싱글벙글 권장 수면시간이 8시간인 이유
[739]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5 79787 512
228555
썸네일
[우갤] [우마요리][스압] 나리브의 삼관 카레
[43]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5 14332 34
228553
썸네일
[야갤] 사료 곳간에 몰래 들어간 당나귀... 추궁했더니.jpg
[129]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5 29199 212
228551
썸네일
[미갤] 탁재훈의 비법.jpg
[226]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5 35902 158
228549
썸네일
[싱갤] 싱글벙글 대기업간 친구 학벌로 무시하다 싸움난썰
[1087]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5 52954 350
228547
썸네일
[야갤] 땅 파니 돈 나와…일주일 동전 주워 TV 구입.jpg
[170]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5 38659 137
228545
썸네일
[기갤] 50대 조기은퇴 후 작은 7평 집에서 사는 부부의 삶..jpg
[386]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4 36565 207
228543
썸네일
[카연] 나 혼자만 레벨업 보는 만화
[477]
기음갤석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4 42259 521
228541
썸네일
[부갤] 수도를 부산으로 이전해야 하는이유
[925]
부갤러(117.111) 05.04 46254 383
228539
썸네일
[싱갤] 주차 빌런에게 벌금 폭탄 선물하기
[233]
초속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4 43094 706
228535
썸네일
[싱갤] 싱글벙글 히오스 만화.mana
[104]
빗살무늬토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4 18794 140
228533
썸네일
[미갤] 미국의 어느 한 마을의 인심 수준 ㄷㄷ.jpg
[244]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4 38439 317
228531
썸네일
[야갤] 정산 받고 가족들에게 선물해줬다는 아이브 가을, 이서.jpg
[22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4 27339 178
228529
썸네일
[카연] 슈퍼히어로 만들기
[60]
sgtHwang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4 16654 127
228527
썸네일
[미갤] 뉴욕 연봉 1.4억의 삶....jpg
[534]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4 52630 252
228525
썸네일
[싱갤] 일본 여고생,여대생들이 생각하는 한국 이대남 이미지
[775]
산책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4 54589 378
228523
썸네일
[메갤] 새치기한 한국인을 참교육하는 중국인
[289]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4 36050 414
228521
썸네일
[블갤] 넨도로이드 사이즈 아로나의 방 만들어봄
[110]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4 13468 175
228519
썸네일
[야갤] 한국에 지쳐버린 외국인들 .jpg
[1194]
ㅇㅇ(211.228) 05.04 64814 1089
228518
썸네일
[냥갤] 4년동안 옷장에서 사는 고양이
[466]
ㅇㅇ(106.102) 05.04 29997 497
228515
썸네일
[싱갤] 낭만낭만 포켓몬스터 로사의 과거
[225]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4 23884 314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