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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길에 만난 미녀 탈랜트 부부(14)

운영자 2021.02.08 10: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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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길에 만난 미녀 탈랜트 부부(14)




천명 가량이 함께 하는 대형성지순례단 안은 또 다른 지지고 볶는 인간 세상이었다. 성경을 보면 그 안에 있는 교회들은 지금도 내부에서 서로 싸우고 반목하고 있었다. 불륜을 저지르는 교인들이 있었고 아나니아와 삽피라 부부같이 헌금을 한다면서 슬쩍 자기들 몫을 더 챙기는 존재들도 있었다. 요셉 같은 착한 부자도 있었고 나사로 같은 비참한 거지도 있었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그저 그런 미지근한 신앙들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성지순례단이라고 해서 모인 그 모임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그 속에서 눈에 띄는 착한 부자 부부를 봤다. 밭의 흙더미 속에서 진주를 찾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성지로 가기 위해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기 위해 줄을 서 있을 때였다. 눈에 띄게 아름다운 여성과 세련된 옷차림의 남성이 앞에 서 있었다. 둔감한 나의 눈에도 그들이 다르게 보였다. 남성이 메고 있는 가방이 눈에 들어왔다. 매끈하게 빠진 디자인으로 품위가 있어 보였다. 내가 옆에 있던 아내에게 말했다.

“나도 저런 가방이 있었으면 좋겠어. 양복을 입고 등에 둘러 메도 아주 잘 어울려.”

“여보 그런 소리 하지 말아. 저 사람들이 입고 있는 옷이나 가지고 있는 물품들이 한결같이 명품이야. 보통 돈이 많은 사람들이 아닌 것 같아.”

우리가 탑승구로 들어갈 때 였다. 무심코 그들을 따라가던 나를 여승무원이 제지했다. 그들은 일등석으로 들어가고 나는 일등석 표가 아니었다. 그러나 성지순례 여행 중 수백명이 어울려 버스를 타고 큰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 더러 눈에 띄는 그들의 태도는 달랐다. 그들 부부는 처음보는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잘 어울리고 웃고 하는 것 같았다. 오히려 목사나 장로들이 식당이나 호텔에서 일등석을 차지하고 대접을 받고 있었다. 세상에서는 돈이 일등을 만들고 교인들의 모임에서는 얼마나 많은 신도를 가진 교회인가와 그 조직 내에서의 직책이 사람들을 일등 이등으로 가르고 있는 느낌이었다. 여행 중 어느 날 그 멋쟁이 부자 부부와 같은 테이블에 앉아 밥을 먹는 기회가 있었다. 그들 부부가 마음의 창문을 활짝 열고 먼저 말을 걸어 왔다. 남편은 아내를 탈랜트라고 소개했다. 간단한 인사말 끝에 탈랜트인 아내가 이렇게 자신을 털어놓았다.

“처음에 모델로 시작했죠. 그러다 드라마 탈랜트로 캐스팅이 됐어요. 처음에 제가 주연을 하고 최진실씨는 뒤에서 웃고 박수도 치는 조연을 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 최진실씨가 최고의 스타가 되고 저는 반대로 조연으로 떨어졌어요. 그리고 세월이 가도 저는 아직도 조연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얼마 전에도 시대극의 배역을 맡았었는데 거기서도 조연이예요.”

드라마의 무대에서 배우들은 주연이냐 조연이냐가 절대적인 것 같았다. 이런저런 얘기 끝에 옆에 있던 남편도 자신의 얘기를 이렇게 털어놓았다.

“외환위기 전에는 저축은행도 두 개 가지고 있었고 코스닥의 상장기업도 몇 개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말아먹었죠. 그렇게 회사를 말아먹고 한 때 금융감독원에 불려간 적이 있어요. 세상에서는 모두 들 내가 돈을 빼돌린 것으로 생각하더라구요. 회사 자체가 내 건데 왜 딴 주머니를 내가 차나?하는 생각이 들었죠. 금융감독원 국장에게 돈을 빼돌리지 않았다고 했더니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더라구요. 그 국장 방을 나오면서 생각했어요. 정말 돈을 빼돌려야 하나 보다라구요.”

그가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나를 보고 물었다.

“그런데 우리나라 텔레비전을 보면 왜 부자는 다 교만하고 나쁜 사람으로 표현하는지 모르겠어요 왜 그렇죠? 제가 보기에는 한국의 은행들이나 관료들이 얼마나 더러운지 몰라요. 내 혼자의 능력으로도 미국은행에서 일이억불은 빌릴 수 있거든요.”

그의 말은 농담이나 과장이 아닌 것 같았다. 성경을 보면 예수가 죽은 후 부자인 요셉이 묘지를 사서 그곳에 안치했다. 그들이 빌라도에게 가서 예수의 시신을 달라고 요청했다. 역사적으로 가지고 있는 돈을 가장 보람있게 쓴 사람 같다. 내게 그 탈랜트 부부는 일등석을 탈 자격이 있는 것 같았다. 드라마에서는 조연이어도 세상에서는 주연이 될 자격이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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