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돈은 몽땅 써라> 후기
요새는 잘 가지 않는 동네 서점에서 제목과 책 표지에 끌려 작년 하반기에 무심코 구입했던 책이었는데 올해 초에 한 번 읽고 잊고 있다가 최근에 다시 한 번 읽게 됐다. 다시 읽으면서 '이 부분은 처음 읽는 거 같은데?' 라는 생각이 꽤 여러 번 들어서 책은 역시 재독을 할 때 처음 읽을 때와는 또 다른 재미가 있고 그 만큼의 가치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작가는 도쿄대 출신으로 여러 사업체를 운영하는 CEO면서도 여러 사람들에게 유료로 이메일 매거진을 발행하거나, 사람들과 여러 페스티벌, 이벤트를 벌이는 등 굉장히 다양한 활동을 많이 하고 있어서 체력이 비상하고 확실히 활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비, 저축, 사람, 집, 독서 등 여러 주제에 대해 자신만의 생각 내지는 철학이 적잖이 담겨 있는데, 이 저자 분의 생각과 철학은 확실히 기존의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과는 다른 부분이 많다. 그래서 너무 올곧게 듣지는 않고, 적당히 걸러서 듣는 것이 좋겠다.
1 휴대폰 내에서 볼 수 있는 자신의 은행 계좌의 잔고는 돈을 쓰지 않음으로써 발생하는 기회의 손실의 총합이라는 말을 했을 때 '확실히 그럴 듯하네'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갖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주저하지 말고 사라. 당신이 갖고 싶다는 건 분명 당신에게 중요한 물건일 것이다.'' 몇 년전부터 한국에서 유행한 말인 '고민은 배송을 늦출 뿐'이라는 말이 떠올라서 괜히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저자는 빚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세상의 주된 시각인 '빚은 나쁘다' 라는 말에 대해 저자는 굉장히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물론 빚에는 좋은 빚이 있고, 나쁜 빚이 있다고 생각하니 빚을 냈으면 어떻게든 그 큰 돈으로 자신만의 재미난 일을 할 수 있는 방법이나, 뭔가 자신만의 사업을 해보거나, 여러가지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어야 한다.''라는 뉘앙스로 말하기는 한다.
또한 반대로 저축에 대해 굉장히 나쁘게 생각한다. 매 달 저축을 위해 어느 정도 선을 긋고, 정해두고 소액의 소비를 하려고 마음 먹는 자세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이다. ''저축을 하는 시간과 그 돈으로 더 참신하고 새로운 기회에 쓸 수 있지 않나?'' 라고 저자는 반문한다. 그렇다고 해서 저자가 완전히 무일푼으로 살아가라는 얘기를 하고 있지는 않다. 제목처럼(<가진 돈을 몽땅 써라>) 내가 현재 갖고 있는 돈을 온종일 쏟아부을 수 있을 정도로 재미있고 에너지가 넘칠 수 있는 무언가에 집중하라는 의도로 말을 한 것이긴 한데, 후기를 작성하고 있는 본인이 볼 때, 굉장히 논란거리가 될 수 있고, 양날의 검이라는 조언이라 살짝 돈에 관한 조언을 읽으면서 괜히 오싹해지기도 했다.
2 어떻게 해서든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계기와 접점을 만들고 정말 맛있는 음식과 음료를 많이 마시고 또한 그런 음식점을 이곳 저곳 많이 다니라고 권하고 있다. 그런 곳에서 배울 수 있는 문화도 생겨나고, 비싼 음식점일수록 부자들도 많이 다닐 가능성이 높으니, 어쩌면 새로운 만남과 기회의 장이 될 수 있지 않겠냐고 저자는 반문한다.(''허황된 소리라고 생각하는가? 전혀 아니다!''라고 저자는 그런 의문이 생길 독자들에게 먼저 말을 한다)
자신도 어렸을 때 수줍음을 많이 탔고, 숫기도 없었고, 여자를 보면 말을 걸기가 힘들어하는 성격이었다고 하는데, 그럴 때일수록, '해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 수록 바로 바로 즉각적으로 실행에 옮기는 것을 저자는 강력히 추천하고 있다. 창의성이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기업가들은 바로 바로 실행에 옮겼다고.
또한 몸은 어른이라도 마음가짐은 3살배기 어린아이의 마음을 견지하라고도 조언해서 굉장히 놀랐다. 자세히 읽어 보니 그런 마음은 가라 앉게 되었는데, 항상 일상의 모든 것들에 호기심을 갖고 궁금해 하는 마인드가 중요하며, 그런 호기심이 평소에 별로 없는 성향이라면, 그런 마음을 조금씩 품어보고 궁금해 해보라는 것에 대해서는 역시 탁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1) 나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의 일화를 떠올렸는데, 빌 게이츠는 예전에 10대, 20대일 때, 식품이나 음료, 더 나아가 컴퓨터의 가격은 왜 어떤 특정 가격으로 고정돼 있을까? 라는 생각으로 궁금증과 호기심을 오랫 동안 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궁금증과 호기심을 다른 사람과 나누고 진지하게 토론해 보고 싶었지만, 그런 궁금증을 갖고 있는 사람이 어렸을 때 주변에 전혀 없어서 굉장히 아쉬웠다고. 하지만 이후에 당시의 굉장한 부자였던 워렌 버핏을 부모님을 통해 만나게 되면서, 워렌 버핏도 그런 생각을 평소에 자주 해봤다고 했고 서로 마음이 잘 맞아서 그 두 분은 오랫동안 좋은 친구로 지내고 있는 것 같다. (그는 특정 주가에 대해 '왜 이 주식의 주가는 이 가격일까?'라는 궁금증과 호기심을 꽤나 자주 갖는다고 한다. 주식 투자를 하면서 그 마인드는 생각보다 중요해 보인다.)
2) 또한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도 이 작가가 했던 말과 비슷한 말을 주주서한에 쓰거나, 강연에서 얘기를 했던 적이 있는데, ''어린 아이와 같은 호기심을 유지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달리 하는 데에 있어 굉장히 유용합니다. 저의 꿈은 늙어서도 어린 아이의 마음가짐으로 세상을 살아 가는 것입니다.'' 라고 말을 해서
처음에 그런 글을 읽었을 때 나는 굉장히 낯설다고 느꼈지만, 이후에 비슷한 말들을 많이 하는 글이나 강연 같은 것을 많이 보고 실제로 그런 생각을 하려고 해보니 뭔가 알 수 없는 재미도 생기고 실제로 무언가가 더욱 궁금해 지기도 해서 이것 저것 인터넷에 검색해 보고, 책을 찾아 보기도 해서 읽어보고 해보니 뭔가 실행력도 생기고 해서 그런지 이제는 조금 이해가 되긴 한다.
3 저자는 사람들과 많이 만남을 갖고, 주로 만나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많은 얘기를 하고 모임을 가지라고 강조하는데, 그러면서 여러 견문을 넓힐 수 있다고 말한다. 좋은 얘기라고 생각한다. 확실히 사람을 만나서 밥을 먹거나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책을 읽거나 유튜브만 보는 것과는 다른 색다른 재미와 깨달음을 줄 때가 많다.
자기관리에 철저함을 기하라고 한다. 패션에 민감할 줄 알고, 옷도 정기적으로 사 입고, 용모도 단정히 하길 바라는 뉘앙스의 말을 하는데, 굉장히 좋았다.
4 집에 대해서도 관점이 좀 특이한데, 집을 사는 것보다는 샐러리맨 같은 경우는 주로 월세로 살아가라고 말한다. 집을 사면 보통은 대출을 끼게 되는데, 미국이나 자국 내에서 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상환해야 할 이자가 너무 많아지게 되고, 한 번에 큰 돈이 묶여버리기도 하니, 무언가 새로운 도전을 하기가 어려워진다는 게 주 논조. 그리고 한 번 집을 사게 되면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집도 낡아지는데, 시대의 흐름이나 변화에 따른 라이프 스타일이나 주거 환경도 급박하게 변할 수 있어서 주택자 입장에선 아쉬울 수 있다는 맥락을 읽었을 땐 나도 납득하기도 했고 애초에 집을 사는 것에 대해서는 굉장히 부정적인 입장이라 고개를 끄덕이면서 읽었다. 만약 '나는 꼭 주택을 사야 한다'고 해서 주택을 산다고 하면 그 사람의 나이대에 따라 언제 구입했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20대나 30대에 주택을 대출을 끼고 구입하게 되면, 매일 갚아야 하는 대출금이 몇백의 단위이다 보니, 삶이 황폐화되는 것 같아 별로 나한테는 썩 끌리지 않는다.
또한 출퇴근 2시간 이상의 거리는 월급이 20%나 깎이는 효과가 있다고 말한 점에선 굉장히 신선하고 좋았다. 출퇴근을 지하철로 타고 다니면 만원전철에서 괜한 스트레스가 너무 많이 생기게 되고, 불쾌감이 너무 커진다고 했을 때는 당연히 납득했다. 저자는 회사의 근무지 주변에 집을 구해서 살라고 말한다. "'그러면 집값이 비싼데 그 돈은 어떻게 하느냐?' 라며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이라며 운을 떼는 부분에서 '그에 따른 반발도 예상했나 보다.' 싶어 웃음이 나왔다. "막상 발품을 팔아 보면 잘 찾아보면 값싼 곳도 있고, 너무 집이 큰 것을 선호하는 것은 아니냐'' 하는 부분에선 긍정 반, 부정 반의 느낌이었다. 마음에 들었던 내용은 출퇴근 시간이 짧아야 한다는 점과, 만원전철을 자주 타면 스트레스와 불쾌감이 크다는 것.
5 독서에 대해서는 좀 짧게 다뤘는데, 책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많은 양의 글과 책을 읽었고, 분야를 가리지 않고(편식하지 않고) 읽었다고. 무언가를 자주 읽게 되면 저자가 말하는 '사고 근육'을 기를 수 있다고 말한다. 이것은 어른이 돼서 퇴화하는 것이 아닌, 나이가 먹어가면서 읽는 양이 쌓일 수록 점점 더 발전하기도 한다는 부분에선 동의했다. 하지만 그것은 꼭 책일 필요는 없다. 자신과 친한 사람이나 호감이 있는 사람과 재미난 얘기를 나누는 것도 당연히 도움이 되고, 새로운 장소에서 흥미로운 체험을 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사고 근육'을 키우는 저자만의 방식이 꼭 책을 읽는 것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했다는 점에서 마음에 들았다.
저자는 요점을 파악해 읽는 독서를 선호하는 것 같은데, 나는 글자 하나 하나 정독하는 스타일이라 썩 좋아하진 않는 방법이다.
종이책보다는 전자책을 좋아하는 건 저자의 책을 읽어보고 있으면서 당연하게 느껴졌다.
한 번 읽은 책은 두 번 읽지 않는다는 점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존중한다.
똑똑해 보이고 싶어 장식으로 책을 사는 마인드를 경계하는 부분은 굉장히 좋았다.
저자는 완독을 좀 강조하는 거 같은데, 책을 샀으면 읽어야 한다고 하는 부분은 좋았지만 나는 책을 사놓고 몇 주, 혹은 몇 달, 몇 년동안 안 읽고 있다가 심심할 때나 아무 때나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한두 페이지나 두세 페이지 읽고 또 꽂아 놓는 방식도 좋아하기 때문에 난 꼭 책을 샀어도 완독할 필요는 없다고 느낀다. 물론 나는 읽는 책은 대부분 완독하려고 하지만.
다 읽고 나니, 뭐 전체적으로 좋았다. 재미있었고 다시 읽어 보니 기억 못하고 있던 내용도 있어 즐거웠고, 새롭게 깨달아간 내용, 원래 알고 있었던 내용을 읽으며 재확인해보니 좋은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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