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는(KBS1·오후 10시)

권정생은 한국 아동 문학사상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는 ‘강아지 똥’과 ‘몽실언니’의 작가로 생전에 1000여편의 동화를 남겼지만, 그 자신이 평생동안 소유해 본 것은 다섯 평짜리 오두막 한 채가 전부였다. 그런 그가 10억여원의 유산과 지속적으로 나오는 1000여만원대의 인세 전부를 북한 어린이에게 남겼다. 이 프로그램은 권정생의 삶과 죽음의 의미를 살펴본다. 그가 평생 추구했던 것은 바로 가난한 어머니의 삶이었다고 전한다.

일본 도쿄 빈민가에서 태어난 전형적인 식민지 이주민의 출생, 온갖 풍상을 겪다 급기야 걸인으로까지 전락했던 최악의 가난, 평생 동안 천형처럼 따라다녔던 전신결핵의 고통, 조그만 시골 교회의 종지기, 수십편의 동화집과 동시집을 남긴 이후에도 여전히 ‘빌뱅이 언덕’의 오두막을 고집했던 청빈의 상징까지. 다큐멘터리는 권정생의 삶을 고스란히 따라간다. 또 이오덕과 권정생의 아름다운 만남도 소개한다. 교회의 종지기였던 권정생이 처음 세상에 발표한 글은 ‘강아지 똥’이었다. 조그만 기독교 잡지에 실렸던 그 동화 한편은 그대로 세상에 묻힐 수도 있었다. 그것을 발견한 이오덕은 그 길로 권정생을 찾아가고, 그때부터 두 사람은 30년간에 걸친 편지를 주고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