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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스포 O, 긴글) 픽사가 메세지를 전하는 방식

ㅇㅇ(61.255) 2021.01.25 22:34:48
조회 1636 추천 66 댓글 17
														


여기 딪붕이들에 비하면 새 발의 피겠지만

영화는 어디꺼든 어느 장르든 고루고루 보는 넘임

훌륭한 작품들도 많이 경험했고 물론 그만큼 좃같은 작품들도 많이 겪었지

스타워즈 살려내 이 시발럼들아


어느 영화든, 메세지를 전하고 싶어한다면 보통 다음과 같이 한다

먼저, 그 메세지와는 다른 사상(A)을 가진 주인공을 설정한다.

극이 진행되며, 영화의 메세지(B)를 가진 인물을 만나거나, 또는 일련의 사건을 겪으면서, 주인공은 영화의 궁극적인 메세지 B를 깨닫는다.


그런데 픽사는 다르다. 아주 조금 그리고 엄청나게.

그리고 이 점이 픽사의 영화를 돋보이게 한다.




소울의 줄거리는 대략 다음과 같다.


--------------------------------

누구든 태어날 때 인생의 의미, 목적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생각하는 조 가드너.

조는 자기 삶의 목적이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실제로 꽤 실력자이기도 하다.


그러나 22와 만난 이후, 재즈가 아닌 다른 시각에서 보게 되는 주변 세상.

데즈가 이발사가 되기 위해 태어났다고 조는 믿었지만, 사실 데즈는 과거에 수의사가 되고 싶어했었고

꿈에도 그리던 도로시아 윌리엄스와의 무대를 마치고 나왔지만, 조에게 인생의 궁극적인 목적을 이뤘다는 기쁨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도로시아의 물고기와 바다 이야기.


조는 깨닫는다.

우리의 인생은 꼭 목적을 가지고 태어나지 않아도, 삶의 매 순간 그 자체만으로도 소중할 수 있음을.

--------------------------------


멋진 이야기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지 않냐


우리는 모두 목적을 지니고 태어난다는 조의 사상(A)을 지양하고

삶 그 자체로 소중하다(B)를 주장하고 싶었으면

조의 사상이 잘못됨을 계속 보여줘야해


그리고 사실 많은 영화들(좃망한 영화부터, 심지어 잘 알려진 훌륭한 영화들까지도)에서 그렇게 하고 있어

A를 지닌 주인공을 설정하고

극중 사건을 통해

A는 틀렸다. A는 이런 점이 문제가 된다. 를 보여주며

해결책으로 B를 보여주는 거지

(이 방식이 비난받아야 하는 방식은 아니다. 아주 유서깊고 설득력도 검증된, 권선징악이라는 방식이다)


하지만 소울에서는 뭔가 달라.


조는 자신의 사상, '사람은 목적을 가지고 태어나며 내 목적은 음악이다(A)'를 주장했고

실제로 그 사상을 가지고 수선점에서 그렇게도 철벽이었던 어머니를 마침내 설득하는 데 성공했고

공연 직전 자신의 가치관을 강하게 주장하며 도로시아 윌리엄스한테서 마지막 기회를 얻어내.

A가 틀린 생각이라면 이런 장면들을 보여줘서는 안 되는데 말이야.


앞서 말한 영화들의 전달 방식과는 달라

왜 조를 밀어주지? 왜 A를 밀어주지? 우리가 전할 메세지는 B인데?




대부분 영화들이 A를 틀렸다고 하며 B를 가르치려 하는 동안

픽사는 A를 존중하면서 그와는 다른, 그러나 똑같이 소중한 B를 조심스럽게 제안하기 때문이야.




어떻게?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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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이 아니다.

픽사는 12년 전 '업'에서부터 이러한 방식을 이용해 왔다.

업의 주제는 깊고 심오하지만, 바쁜 딪붕이들을 위해 짧게 말하자면 다음과 같다.


평생을 죽은 아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A) 살아온 칼 할아버지

그러나 그는 과거에 묶여서 현재를 놓치지 말 것(B)도 중요함을 깨닫는다.


A를 지양하고 B를 권하는 영화사라면 다음과 같이 했을 것이다.

먼저 칼 프레드릭슨을 괴팍하고 자기 신조만을 믿는 늙은이로 설정한다.

그가 풍선에 달린 집을 구하러 갈 때마다, 나쁜 일이 일어난다.

러셀이 더그와 케빈을 구하러 가면 항상 좋은 결과를 낳는다.


A를 틀리고 B를 옳다고 잡고 시작했다면 어쩔 수 없다. 저렇게 된다.

A를 애초부터 좀 잘못된 생각으로 설정한 후에,

A를 주장하는 인물들은 모든 일이 나쁘게 끝나고

B를 주장하는 인물들은 항상 좋은 결과를 가져와야 해

이렇게 극을 전개할 경우, 까딱하면 가르침 받는다는 기분을 관객에게 팍 줄 수 있어

내가 하려는 것마다 틀렸다고 하면 기분이 좋겠냐고


그러나 픽사는 그러지 않았어.

픽사는 애초에 A와 B를 둘 다 의미있는 가치관으로 설정하고, 둘을 똑같이 존중하며 양측에 모두 설득력을 실어주었어.


'업'은 칼 프레드릭슨의 수십년 전 과거부터 아내와의 추억을 풀씬으로 담아내어

그에게 있어서 집의 의미와 아내와의 약속이 얼마나 소중한지 우리에게 단단히 각인시켰어

관객이 A에 공감할 수 있게 한거지

또한 러셀의 말을 따라 케빈을 도와주러 간 때에는

찰스 먼츠의 함정에 걸려 집이 불바다가 될 뻔도 했어

B가 가지는 맹점 또한 여과없이 보여주는 거야


이 방식은 물론 픽사의 다른 영화들에서도 확인할 수 있어

온워드 속 이안과 발리의 모험 도중, 가슴 속 불꽃을 따르라는(B) 발리의 말대로 하다가 둘이 곤경에 빠진 적이 한둘이 아니었고

라따뚜이의 최종보스격인 안톤 이고조차 마지막까지 본인의 의견 A를 견지하며 새로운 가치관 B를 받아들여.


'모두가 위대한 예술가가 될 수는 없다(A).

그러나 위대한 예술가는 어디서든 탄생할 수 있다(B).'


이 점이 픽사의 영화를 돋보이게 해.

두 사상을 똑같이 소중히 여기며

둘을 상호배타적이 아닌, 공존 가능한 것으로 생각해.

(물론 꼭 픽사가 아닐지라도 이러한 전개를 잘 해낸다면 그 영화 또한 훌륭한 영화겠지)


그래서 픽사 영화를 보는 관객들, 그리고 픽사 영화의 주인공들은 가르침 받는다는 느낌 없이 B를 받아들일 수 있는 거야.

내가 기존에 가진 생각인 A를 존중하면서, B를 강요하지 않고 부드럽게 제안하기 때문이야.

그래서 칼 프레드릭슨은 마지막에 집이 구름 속으로 사라질 때, 러셀에게 '그저 집일 뿐이야' 라고 말할 수 있었던 거고

그래서 조 가드너는 재즈 악보 대신 사탕이나 실타래, 단풍나무 씨앗을 피아노에 올리고도 연주를 할 수 있는 거야



--------------------------------


긴글 읽어줘서 고마워

소울 재밌네



아 물론 본문에서 말한 방식이 아닌 단순한 권선징악으로 스토리를 전개한 픽사 작품도 많다

하지만 그런 전개의 작품들이라 할지라도 픽사는 잘 뽑아낸다. 대부분은


픽사는 무적이다

피트 닥터는 신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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