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 해군지 특별기고
함정은 대표적인 공격형 무기로 분류되며, 한 국가의 해군력을 대표함과 동시에 전체적인 무력 투사 능력을 대변하는 전형적인 전투형 국가 자산이다. 한편 이러한 공세적 무기체계인 함정들이 대량살상이 벌어지게 되는 군 작전상황에서의 의무지원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인도주의적 활동을 통한 인명구조 및 구급활동에 있어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음도 주지의 사실이다. 이러한 함정들의 상반된 임무수행 배경을 나타내는 사실들은 일견 역설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원화되고 복잡한 국제사회의 현실 속에서 한 국가의 국제적 인도주의적 임무 수행을 통한 위상제고 및 국격 향상에 큰 역할을 하고있는 부분도 주의 깊게 돌아보아야할 사실이다. 즉, 함정들이 수행하는 여러 임무중에서 의료적인 영역은 전시에 아군의 피해를 최소화할 뿐 아니라 평상시에는 다양한 형태의 인도주의적 의료활동을 통한 국가위상 재고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으므로, 고차원적인 의료임무 수행을 위한 최상의 해상 플랫폼을 함정들 내에 구축하는 것은 군 자원의 효율적 운영측면에서의 이점뿐 아니라, 다양한 의무활동을 위하여 필수적으로 수반될 수 밖에 없는 해병대와 육군 및 공군의 통상적인 전투병과인 특수전전단, 항공병과, 수송병과, 통신병과 등으로부터 보급병과에 이르기까지 모든 병과의 유기적인 작전수행 능력이 요구됨으로 인해서, 의료임무를 통하여 실질적인 군 전체의 전투력 향상에도 도움을 주게 된다.
함정들의 의무체계는 전체적인 해상의무체계 구축에 큰 영향을 미치게되는데 이를 위해서는 해상작전경험과 충분한 임상현장 근무 경험이 있는 의료진들이 함정의 본격적인 건조이전 설계단계에서부터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형함정의료시스템은 병력자원의 이동이다, 항공전력과 환자의 이동 동선에서부터 의무장비의 배치와 공조시스템의 운용에 이르기까지 함정들의 전체 작전운영개념 속에 녹아들어 있어야 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해양강국인 미국이나 영국 해군뿐만이 아니고 북대서양조약기구등에서 해군의 전체적인 역할 내에서의 의무지원 임무의 비중은 급속도로 커지고 있으며, 그 영역 또한 광대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비교적 대형함정을 운영할 수 있는 정도의 국력을 갖춘 선진국들에 있어서, 무력투사 임무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인도주의적 의료지원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본적인 수단 중 가장 적절한 것이 각국 해군이 보유하고 있는 전략자산인 대형 함정들이고, 이들이 가장 큰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 해군에서 복무하고 있는 많은 승조원들은 과거에 비해서 의료적인 기대수준이 크게 높아진 상태이다. 과거 전쟁 시에는 함정의 전투능력에만 집중적인 개선이 이루어지면서도 실질적으로 개별 함정이나 함대 내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의료적 문제에 있어서는 인내를 바탕으로 감수하였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민간인들뿐 아니라 단 한 명의 병력자원도 소중히 다루어져야 하는 현대 해군의 입장에서는 모든 승조원들이 육상에서와 거의 동일한 수준의 의무지원을 받지 못한다면 전체적인 사기 저하와 함께 해군 전체의 작전능력 저하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유념해야한다. 따라서 연안에서 근거리 작전에 주로 투입되는 소형 함정을 제외하고는, 원거리 대양임무를 수행하게 되는 대형함정과 그 대표격인 함정들은 고도의 해양의로체계로써의 역할을 해 내어야 한다. 전술한 바와 같이, 이와 같이 구축된 함정들의 의무체계는 인도주의적 의료임무 수행에도 가장 중요한 전력자산이 될 수 있다. 이렇게 구축된 해양의료체계는 환자의 예후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고, 해군의 작전수행능력 향상뿐 아니라, 각종 국제사회의 인도주의적 임무들을 수행하는 가운데 국격을 향상시키게 된다.
함정들 의무체계는 기존의 해군 함정의료체계에서 수행하고 있는 야전치료소 정도의 역할에서 벗어나, 거의 준종합 병원급(100~300병상 규모)의 의료기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고도화되는 것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함정의료체계의 특수성"이라는 공간적, 인력수급적인 제한상황을 고려하여 여태까지는 당연하게 인정되어 왔던 여러가지 의료적인 미비점들에 대하여 대폭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즉, 해군에서는 통상적으로는 일차 의료정도만이 가능한 의료진과 의료기자제를 협소한 공간에 배치함으로 인해서, 각 함정에 맞는 의료역량을 함정이라는 한계상황에 맞추어 설계 당시부터 스스로 제한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다른 측면에서 해양의료체계를 바라본다면, 극도로 제한된 자원(surrounding resources)만을 가지고 있으며, 현실적으로 상위 의료기관의로의 전원 자체가 매우 어려운 함정의료체계의 특성상, 최고수준의 의료역량을 바다 한복판에서 보유하여 스스로 고난이도의 중환자에 대해서도 적절한 치료능력과 장거리 호송능력을 갖추는 것은 해양작전의 성패에 결정적인 요소이다. 이를 위해서는 육상에서의 종합병원과 같이 충분한 임상경험을 갖춘 전문화된 각 임상과의 의료진과 환자 치교공간 및 첨단 의료장비를 함정 내 배치하여야 한다.
전투현장에서 함정들의 의료적 역할은 투입된 전장의 규모에 따라서 달라진다. 국가간의 전면전에 해당하는 대규모 전투의 경우에는 대량전상자에 대한 환자수집 및 적극적인 일차 치료임무를 수행할 수 있어야하고, 소규모 국지전의 경우, 소수의 환자에 대한 수색 및 구조임무(SAR, Search And Rescue)를 바탕으로 하여 대규모 수술을 포함한 중환자 치료능력이 더욱 중요하게 된다. 또한 평화유지군의로서의 작전이나 재해, 재난지역에 대한 인도주의적 임무를 수행하는 경우에는 기존의 의료역량에 더하여 수송 및 양륙임무와 같은 통상적인 상륙함이 수행하는 임무들까지도 수행하게된다. 이러한 각각의 임무에는 세밀하게 정선된 의료진과 의료장비의 구성이 필수적이며, 함정의 전체적인 연합작전을 통한 인도주의적 임무 수행 시에는 비우호국가나 비동맹국가 등에서조차도 파견되어온, 신원과 보안등급 등이 확인되지 못한 민간 의료진 등이 편승하게 되는데, 이러한 경우에는 함정 내 보안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하며, 보안구역 설정이나 추가 보안설비를 갖추는 등의 적극적인 고려가 있어야 한다. 이는 폐쇄성이 매우 높은 일반 수상 전투함들과는 다른 특성인데, 첨단 군사기술의 상징과도 같은 함정들이 정작 다양한 임무수행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보안에 대한 고려를 심각하게 해야한다. 이와 같이 모든 임무에 대한 대비태세가 필요하다.
전술한 바와 같이 함정들에 요구되는 의료지원 역량은 전쟁시 발생하게 되는 대량전상자에 대한 급성기 치료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UN이나 동맹국들 등 다양한 국제사회의 조직이나 단체에 의해 소요가 제기되는 인도주의적 의료지원 임무가 있다. 따라서 함대에서 가장 큰 해상거점으로서의 임무를 수행해야하는 함정들의 의료체계는 극도로 다양한 임무에 대응할 수 있도록 효율적이면서도 탄력적으로 운영가능해야 하며, 신속한 해양 및 육상 전개 능력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고도로 숙달된 의료진과 함께 공간 및 장비의 효율적 배치와 함께 FST(Forward Surgical Team) 등과 같이 이동형 의료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끔, 의료진과 탈착식 의료장비들을 항공전역 및 수상정이나 상륙정 등을 이용해 함내 전개하기도하고, 육상으로 전개하는 등과 같은 고기동성에 준한 임무확보 능력을 갖추어야한다. 이렇듯 함정들은 대표적인 "공격형"무기체계일 뿐만 아니라, 워낙 많은 임무수행(Multi-Roole Maritime Vessel)이 가능한 함정이기 때문에 해상과 육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가능한 임무 상황이 모두 다 함정의 설계에 투영되어야 한다. 이는 함정들 본연의 전투임무 뿐 아니라, 수많은 인도주의적 의료관련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 있어서 함정들의 상시간 활용도를 높임으로써 유사시 고도의 전투태세 유지에 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국위선양에 큰 기여를 할 수 있게 할 것이다.
글 이국종 대한민국해군 명예중령, 의학박사, 외과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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