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는 아이처럼 나뭇결이 그려진 탁자 위에 각설탕을 쌓고 있었다. 맨 밑에는 10개, 그 위에는 9개, 또 8개, 7개, 6개. 떨어져나온 알갱이들은 탁자 위를 장식했다. 어두운 탁자 위를 장식한 알갱이들은 마치 별처럼 반짝였다. 해리는 자기 앞에 놓인 카드를 다시 집어 올렸다. 가벼운 설탕 알갱이들은 종이를 긁으며 떨어져 나갔다. 해리는 카드 위에 적힌 이름이 매우 낯설게 느껴졌다. 결국 눈가를 쓸어올렸다가 다시 카드를 확인하는 수 밖에 없었다. 내가 그렇게 좋아하던 이름이였는데, 해리는 생각했다. 피터 파커. 정갈하게 쓰여진 피터의 이름은 해리를 피곤하게 만들었다. 해리는 꼭 울고싶은 기분이였다. 차라리 이 각설탕처럼 알알이 분해되어서 사라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피터를 애절하게 쳐다봤지만 피터는 해리를 무시한 채 각설탕 탑을 완성하고 있기만 했다. 하나씩 줄어가는 탑의 끝은 1개. 피터는 손을 털고 해리를 불렀다. 해리. 이것 봐. 해리가 힘이 빠진 고개를 억지로 쳐들고 피터를 바라보았다. 탑은 시작이 중요해, 시작이 망가지면 끝도 망가지기 마련이지. 피터는 말하면서 맨 아래에 있는 각설탕 하나를 빼냈다. 각설탕들은 단내를 풍기며 쓰러져 피터의 카드를 덮쳤다. 결과를 봐, 해리. 해리는 피터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결과'라는 것을 보았다. 해리는 피터가 카드를 가리키는건지, 각설탕을 말하는건지 혼란스러웠다. 피터는 여유롭게 각설탕 하나를 해리의 잔에 던져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