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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아나 부부 1

운영자 2010.03.02 11:53:55
조회 361 추천 1 댓글 0

  릴리아나라는 콜롬비아 여자가 두려운 듯한 표정으로 교도관을 따라 나에게로 왔다. 둥그스름한 흰 얼굴 위로 짙은 눈썹과 까만 눈을 가지고 있었다. 얼굴에서 남미 여자 특유의 강한 개성이 엿보였다. 나는 콜롬비아 대사관의 부탁을 받고 절도범으로 구속된 그녀를 구치소로 찾아간 것이다. 

  “대사관 부탁으로 온 한국 변호삽니다. 이곳 한국 감옥에서 주는 식사가 마땅치 않을텐데 어때요?”

  나는 통역으로 데리고 간 대학원생을 통해 물었다.


  “쌀로 만든 밥만 먹으면서 지내는데 그런대로 참을 만 해요. 그런데 감방에 같이 있는 다른 여자 죄수들이 한국말로 ‘도둑년’이라고 욕하면서 괴롭혀요. 그래서 싸우고 있어요.”

  그녀는 악센트가 강한 스페인어로 울먹이며 말했다. 

  그 옆에는 그녀의 남편인 올란도가 푸른색 면으로 만든 후줄그레한 죄수복을 입고 쭈그리고 앉아서 나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약간 거무스름한 피부 위에 쌍꺼풀 진 커다란 눈이 선량해 보였다. 두 사람은 콜롬비아에서 태국을 거쳐 서울로 신혼여행을 왔다가 감옥으로 직행하는 신세가 됐던 것이다. 그들에게서 들은 내용은 이랬다.

  두 사람은 보고타에서 금년 8월말에 결혼을 하고 태국과 홍콩을 거쳐 서울로 신혼여행을 왔다. 그들이 홍콩의 호텔에서 묵을 때 우연히 같은 콜롬비아인인 델핀이라는 인물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서울을 잘 안다는 델핀에게 서울에서의 관광안내 등 모든 것을 부탁했다. 델핀이 빌린 차에 타고 서울에서의 꿈같은 신혼여행을 보내던 사흘 째 날 오후였다. 델핀은 강남의 무역회관 앞에서 잠시 차에서 내려 어딘가 다녀와서는 황급히 차에 올라 시동을 걸었다. 그리고는 급하게 앞에 가는 그랜저 승용차를 따라가는 것이었다.


  “저 앞에 가는 차에 보석가방이 있는데 한탕합시다. 그러면 콜롬비아로 가서 평생이 보장되는 달라가 나와.”

  델핀은 차를 몰면서 릴리아나 부부에게 갑자기 제안을 했다.


  “우리는 신혼부부예요. 그런 일은 못해요. 차에서 내리겠어요.”

  릴리아나는 불안에 떨면서 외쳤다. 차는 릴리아나 부부의 뜻과는 달리 계속 앞차를 추격하고 있었다. 밥 한 끼 먹는 것도 델핀의 안내 없으면 하기 힘든 것이 그들의 입장이었다. 그렇게 옥신각신 하던 중 앞에 가던 그랜저가 어느 조용한 빌라 앞에 서고 차에서 젊은 남자 한 사람이 가방을 들고 내려 현관으로 걸어 들어갔다. 릴리아나 부부는 차에서 내렸다.


  “우리는 범죄에 휘말리기 싫어요. 그러니 가겠어요.”

  릴리아나는 바짝 얼어 있는 남편 앞에서 강하게 따졌다.


  “이봐, 릴리아나, 일단 당신들 이름으로 빌린 차니까 차에 도로 타. 그리고 내가 저기 갔다 나올 때까지 망만 봐. 올란도는 저 사람이 나를  쫓아올 때 내가 차에 올라 운전할 수 있도록 잠시 도와주기만 하면 돼. 알겠지? 저 사람 가방에 수십만불어치 보석이 있는데, 잘하면 콜롬비아로 가지고 가서 평생 호강하는 거야. 빨리 결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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