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죽고 잘크는게 신기하다고
자기는 손 대는것마다 잘 안자라고 시들거나 밖에 심어두면 누가 파내서 훔쳐갔다고.
하지만 그날따라 왜 아빠의 말이 좀더 무겁게 느껴졌을까
80년도 후반에 결혼약속까지 잡았던 약혼자는 아빠가족과 제주도로 여행을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그날 생전에 찍었던 여행중의 비디오는 아직 집에 있고 이사를 가도 아빠가 가장 먼저 챙기는 물건중 하나다.
때문에 우리집엔 오래된 비디오플레이어가 항상 있어왔다.
그렇게 90년대에 들어서서 아버지는 결혼했고 내가 탄생했다.
하지만 결혼생활과 가정생활이 그리 순탄치는 않았는데 4살때 엄마가 바람펴서 집나가고 지금껏 재혼안하고 아빠와 나 단둘이만 살고있다.
고집쌔고 폭력적이고 남말 잘 안듣고 육아나 자식교육에 무지했던 아빠에게 자라서 그런지 나는 정서적 신체적으로 그리 건강하지 못하고 굉장히 예민했다.
그런 나의 마음을 다스리게 해준 아이가 2년전 다이소에서 5천원에 가져온 칼란디바였고 식물에 대한 지식이 전혀없어서 그 아이를 물만 주고 방치해뒀었다.
삶이 너무 힘들고 바빠 그 아이에게 신경 못쓰고 흙은 바짝 말라있었음에도 그 아이는 죽지않고 계속 자라왔는데 내가 미처 신경쓰지 못해 열악했던 환경에도 죽지않고 꾸준히 성장해온 아이가 마치 내가 살아온 모습을 보는것만 같아 감사와 위안을 얻었다.
그래서 처음으로 잎꽂이와 분갈이를 해보았고 줄기 하나에 불과했던 아이가 위의 사진만큼 성장했다.
남들보다 늦게 태어나 벌써 69세인 아버지를 모셔야 하는 20 중후반의 외동아들인 나는 요즘 퇴근하는길에 아빠가 좋아하는 크림빵을 바리바리 싸들고간다.
요즘 밖에도 잘 안나가려 하시고 가까운거리도 차만 타려 하셔서 먹고싶은게 있어도 그냥 집에만 계신다. 건강도 별로 안좋다.
어릴땐 아빠가 크림빵을 잔뜩 사다줬는데 이제는 너무 오래된 얘기가 되었다. 그런 아빠와 크림빵을 나눠먹으며 그 추억을 되삼킴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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