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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혁명은?

운영자 2018.03.27 10:25:10
조회 249 추천 0 댓글 0
진짜 혁명은?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주사파가 청와대에 포진해서 이 나라의 키를 잡고 흔들고 있다고 예언자같이 계속 경고하고 있는 소리를 들었다. 예전에 북한법률에 관한 책을 쓰는 과정에서 주체사상이라는 북한의 책자를 얼핏 본 적이 없었다. 경전 같은 느낌이었다. 좋은 말은 다 들어있는 것 같았다. 황학동 벼룩시장에서 헌 책을 하나 구했다. 80년대 운동권의 주체사상파중에서 핵심이었던 사람의 말이 나와 있는 책이었다. 그는 이 땅에 와 있는 북한의 주체사상을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80년대 운동권은 정통 볼셰비즘을 수용한 상태였으니까 주체사상까지도 받아들일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있었습니다. 북한에는 소련 동유럽 중국과는 무관하게 독자적으로 만들어낸 주체사상이 있었거든요. 대학가에 돌풍을 일으킨 ‘강철서신’이라는 팸플릿의 필자였던 김영환씨를 주사파의 대부라고 부르게 된 것은 그가 선구적인 입장에서 주체사상을 조직적으로 확산시키는데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주사파가 학생운동의 주류가 되고 전국대학으로 확산됐습니다. 그 목표는 남한 사회의 혁명입니다. 운동권의 주축은 회합을 갖기 전에 김일성초상화 앞에서 묵념부터 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상태가 되어 버렸죠. 주체사상이 종교의 상태로 변질되어 버린 겁니다. 그런 운동권의 중심에 있던 사람들이 그 후 고시를 보고 법조인이 되기도 하고 언론계 특히 방송계로 많이 진출했습니다. 사범대를 나온 사람들은 전교조가 합법화되면서 대부분 중고등학교 교사가 됐죠.”

주체사상은 그렇게 누룩같이 우리사회라는 빵 반죽을 터질 듯 부풀린 것 같았다. 며칠 전 아내가 내게 스마트폰을 가지고 오며 이렇게 말했다.

“여보 이 메시지 좀 봐요, 이게 맞아요?”

“교회 권사님이 꼭 보고 주위에 전파하라고 카톡으로 보낸 거예요.”

스마트 폰의 화면에 떠 있는 문자는 이랬다.

<문재인 정부의 헌법 개정 초안이 나왔습니다. 그 내용은 고려연방과 공산주의체제로 가기 위한 토지소유권 박탈과 대기업의 국영화, 각 지역구청에 인민위원회의 창설, 법적인 재판 없는 인민재판구성, 기독교의 탄압 등입니다. 우리의 살 길은 평화를 위장한 개헌반대입니다.>

화면의 끝에는 이 글을 다른 곳에 전파해 달라는 부탁이 들어 있었다. 방송을 통해 본 헌법 개정의 초안에 그런 내용들은 보이지 않았다. 정치적으로 민감해서 너무 과민한 반응을 보인 것 같기도 했다. 고교동기들의 기도모임에 나갔다. 그중 한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

“북한은 한번 약속하면 절대로 그걸 지키는 사회야, 일사 분란한 체제이기 때문에 한번 위에서 결정이 되면 다른 군소리가 없는 거지. 오히려 거짓말 하는 건 우리 쪽이야. 남한에서 선전하는 게 사실과 달라.”

그는 놀라울 정도로 북한에 대한 깊은 신뢰를 보이고 있었다. 그가 말을 계속했다.

“남쪽에서 북한으로 식량을 싣고 배가 간 적이 있어. 서로 국기는 달지 않고 가기로 했는데 남한의 배가 버젓이 태극기를 달고 간 거야. 북한주민들이 어디서 왔는지 당장 알았는데 북한 당국이 자존심상 가만있을 수 있겠어? 그래서 선원들을 잠시 억류했지. 억류했을 때도 북한관리들이 선원들을 설득했어. 남조선당국에서사과 할 때까지 잠시만 기다리시라고. 그런데 이쪽에서 사과를 하지 않은 거야. 북한당국은 기다리다가 하는 수 없이 우리측 선원들을 풀어주면서 다만 배에 인공기를 달고 내려가게 했어. 북한을 괴물로 아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아.”

모두들 의외라는 표정이었다. 한 친구가 그를 보고 물었다.

“너 좌파니?”

“응, 나는 완전 좌파야.”

그 자리에 있던 탈북민을 돕는 목사인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얼마 전에 황해도에서 탈북 한 북한주민을 만났어. 나한테 하는 말이 이승만 박사가 한반도에서 최고의 정치인이라는 거야. 그 공으로 당신들이 이렇게 잘 산다는 거지. 요즈음 이승만 박사 칭찬하는 사람은 탈북자인 그 사람한테서 처음 듣는 기분이었어. 그 사람은 북한에서는 수령은 하나님 같은 존재라는 거야. 어떤 오류도 있을 수 없다는 거지. 90년대 수십만이 굶어죽는 고난의 행군 때도 오랫동안 김일성이 하나님이 되어 있고 주민들이 세뇌되어 있기 때문에 그 충성심 때문에 체제가 유지되었었다는 거지. 북한주민들은 그들의 모든 불행이 북한을 제재하는 미국 탓이라고 생각한다는 거야.” 

인터넷의 바다로 가 보면 증오와 증오가 뼈와 뼈가 부딪치는 싸움판 같다. 현실에서도 태극기와 촛불로 갈리어 종교전쟁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미움이 더 강해지면 폭력이 나오고 손에 무기가 쥐어지면 6.25같은 전쟁이라도 터질 것 같다. 한 책에서 조선일보 논설위원이었던 류근일씨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인도에 혁명적인 운동을 하던 오로빈도라는 구루(스승)가 있었어요. 그가 어느 날 더 큰 세계에 뛰어들고 싶다고 생각했죠. 예수님이나 부처님처럼 영성의 측면에서 근본적인 혁명가가 되고 싶어서 아슈람이라는 공동체를 만들었어요. 수양공동체죠. 혁명운동을 하던 사람이 어떤 계기에 본격적으로 근본적인 영성혁명으로 가는 수가 있어요. 그걸 보고 혁명을 포기했다고 비난했죠. 저는 시간이 갈수록 이것이야 말로 위대한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로베스피에르, 레닌, 마오쩌뚱처럼 폭력혁명으로 세상을 개조하려는 움직임이 있고 예수 부처 톨스토이처럼 인간자체를 혁명하려는 흐름이 있어요. 하나는 권력투쟁의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진리천명의 방식이죠. 결국 폭력적 정치혁명은 새로운 억압권력이 되어 환멸을 불러 왔어요. 인간세계의 억압과 피억압구조 자체는 바뀌지 않았어요. 미움과 증오에 기초한 혁명은 진정한 인간해방은 아닌 것 같습니다.”

시대의 불행이 과연 한 계급에만 있는 것일까? 과거의 문제점이 특정한 한 지도자에게만 존재할까? ‘사상’이나 무슨 ‘주의’보다 인간위주의 세상을 향해 갔으면 좋겠다. 제도보다 한 개인의 영혼이 인간답게 바뀌는 게 진짜 혁명이고 개벽된 세상이 아닐까. 남을 미워하지 않고 바닥으로 떨어지는 사람들을 사랑으로 붙잡아 줄 수 있는 그런 세상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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