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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신같은 습작 하나 사이트 날라가기 전에 올려봄

만화량(115.20) 2015.10.25 21:10:46
조회 393 추천 3 댓글 2


0. 


유상진은 다리를 절룩이며 뛰고있었다. 원통했다. 강호고수로서 눈먼 칼맞은것도 문제였지만 상대를 갈아마시지 못하고 도망나오는 입장이니 더 그랬다. 금수저 집안에서 장남으로 태어나 이런 굴욕적인 일도 또 없었다. 그나마도 점점 느려지는 것이 피를 너무 흘린 듯 하다. 어딘가 의방에 들려 상처를 꿰메야 할테지만 그를 쫓는 자가 그정도도 모르지는 않을테고, 복건성에, 빈민가에 초행이란것도, 새벽에 가까워지는 밤이라는점도 그의 발목을 붙잡았다. 


'젠장'


실수였다. 집안 돈으로 된 속가 제자라지만 어찌됬든 화산파의 기대주. 너무 오만했었다. 그리 됬다는 것 하나만 믿고 그렇게 강하게 나가는게 아니었다. [그]에게 대항하는 친구들이 있다고 이렇게 오는게 아니었다. [그]는 그렇게 약하지 않다. 아니 자신들에게 만큼은 훨씬 더 강했다. 입술을 깨물며 유상진은 빈민가 흙집사이 사이로 절룩이며 내달렸다. 누군가 있으면 붙잡고 그래도 안면이 있는 홍씨 세가에라도 안내하라 할 참이었지만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고 미개하고 천한 것들이 야심한 밤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아니, 흔들리는 시야 저편에 돗자리를 깐 점쟁이가 보였다. 그는 풀리려는 다리를 억지로 추스르며 달리던 그대로 점쟁이 앞에 미끄러졌다. 


"복건 홍가가 어느쪽이냐?" 


"연애운이 꽉 막혀서 부적을 써야 대길이 되는구나!"


앞뒤 볼것없이 단도직입적으로 내질렀지만 꾸벅 꾸벅 졸던 늙은이는 깜짝 놀라 엉뚱한 소리를 해댔다. 갑자기 강해진 격통에 신음과 함께 유상진이 말을 잇지 못하자 점쟁이는 돈 벌 기회라고 생각했는지 다시 보니 승천하는 용의 운명이다, 하늘의 주인이 될 운명이지만 부적을 사서 기를 뚫어야 한다라며 헛소리를 해댔다. 시발놈이, 철들고 좇이 마를날이 없었는데.


"씨팔!"


욕 한마디 하고 더는 말할 기운도 없어진 그는 노인네의 멱살을 잡았다. 부러뜨릴수 있을것 같은 약한 육신이었다. 며칠이고 못먹은듯 뼈만 앙상했지만 유상진은 그를 끌어당기며 윽박 질렀다.


"홍가가 어느쪽이냐고!"


겁을 먹고 침튀기며 떠들던 것을 멈췄지만 경기라도 들렸는지 대답은 즉시 나오지 않았다. 유상진은 볼 것 없이 검을 뽑아 노인의 목에 들이대었다. 


"저... 저... 홍가라면 화화루 쪽으로 쭉 올라가면..."


그대로 움직인 검에 점쟁이의 목이 달아난다. 닭잡는것보다 쉬운 일이었다. 늙은 육신의 단면에서 힘없이 흘러나와 바닥을 붉게 적신다. [그]가 쫓아나와 어디로 갔는지를 물을지도 모른다. 유상진으로써는 당연한 행동이었다...라기 보다는 단순히 맺힌걸 푼것이리라. 천것들 목숨 따위를 존중해 본 기억도 없었고. 다시 경공을 전개하여 기루를 향한다. 화화루라면 알고 있었다. 홍가 자식들과 돈을 펑펑 뿌리면서 여자를 사고 아편을 하고 천것들을 죽였었지. 그러다 쫓겨나듯 화산파로 도피유학을 떠났고 말이다.


일단 홍가에 들어가면 당장 죽을리는 없으리라. 겨우 살길이 보이자 유상진은 문득 걱정이 되었다. 자신과 같이 모였던 다섯명중 몇이나 살아남을수 있을까? 그러나 고개를 흔들어 지워버렸다. 그렇게 걱정해줄 의리따윈 없다. 어차피 그한테는 그 빼고는 죄다 천것들이었으니까.


어스름한 새벽너머로 걸려졌던 등불들이 여기저기서 조금씩 내려진다. 번화가를 지나 화화루를 지나 조금만 더 가면 홍가다. 뒈져버린 천한 노인네가 한말 대로라면 말이다. 아니 논밭을 더 지나 가야 하는 것 같다. ...더 지나가도, 더 지나가도. 아니, 어느 순간 유상진은 막다른 길에 와 있었다. 멍하니 멈춰선 그의 너머로 그토록 피하고 싶었던 목소리가 들려왔다.


"홍가는 화화루쪽이라기 보다는 비붕방 쪽 맞은편에 있지. 그 노인네가 잘못 가르쳐 줬군."


유상진은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만화량 사건수첩 NO.3


무림고수 사지 절단사건




1.


신참 포쾌(하급 수사관) 엽평이 사건의 소식을 본 것은 발령 받은것과 비슷한 정오였다. 지독하게 파고들어 진주 언가의 제자를 치정 살인 혐의로 체포한 덕에 외지라면 외지인 복건으로 발령받은 것이다. 


정의감이었다기 보다는 좋아하던 기녀를 기분을 좀 거슬렀다고 쳐죽인 놈에 대한 복수심이 엽평을 움직였다. 일개 포쾌가 할수 있는것은 그 선이었고, 그것때문에 좌천되는것에 격분해야 마땅하지만...  그렇다 해도 그는 그것으로 만족했다. 엽평은 오히려 조금 흥분해 있었다. 


다른 성의 포쾌들에게 까지 이름이 날 정도로 천재적인 추리와 과감한 행동력으로 이름난 명포두 만화량과 만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얼마 후면 중원 전지역에 파견되는 특급 수사기관인 금승위에 특채될지도 모른다고 할 정도로 그의 명성은 자자했다. 물론 결국 포두나 포쾌들에게만 알려진 , 그들끼리만의 명성일 뿐이었지만. 


"이거, 만포두 갔다 줘."


발령신고를 마치자 마자, 귀찮은 표정의 서류 담당관이 종이 묶음을 던지듯 넘겼다. 자기 일이 아니라면 보통 읽지 말아야 하겠지만, 지나가며 읽는 정도야 무슨 일이 나겠는가. 무슨 봉인이 덕지 덕지 붙은 황상께서 내리는 전교도 아니고 말이다.


그러니까 유상진의 조각난 시신을 발견한 것은 관현 앞이었다.  



2.


만화량이 정신을 차린 것은 정오를 넘어서였다. 조금 춥다는 기분이 들고, 그제서야 그는 자신이 벗은 몸이라는 것을 자각할수 있었다. 그렇게 미인은 아니었지만 예쁘장한 기녀와 함께. 만화량의 취향은 웃을때 눈꼬리가 가늘어지는 건강한 미인이었지만(가무 잡잡하면 더 금상첨화였다), 나름대로 성숙한 얼굴과 풍만한 육체는 그럭저럭 만족할만 했다. 그리고 동시에 자괴감에 빠졌다. 술과 여자가 아니라면 잠을 잘수 없게 된 것이 언제 부터였더라... 


만화량은 그것이 언제부터였는지 짐작조차 할수 없었다. 그는 정의와 친구먹고 싶어했지만 정의가 그를 버린지는 꽤 되었으니까. 여자의 나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만화량은 갑자기 울컥하여 그녀를 걷어찼다.  


"꺄악!"


한번, 두 번, 무방비의 여자의 하얀 나신에 짓푸른 멍이 돋아나도 발길질은 멈추지 않았다. 피가 퍽퍽 튀었다. 난데없이 맞던 여자는 얼굴만은 맞지 않으려 몸부림쳤다. 쓰레기 같은년. 몸파는년. 화대 몇푼 받을라고 아무한테나 가랑이 벌리는 년. 욕이 목구멍까지 맴돌았지만 결국 뱉지는 않았다. 사실 그녀를 걷어차고 있는 이유는 자신같은 놈과 잤기 때문이다.


여자가 바들바들 떨며 두손을 비빌 때 쯤에야 발길질이 멎었다. 그제서야 씩씩 거리던 분노를 가라앉힌 그는 허망한 표정으로 말했다.


"널 보내준 작자... 윤종은이라던가. 성의는 알았으니 수사 막아준다고 말해."


"예...예에..."


"가봐."


허탈한 목소리가 채 가라앉기도 전에 여자는 옷가지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도망쳤다. 대충은 알고 온것이겠지만 그녀는 이제 만화량이라면 이를 갈 것이다. 증오하리라. 인간쓰레기한테 당연한 귀결이지. 아니, 그녀의 직업 자체가 남자를 증오하게 할 만한 것이겠지만. 


어쨌든 오늘은 등청시간(출근시간)이 너무 늦어버렸다. 흔치는 않은 일인데 누가 깨우러 오지도 않은 모양이다. 관에서 부르는 사환아이라도 왔으면 일어났을텐데. 관아가 코앞인 여관의 객방인데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올 필요 없다는 건가."


씁쓸한 기분. 만화량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관복을 주섬주섬 걸쳐 입었다. 훌륭한. 이란 수식어가 붙어있긴 했지만, 그리고 그 훌륭함이 아무것도 던져주지 않아 결국 그의 개인적인 방침을 바꾸기는 했지만- 복건 본청의 선배들과 동기들은 아직도 그를 인정하지 않는다. 만포두(상급 수사관). 만포두라 줄여 이야기는 하지. 그렇지만 그것은 그저 직급을 주워 섬기는 일이었다. 그를 호칭할때 만화량이라고 이름 붙여주는 것을 들은지 얼마나 되는지. 


"만화량 포두님!"   


문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자 잔뜩 상기된 표정의 청년이 서 있었다. 


"오늘 만화량 포두님 밑에 발령 받았습니다! 엽평이라고 합니다!"


만화량은 앞에 적당히 잘 생긴 청년을 멀뚱멀뚱 바라보았다. 엽평은 만화량을 보고 웃고 있었다. 상사라서? 시커먼 남자 보는게 뭐 좋은 일일까. 그렇지만 만화량은 젊은이가 왜 흥분해 있는지 알고 있었다. 명포두란 이름은 딱지치기 해서 얻은게 아니다...


다만 안타까웠다. 


이제 자신은 그 젊은이가 원하는데로 할수 없기 때문이다. 상기된 얼굴 너머로 젊음이 빛났다. 손아귀에 굳은 살과 잘 다듬어진 육모 방망이. 또 따로 차고 있는 검집을 보면 무예도 포쾌치고는 상당하겠군. 관복이 구김없고 깨끗하기 까지 하니 젊은데도 꽤나 고루하고 법도를 따질 것 같다.


만화량도 그랬었고 말이다.


동시에. 들고있는 서류를 알아차렸다. 


"그걸 전해주려 왔나?"


엽평은 흥분해서 왜쳤다.


"그렇습니다. 무림인 살인사건입니다!"


"일년 삼백육십오일중 삼백육십오일 나는 사건을 왜 가져오는데?"


만화량이 예상왜로 심드렁하게 대하자 엽평은 입술을 비죽 내밀었다. 그의 상상과 좀 달라서 그런것이겠지. 일반적으로 관헌은 무림인 일에 잘 개입 안하려 한다. 지들끼리 사람죽여놓고 정당한 비무였다느니, 또 서로간에 전쟁이니 뭐니 하며 일을 저지르고 없었던것처럼 입을 맞추기 때문이다. 개같은 놈들. 기껏 개입해서 어떻게든 끌고 가봐야...


"사지를 수백조각으로 토막을내서, 그것도 관아 앞에 가져다 놨습니다. 이건 대명 천지 공권력에 대한 도전입니다."   







팬픽을 한상운 아저씨 팬픽으로 시작함...

요즘 형들은 갓 동-방 팬픽질 시작해서 모에한 캐릭터들 다뤄보면서 시작한다면서여?

모 고자 만화 팬페이지에서 내 닉네임 걸리길래 찾아본거 올려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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