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각성(覺醒)의 짧은 번외편으로 이야기의 흐름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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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혜란과 태욱, 둘 사이에서는 어색한 침묵이 지속됐다. 어제 일을 떠올리면 떠올릴수록 얼굴이 화끈해져서 견딜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태욱은 어젯밤 적극적이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일어나자마자 곧장 서재에 틀어박혀 한동안 나오지 않았고, 혜란은 민망한 마음에 괜히 바짝바짝 말라오는 입술을 꽉 깨물며 머리 끝까지 이불을 뒤집어쓴채 눈을 감았다 뜨기를 반복했다.
점심 시간이 되니 배가 슬슬 고파왔다. 혜란은 결국 침실 밖으로 나와 식탁에 앉아 태욱의 서재를 힐끔 거리다가, 어느새 서재 문 바로 앞에 서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혜란이 방문을 두드리려다가 살짝 멈칫 몸을 굳혔다. 하지만 안의 상황이 너무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혜란이 무심한듯 방문을 열어젖히자, 분주하게 일하고 있는 태욱이 보였다.
'태욱씨.....'
'어?'
'저, 점심 먹어야 하는데....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딱히....? 내가 알아서 먹을게.'
'그렇게 말해놓고 굶을 거잖아. 안되겠다. 그냥 내가 해주는대로 먹어.'
혜란은 말을 마친 후 곧장 부엌으로 향했다. 냉장고 안이 생각보다 텅텅 비어있어 쉽지 않았다. 곰곰이 생각을 해보던 혜란이, 문득 무언가 좋은 생각이 난듯 눈을 반짝였다. 토스트. 간단하게 하기 좋았다.
혜란이 부엌을 서성이다 토스트 기계를 발견하고는 부리나케 식빵을 꺼냈다. 토스트 기계에 식빵을 넣고 기다리며 각종 재료들을 준비해둔 후, 프라이팬을 가열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띵-' 소리가 부엌에 가득 울려퍼지며 식빵이 기계 위로 쏙 올라왔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져 한 눈에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혜란이 그렇게 총 식빵 4개를 구운 후, 중불에서 베이컨을 구웠다. 맛있는 냄새가 복도를 타고 서재에도 전해졌는지, 태욱이 슬금슬금 부엌으로 나왔다.
고개를 갸웃거리던 태욱이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하는 혜란의 뒷모습을 보고 흐뭇하게 웃음지었다. 이런 모습이..... 참 낯설면서도 좋았다. 대부분 끼니를 각자 해결하는 편이라 한 집에 살면서도 자주 마주치지 않았었다. 서로가 평소에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뭘 먹는지, 주로 몇 시에 식사하는지 등등.....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태욱이 씁쓸하게 한숨을 내쉰 후, 어느덧 베이컨을 다 굽고 계란지단을 부치고 있는 혜란에게로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혜란은 요리에 집중하느라 전혀 눈치를 못챈 낌새였다.
태욱이 갑작스레 뒤에서 혜란의 허리를 두 팔로 꼭 껴안았다. 그제서야 기척을 느낀 혜란이 당황한 표정으로 눈을 흘겼다. 갈피를 잡지 못하고 흔들리는 동공을 자제할 수 없었다. 강태욱은, 이 사람은...... 나를 이토록........ 혜란이 눈을 크게 뜨고 눈물을 삼키며, 아무렇지 않은 듯 물었다.
'태욱씨, 뭐하는 거야?'
'왜, 싫어?'
'그, 그건 아니고..... 당신답지 않아서.'
'나다운 게 뭔데?'
'아, 아니야. 아무것도.'
싫지는 않나보네, 하며 태욱이 싱긋 웃었다. 활짝 웃자 그의 가지런한 하얀 이가 고스란히 올라간 입가 사이로 드러났다. 이런 급격한 변화가 스스로도 낯설기는 마찬가지였다. 태욱은 천천히 손을 빼낸 후 요리를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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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트를 먹는 동안 둘은 아무 말이 없었다. 태욱은 빤히 혜란을 주시했지만, 멋쩍은 혜란은 그의 시선을 계속해서 피했다. 회피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에, 태욱이 오물거리는 입으로 먼저 입을 열었다.
'언제까지 그렇게 말 안하고 있을 거야?'
'......... 내가 뭘 어쨌다고.'
'어제 일, 실수 아니였어. 당신도 나도 좋아서 한 거고. 우리 이제 서로 오해도 풀고 각방도 그만 쓰자.'
'뭐...?'
'그럼, 너는 이대로가 좋다는 말이야?'
'그건 아니고.....'
태욱이 혜란의 입가를 닦아주며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혜란을 바라봤다. 분명한 건, 지금 제 눈 앞에 있는 여자를 자신은 아직도 깊이 사랑하고 있음이다. 강태욱이 고혜란을 사랑하는데에는, 예로부터 아무런 이유가 없었다. 그냥 그녀 그 자체로 좋은 거다. 밉다가도 결국은 다시 사랑에 빠졌다. 강태욱에게 고혜란은, 꼼짝할 수 없는 존재였다. 그랬다.
'그동안 미안했다. 너한테......'
'나도..... 당신한테 미안했어 그동안.....'
'혜란아, 나는 너 포기 못하겠어. 널 아직도 사랑하는 내 자신이 이해가 안가는데도..... 나는 너 못 놓겠어. 내가 이래.'
'태욱씨........'
혜란이 일어나서 건너 편에 앉아있던 태욱에게로 향했다. 그에 태욱도 자리에서 일어나 혜란을 제 품으로 끌어안았다. 그렇게 혜란의 머리 위에 얼굴을 묻고 한참을 있던 태욱이, 눈을 번쩍 떴다. 품에서 흐느껴우는 혜란이 느껴졌다. 옷의 가슴 팍 부근이 점점 눈물로 젖어갔다. 태욱은 말없이 혜란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눈을 꼭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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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오랜만이야 뿌갤러들! 그동안 아파서 자주 못들어왔다...... 가끔 들어올 때마다 눈팅하고 개추찍고 가곤 했어.......ㅋㅋㅋㅋㅋ 각성 번외편을 한번 들고와봤는데 달달한 거 쓰려다가 슬퍼진 느낌이 좀 있네...... 아무튼 이제 탈갤은 아니지만 현생도 살아야하니 예전만큼 자주는 못들어올 거 같다...... 당연히 백상 때는 들어올거구.....! 오늘도 내 글 읽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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