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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간호사의 고백

운영자 2017.08.21 09: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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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간호사의 고백

  

오랫동안 변호사를 하면서 많은 비밀을 들어왔다. ‘임금님귀는 당나귀 귀’라는 식으로 사람들은 누구에겐가 자기의 속에 꽉 꽉 눌러왔던 말을 토해내고 싶어 한다. 성직자 다음으로 변호사가 그런 얘기를 듣는다. 믿을 수 없는 얘기 하나가 떠오른다. 오래전 지방의 한 병원에 근무하는 젊은 간호사로부터 들은 얘기다. 그녀는 처음 진입한 간호사 사회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간호사 사회에서는 새로 들어온 후배의 군기를 잡는 걸 ‘태운다’라고 표현해요. 처음에 아무 일도 시키지 않고 그냥 스테이션옆 벽 앞에 서 있게 하는 거예요. 앉지도 못하게 해요. 어린 시절 벌 받는 거 하고 똑같죠. 참고 있다가 화장실에 가서 울고 나오면 고참이 ‘너 울었지 하고 욕하면서 속을 뒤집어 놓는 거예요. 그 다음은 간호사 일을 시작하는데 제대로 가르쳐 주는 선배가 없는 거예요. 약 이름이 복잡한데 몰라서 당황하면 그것도 못 외웠느냐고 타박을 줘요. 선배가 이유 없이 욕을 해도 무조건 죄송합니다 라고 말해야 되요. 더 중요한 건 진짜 죄송한 표정을 지어야 한다는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더 화를 내요. 임신도 함부로 덜컥 하면 안돼요. 선배부터 순차로 해야 돼요.

고참 간호사뿐 아니라 환자들도 수시로 신참 간호사를 불러대고 빨리 가지 않으면 쌍욕을 하기도 해요. 간호사가 삼교대니까 잠을 자는 게 불규칙해서 불면증에 걸리는 경우가 많아요. 각성제를 먹고 졸음을 참기도 하고 수면제를 먹고 억지로 자기도 해요.”

어느 조직사회나 갑질을 하는 사례들이 쌓여있다. 나는 그 간호사에게서 섬뜩한 내부자 고발 한마디를 들었다. 그녀가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이런 말을 했다. 

“중환자실에 들어가 근무해보면 종종 연명치료를 하는 환자들을 의도적으로 죽이는 경우도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때가 있어요. 가족들까지 빨리 죽었으면 하고 포기한 환자들이 있어요. 그런 환자들 때문에 중환자실 병상은 나지 않고 그럴 때 더러 이상한 조치가 이루어진다는 간호사끼리의 소문이 있어요. 환자들에게 일정양의 칼륨을 투입하는데 보통 수액에 희석시켜 주입해요. 그런데 가족이 버리고 병원에서도 골칫거리인 그런 중환자들에게는 칼륨의 용량을 높여 직접 주사하는 경우가 있다고 해요. 그러면 부정맥이 나타나면서 사망하는 거예요. 간호사끼리 쉬쉬하면서 전해지는 얘기예요. 어떤 의사는 레지던트 때부터 그렇게 해서 교수가 된 사람도 있다고 해요.”

“나중에 부검을 하면 그게 발각이 되지 않나요?”

내가 물었다.

“데메롤 같은 마약성분이 있는 건 안 되죠. 만약 병리부검을 하면 몸에서 그 성분이 추출되니까요. 마약성분이 든 약들은 병원 자체적으로 검사가 심해요. 쓰고 남은 잔량도 전부 체크해서 수거해 가니까요. 그렇지만 칼륨은 전혀 몸에 흔적이 남지 않아요. 그러나 죽어가는 사람은 고통이 심하다고 해요.”

세상이 모르게 병원에 버려진 사람들에 대해 안락사가 이루어진다는 얘기였다. 아니 안락사가 아닌 극도의 고통을 주는 살인이 자행되고 있다는 얘기였다. 공포감이 엄습하는 의학추리소설 같은 얘기다. 그 간호사의 얘기를 믿을 수 없었다. 증거도 구하기 힘들 것이다. 사이코패스의사가 우연히 노출되지 않는 한 백색의 거탑 속에서 은밀하게 일어나는 일들은 영원한 비밀이 되기 쉽다. 가족 누구도 죽음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 대학병원 중환자실에서 머리통만 살아있는 한 여인을 본 적이 있다. 출산을 하고 옮겨지는 도중 목 부분의 신경을 다쳐 전신마비가 되었다는 것이다. 가족에게서도 그리고 의사들의 관심에서도 떠난 채 그녀는 구석에 식물같이 누워있었다. 하나님은 그녀에게 왜 그런 천형을 주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인간이 그녀를 죽음에 이르게 할 권리가 있을까 나는 아무 답도 얻을 수 없었다.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지키면서 편안하게 죽을 수 있는 권리를 한번 생각해 볼 때가 아닐까. 

  

  


  

이런 일들을 듣는 게 변호사의 일 중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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