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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친일마녀사냥 90 - 만주사변과 만주시장

운영자 2019.08.08 16:14:18
조회 67 추천 0 댓글 0
친일마녀사냥


90


만주사변과 만주시장 


1931년 9월18일 밤 10시 봉천역 부근의 철로가 폭파됐다. 만주의 철도는 일본이 투자한 최대의 자본이었다. 일본군 사령부는 관동군 제2사단에 만주군벌 장학량(張學良)을 제압하라는 명령을 하달했다. 함경북도 나남에 있는 조선군 제19사단에도 압록강과 두만강 국경선으로 출동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일본군은 파죽지세로 만주를 점령했다. 

1932년 9월25일 오후 5시 경성의 동아일보 응접실에서 좌담회가 열리고 있었다. 역사가 문일평(文一平), 경제학자 배성룡(裵成龍), 연희학감 유억겸(兪億兼), 변호사 이인(李仁), 중앙고등보통학교 교장 현상윤(玄相允), 동아일보 조사부장 서춘(徐椿) 등이 참석했다. 사회자인 동아일보 논설위원 설의식(薛義植)이 이렇게 말을 꺼냈다. 

“먼저 세계대전이 일어날 가능성을 묻고 싶습니다.”

일본이 만주를 점령하고 나서 세계정세가 긴장으로 얼어붙었다. 이인 변호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시골사람까지도 전쟁을 기정사실로 보는 여론이더군요. 일본의 만주점령에 대해 미국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가 문제입니다.”

“이창섭 선생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사회자가 평론가 이창섭에게 물었다.

“미국이 서쪽으로는 몬로주의를 고집하고, 동쪽으로는 문호개방주의를 주장합니다. 미국이 만주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상업상의 이해관계보다는 국방상 관계로 봅니다. 만일 미국이 만주를 점령해 버리면 미국의 태평양 방어 전략을 근본부터 바꾸어야 합니다. 또 미국의 일반국민은 만주에 관심이 없습니다. 미국은 일본의 만주 점령은 방치하리라고 생각합니다.”

그 말에 유억겸이 맞장구를 치며 이렇게 말했다.

“그렇죠. 미국은 절대 만주 문제로 일본에 공세를 취하지는 않을 겁니다. 제가 지난번 미국에 갔을 때 보니까 일반 미국인들은 만주 문제에 관심이 없더군요. 아들을 가진 미국 여성들은 대부분은 전쟁 반대의 입장이구요.”

“일본과 러시아의 관계는 어떻게 보십니까?”

사회자 설의식이 화제를 바꾸었다. 유억겸이 이렇게 의견을 제시했다.

“러시아는 멀지 않아 일본의 만주국 설립을 승인할 것으로 보도되고 있습니다. 내부사정이 복잡한 러시아는 일본과 겨루지 않을 것입니다.”

이번에는 현상윤이 나서서 말했다.

“러시아는 국경을 맞닿은 나라마다 불가침 조약을 맺기에 급급하고 있습니다. 유럽뿐 아니라 일본과도 불가침 조약을 맺기 원합니다. 그러니까 러시아는 결코 일본의 만주 점령에 대해 공세로 나오지 않을 게 분명합니다.”

그 말에 이어 서춘이 입을 열었다.

“만주문제로 전쟁이 일어나려면 중국이 덤벼들어야 할 텐데 중국은 지금 그럴 힘이 없습니다. 그 다음으로 미국을 말하지만 미국은 항상 어부지리를 보려는 나라입니다. 돈 많은 부자는 개인이나 국가나 현상유지를 원하는 법입니다. 변화나 혼란은 싫어하죠. 미국은 부자 나라니까 현상유지에 급급합니다. 그러니까 당분간 전쟁은 안 일어날 겁니다.”

이번에는 반대의견이 제시되고 있었다. 경제학자인 배성룡이 입을 열었다.

“국제연맹이 이 가을을 지나고 나면 유야무야되고 말 겁니다. 국제연맹이 국제관계를 해결하지 못하니까 거기서 전쟁의 위기가 생겨납니다. 국제연맹이 해체되면 전쟁은 시작되리라고 보는 게 저의 의견입니다. 언젠가 한번 서양 제국주의와 동양의 이권(利權) 쟁탈전이 다시 일어나고야 말 겁니다.”

그 말을 이인 변호사가 받았다.

“그렇죠. 동양에 식민지를 가진 영국, 프랑스 등이 커다란 관심을 안 가질 수 없겠죠.”

일본의 만주 침략 후 미국의 행동방향을 놓고 서로 갑론을박하는 장면이었다. 만주시장을 석권한 일본의 경제는 급격히 상승하고 있었다. 

경성방직의 김연수 사장은 국제정세를 살피면서 만주시장에 진출할 것을 계획하고 있었다. 그동안 경성방직은 한 필의 광목이라도 더 팔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 열성에 조선인 포목상들의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늘날 두산그룹의 시조인 동대문시장의 포목상 박승직(朴承稷), 서울의 거상 이창하, 대구의 서기하, 평양의 오휘선, 진남포의 백남훈, 안주의 이무영, 강계의 김용종, 신의주의 최훈겸, 재령의 강봉국, 연안의 임택호, 개성의 허희경, 북청의 이창수, 성진의 이근영, 함흥의 황병호 등 거상(巨商)들이 경성방직의 제품을 대량 팔아주었다. 김연수의 꿈은 거기서 머물지 않았다. 조선 사람은 물론 만주·중국 사람들까지 경성방직의 면포로 옷을 만들어 입게 하겠다는 야망을 가지고 있었다. 

만주·중국까지 진출해서 일본기업을 누르고 싶었다. 철도가 확장되고 있었다. 중앙선이 곧 완성될 예정이었고, 그렇게 되면 만포진에서 만주 중앙부의 사평가와 연결되도록 되어 있었다. 남만주의 봉천을 잇는 선(線)과 청진, 나진 방면에서 북만주로 들어가는 선이 서로 만날 수 있도록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운송비 절감으로 만주에서 일본제품과 경쟁할 수 있다는 계산이 섰다. 그는 신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올이 굵고 값은 저렴한 제품들을 생산했다. 중국인들을 겨냥한 것이다. 새로 나온 제품들이 국경도시인 신의주와 의주, 그리고 만포진에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국경지대에서 대량의 주문이 들어왔다. 보따리 장사를 하는 영세 상인들이 경성방직의 제품들을 등짐으로 지고 만주로 가져가 팔았다. 그에게는 만주시장이 중요했다. 

그는 만주시장 개척을 구체적으로 진행했다. ‘태극성’이 민족의식을 자극했듯 만주인들이 좋아하는 상표를 연구했다. 그들의 의식은 불로장생의 도교(道敎)의식이었다. 만주인들의 정서에 맞는 상표를 만들어내려고 애썼다. ‘불로초’라는 상표를 찾아냈다. 진시황이 동방에 불로초를 찾으러 보냈다는 그 신기감이 제품에 묻어 날 것 같았다. 만주에 판로를 확장시킬 수 있다는 전망이 섰다. 시장개척도 중요하지만 연구와 개발이 뒷받침되어야 했다. 개발은 세계 최고를 달리고 있는 일본 회사에서 배워야 했다. 

거상(巨商) 박승직이 김연수에게 일본재벌 이토추를 소개했다. 일본 최대 종합상사 중의 하나인 이토추는 본래 오사카의 섬유도매상으로 출발했으나 제1차 세계대전 전에 농산물·기계류·철강제품·자동차 등의 다양한 품목을 아우르는 주요한 국제섬유 무역회사가 됐다. 이토추는 경성지점을 개설하여 조선으로의 직수출 라인을 열고 그후 제품을 다양화하여 시장을 넓혔다. 

김연수는 신입 기술사원들을 정례적으로 일본의 이토추 공장에 파견해서 훈련을 시켰다. 그들은 이토추의 자회사인 구레하(吳羽)방적회사의 공장에서 1년간 현장훈련을 받았다. 거기서 조선인 연수생들은 최상의 최신기술과 국제직물무역의 현장을 공부했다. 김연수는 매달 구레하 공장에 연수생의 식비, 생활수당, 보너스를 지급했다. 

구레하방적으로서는 조선인 공원을 임금 없이 장기간 활용하는 동시에 경방의 직물판매에 대한 수수료를 챙겼다. 뿐만 아니라 원료 및 설비의 주문이라는 정규의 일거리도 받았다. 이토추는 경성방직에 원료와 기계류를 공급하는 대신 경방(京紡)이 생산한 직물의 판매대리인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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