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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게 본전

운영자 2020.06.08 10:13:52
조회 120 추천 3 댓글 0
상속문제로 다투고 있는 가사 법정에서였다. 원고 석에 있는 동생들이 피고석에 있는 어머니와 형을 보면서 입을 열었다.

“김순자 씨와 박갑동 씨는 아버지 재산을 독식했습니다.”

한 가족이 둘로 나뉘어 소송을 하는 중이었다. 그들이 다투는 상속재산은 별 개 아니었다. 작은 아파트 하나를 팔아서 나누는데 공평하지 않았다는 것 같았다. 작은 가사 법정 안은 그들이 뿜어내는 독기로 가득 차 있는 것 같았다.

“잠깐만요”

젊은 판사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원고 석에 앉아있는 동생들의 말을 제지했다.

“원고들이 지금 김순자 씨라고 했어요? 김순자가 누구죠?”

“엄마죠”

“엄마를 김순자라고 해요?”

판사의 목소리는 화가 가득 나 있었다.

“그러면 김순자 씨라고 하지 말고 피고라고 부를까요? 재판장님”

그 말에 분노한 판사가 갑자기 양주먹으로 법대를 “쾅” 내려치고 눈을 감았다. 화를 삭이고 있는 모습이었다. 잠시 후 판사가 입을 열었다.

“아무리 법정이라고 해도 어머니를 김순자 씨라고 하는 게 뭡니까? 그래도 되는 겁니까? 또 제출한 서면을 보면 형에게 막말하면서 거의 악마로 저주하고 있던데 그렇게 해서 되겠어요?”

판사의 말에도 그들은 멀뚱하게 서 있었다. 이미 그들에게 윤리는 형제애나 윤리는 실종된 것 같아 보였다. 돈은 부모형제간의 사이를 원수로 만들기도 했다. 

 

이혼 법정에서 젊은 부부가 판사 앞에서 싸우는 광경을 본 적이 있다. 판사는 재산분할을 해 주고 있었다.

“냉장고가 큰 것과 작은 게 있는데 큰 건 부인이 가지고 작은 건 남편이 가지고 가시면 되겠네?”

판사가 권했다. 그 말에 남자가 즉각 반발했다.

“저는 절대 그렇게 못해요. 다른 놈 만나서 살 텐데 누구좋으라고 좋은 냉장고를 줘요?”

판사의 눈이 가늘어지면서 속 좁은 남자를 힐난하는 빛이 서렸다.

“좋아요. 그러면 전기톱으로 큰 냉장고, 작은 냉장고를 반씩 잘라서 나누어 가져요.”

판사의 결정이었다. 판사가 재산목록의 다음 순서로 넘어가고 있었다.

“접시들은 어떻게 나눌 거예요? 여자 분이 쓰던 거니까 주는 게 어떨까?”

“그렇게는 못하죠. 그것도 나눠야죠.”

남자가 말했다.

“그러면 접시들도 다 깨서 반씩 나누어 가세요.”

판사의 결정이었다. 법정 밖의 복도에서는 상속 분쟁으로 법원에 왔던 형제가 육박전을 하고 있었다. 오십대 형이 이단옆차기로 동생의 허리를 지르고 사십대 동생은 가지고 있던 볼펜으로 형의 팔뚝을 찌르는 모습이었다. 세상은 서로 사랑할 줄 모르고 대단치 않은 일에 싸우고 심한 고통 가운데 그날그날을 보내고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국정원 예산 중 일부를 보내 횡령죄로 기소된 국정원장의 변호를 맡았었다. 대통령의 모든 움직임은 돈과 관련이 되어 있었다. 일선 부대를 순시해도 이재민을 만나도 의원들을 만나 밥을 먹어도 따로 그들에게 돈을 주어야 했다. 대통령의 권위도 지위보다 돈에서 나오는 것 같았다. 여성 대통령의 옷도 월급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았다. 그런 돈 때문에 대통령은 횡령범이 되어 징역형을 살고 있다. 대우그룹이 쓰러지기 얼마 전 재무담당 회장과 만나 그의 하소연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는 대우그룹 수많은 회사들과 해외 지사 근무자들의 월급을 만들기에 허덕인다고 했다. 신분 고하 부귀 빈천 없이 모두 돈 때문에 괴로워 하는 것 같다. 누구 할 것 없이 언제나 물욕 때문에 몸과 마음이 괴롭고 편할 때가 없는 것 같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나는 원래 아무것도 없는 게 본전이었다. 거기에 비하면 지금은 엄청난 부자가 됐다. 그걸 모두 잃어버린다고 해도 본전이라고 생각한다. 없는 게 본전이라고 생각하는 게 돈 때문에 괴로움을 당하지 않는 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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