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보이는 건 노트북이었다.
그 안에는 검정색 머리를 목까지 기른 마른 중년 남성이 등 뒤의 칠판에 어려운 수학 수식을 쓰면서 설명하는 것 보고 있었다.
나는 그 수식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왠지모르게 그 강의를 계속 보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강의를 보는 것에 싫증이 난 나는 노트북을 닫아버리고 거실로 와서 TV를 키며 소파에 앉았다.
TV화면이 켜지자 커다란 강이 보였다.
그 강 위를 드론을 띄워 계속 강이 이어지는 것을 보여주면서 나레이션이 뭐라 설명하는 이야기가 들렸다.
아마 다큐였던 모양이다.
그것도 몇십분 동안 보던 나는 불현듯 이것이 꿈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꿈에서 강제로 기상할 때 눈을 두번 세게 감았다가 뜨면 일어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실패한 적이 없어 무서운 꿈을 꿀 때면 자주 써먹었던 방법이다.
이번에도 그 방식을 사용하자 강제로 잠에서 깨는 반동으로 탄력감이 몸을 적셨다.
나는 내가 잠에서 깼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였다.
여긴 내가 잠들기 전에 누웠던 방이 아니였고 심지어 집조차 아니였다.
나는 내 고등학교 친구들과 그 때 당시의 모습으로 피시방에 있었다.
처음엔 왜 아직도 꿈이지란 생각으로 어안이 벙벙했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친구들에게 이야기 몇마디 더 하다가 다시 꿈에서 깨기 위해 눈을 두번 감았다.
또다시 느껴지는 탈력감.
하지만 이번에도 나는 꿈에서 깨지 못했다.
장면은 내가 꿈에서 강제로 깨어나려고 할 때마다 바뀌어갔다.
내가 다니는 대학교가 소개되는 프로그램을 틀어주는 카페 안, 고향으로 내려가는 기차 안, 고등학교 기숙사 등등.
너무 많이 보았지만 그때부턴 탈출하는 게 우선인지라 많이 기억에 남지 않았다.
그렇지만 점점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내가 꿈에서 깨려고 하는 반동으로 얻는 탈력감이 어느센간 몽유병마냥 몸을 가누지 못하게 됐다.
정신은 또렸한데 몸이 균형을 잡지 못하고 다리가 꼬이고 그럼에도 걸으려고 하니 죽을 맛이었다.
이 현상이 점점 심해지고 있었다.
이 이상 탈출을 시도하면 못 움직이겠단 생각이 들었고, 그럼에도 나는 다시 탈출하기 위해 눈을 깜빡였다.
정신이 들고 보인 것은 나와 내 동생.
우리는 서로 손 안에 무언가를 들고 있는 채로 걷고 있었다.
하지만 방금 말했던 반동으로 인해 난 몸이 휘청거리며 인도와 도로를 왔다갔다 하면서 위험하게 걸었다.
그런 내가 동생에게 내 몸 상태가 이상해서 그런데 나 좀 부축해달라고 하니 이렇게 말해줬다.
'형, 똑바로 걷고있구만 뭔 개소리야?'
여기서 눈치챘다.
이 동생은 내 동생이지만 내 동생이 아니라는 걸.
눈치나 감같은 부류의 것이었지만 난 그것을 믿었다.
난 동생에게 빨리 이 꿈에서 깨어나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소리쳤다.
그러자 동생은 무표정하게 주머니에서 스마트폰를 꺼내 화면을 나에게 보여주었다.
그 영상 안에는 처음 보았던 단발의 중년 남성이 있었다.
그는 아직도 수학을 푸는 걸 설명하고 있었고 이내 분필을 멈추고 이렇게 말했다.
"이렇게 해서 이 문제의 답은 0입니다. 오늘 강의는 여기까지 하도록 하죠. 모두들 수고 많으셨습다. 그럼 다음시간에 뵙죠."
그 말을 듣고 정신을 차린 나는 드디어 내 방에서 눈을 뜰 수 있었다.
진짜 너무 기괴해서 무서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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