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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번역] 그래도 오늘이 끝나기를 - 12.그가 사랑하지 않는 것

ㅁㄴㅇ(211.226) 2015.12.28 21:25:22
조회 57 추천 0 댓글 0

"대단해! 눈이 내 키보다도 더 쌓여있어!"

 

"아, 그렇게 당기지 마 리아!"

 

"다들, 달리면 안돼요!"

 

"하하. 이래서 꼬맹이들으!?"

 

"좋아, 맞췄다!"

 

"너 옥상으로 따라와 플람!"

 

리아에게 끌려다니며, 새하얀 북방의 마을을 향하여 발을 내딛는다. 걱정해하며 유노가 내 뒤를 따르고, 그 뒤에선 플람이 헬리오도르에게 눈덩이를 맞추며, 진심으로 술래잡기를 하고 있었다. 더욱이 그 뒤에는, 젊음이 역시 좋네요, 라고 레드가 아르바에게 말을 걸며, 아르바는 자네도 아직 젊지 않는가, 라고 말하고 싶은 표정을 하고 있으면서도, 부정할 생각이 없는 듯 선대답을 하고 있었다.

 

넷 다 왕도 출신이라서, 주변을 모두 덮는 설원을 보는 것은 처음인 듯 하다. 그 중에서도, 거의 왕도를 벗어난 적이 없다고 말하던 리아와 플람이 기뻐하는 모습은 보통과도 차이가 있었다.

 

헬리오도르에게서 도망치는 플람이, 우리들 옆을 지나쳐간다. 헬리오도르도 그 뒤를 쫓듯이 달려나가려는 와중에, 유노가 발을 헛디뎠다.

 

"꺄앗."

 

무심코 나도 손을 뻗었지만, 그것보다도 빨리, 유노가 넘어지기 전에 헬리오도르의 팔이 그녀를 받았다. 손을 잡아주는 리아에게서, 안도의 한숨이 느껴졋다.

 

"아......죄송합니다."

 

"아냐, 괜찮아."

 

유노는 고개를 숙인채로 사과하며, 헬리오도르도 뚱한듯이 그렇게 대답하며, 곧바로 그녀에게 떨어져 다시 플람을 쫓는다. 나는 그 모습에 강한 위화감을 느꼈다. 유노는 무척이나 예의가 바른 여성이다. 신관으로서, 엄격한 교육을 받아온 것이라 생각된다. 그런 그녀가, 넘어진 걸 도와준 상대에게 하기에는, 조금은 예의에 어긋나는 태도라고 생각했다.

 

그 두사람은 언제나 그랬다. 거리낌없는 태도를 하는 것은, 헬리오도르가 여성에게 수작을 걸 때 뿐이며, 그것 말고는 언제나 일정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필요 이상으로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없다.

 

 

 

 

 

 

 

 

 

 

 

 

들르게된 마을에서 아직은 더 위로 올라갈 예정이었지만, 여기보다도 북쪽에는 더 추위가 심해지는 듯 하다. 지금 장비로는 추위에 견딜 수가 없을 것이다, 라는 판단 하에, 방한 기능이 높은 로브나 망토를 구입하기 위해서 레드와 리아와 함께 도구점을 들르기로 했다.

 

거기서 물품을 물색하며, 리아에게 말한다.

 

"유노와 헬리오도르는 사이가 나빴던게 아니었나?"

 

여행에 익숙해진 아르바는 여행에 적함한 식료품을 고르러 갔고, 플람은 그걸 따라갔다. 유노만은, 이 마을의 신전의 사제와 아는 사이인듯, 인사를 드리러 가겠다고 따로 행동하고있다. 그런 와중에, 헬리오도르만이 어느새 사라져있었다. 아무래도 빠지고 싶은 모양이다.

 

플람과 리아는 치사해! 라고 소리를 지르며 화내고, 아르바는 질렸다는 듯이 한숨을 쉰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엄하게 화낼 줄 알았던 유노는 곤란하다는 듯이 웃기만 할 뿐, 오히려 다른 사람들을 달래고 있었다. 평소와는 조금은 다른 태도에, 조금은 놀랐다.

 

내 발언을 들은 리아와 레드는, 둘이 함께 고개를 돌려 이쪽을 바라본다.

 

"에, 비올라 진심이야? 나라도 아는데?"

 

"리아 씨, 비올라 님에게 그런 부분을 기대하셔서는 곤란합니다. 애초에 이렇게 사랑스러운 펫을 험하게 다루시는 분이니까요."

 

"그렇구나, 그렇겠네, 레드도 참 힘들겠다."

 

장하다, 하고 리아가 레드의 머리를 쓰다듬으려 하지만, 전혀 닿을 것 같지 않았기 때문에 레드가 고개를 숙여 겨우 리아의 손이 레드의 머리에 닿는다. 사이가 좋은건 상관없다만, 그것보다도 빨리 내 질문을 이해하기 쉽게 대답해줬으면 한다.


"유노는 말이야, 훨씬 예전에 딱 한 번 헬리오도르랑 만난적이 있었대."

 

"예전이라면,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

 

"응."

 

여성용 로브를 하나 손에 들며, 리아는 사이즈를 재기 위해 내 앞에 옷을 댄다. 그 로브는 나에게는 조금 짧았지만, 나보다도 키가 작은 리아에게는 딱 맞아보였다.

 

"옛날에 헬리오도르는 있지, 엄청 성실한 사람이었던 것 같아. 너무 지금이랑은 다르니까, 어떻게 대해야할지 곤란하다고 말했었어."

 

이번엔 커다란 남성용 망토를 손에 들고, 리아는 레드에게 대본다. 이건 레드에겐 조금 컸고, 아르바에겐 딱 맞는 크기일 것 같다.

 

"그러니까 조금, 어떻게 대해야 할 지를 고민하는 것 같아. 헬리오도르도, 유노가 싫은건 아니니까."

 

"어째서 그렇게 단언하는거지?"

 

"에~? 비올라한테는 조금 어려울까나아?"

 

싱글싱글, 하고 웃는 리아가 드물게도 심술궂게 웃는다. 딱히 엄청난 흥미가 있던 것은 아니지만, 그런 식으로 대하니 괜시리 신경이 쓰인달까, 화가났다.

 

어떻게든 이유를 말해보게 하려고 노력해보았지만, 결국은 보면 알거야, 라고 말하는 그녀는 마지막까지 이유를 말해주지 않았다.

 

 

 

 

 

 

 

 

 

 

 

 

"아, 위험해."

 

물건을 사고 숙소로 돌아와, 식료품을 조달한 아르바와 플람과 합류했다. 그대로 아르바는 방에서 쉬기 위해 숙소로 들어갔지만, 체력이 남아도는 플람과 리아는 눈싸움을 하러 광장 쪽으로 달려나갔다. 나와 레드도 같이 하자는 말을 들었지만, 내가 거절하니 레드도 그에 따른다. 아무리 그래도 눈장난을 할 정도로 정신연령이 낮은 편은 아니다.

 

그래도, 저녁 식사까지는 시간이 남았기 때문에 레드를 데리고 마을을 산책하고 있으니, 마을 변두리에 있는 언덕 위에서, 헬리오도르를 발견했다. 모두가 물품을 사러간 사이, 홀로 땡땡이를 친 헬리오도르였다.

 

"편하게 지내는군."

 

"그야 그렇지. 이래뵈도 귀족님이시니까."

 

편하게 지내는게 당연한게 아니겠어, 라며 헬리오도르는 설렁설렁 그리 대답한다. 그는 언제나 이렇다. 여성을 꼬시려할 때 말고는, 대개는 삐딱하다.

 

"플람이랑 리아한테는 사과해둬. 그대로라면, 숙소에 돌아가자마자 눈덩이를 맞을 수도 있으니까."

 

"켁......그녀석들은 한도를 모른다니까......"

 

눈이 높게 쌓인 언덕 위에서 헬리오도르는 힘없이 어께를 으쓱한다. 언덕 위에서는 마을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지만, 눈이 쌓이 이 땅에서는 새하얀 대지 속에, 빛이 몇개씩 떠있는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추위와 눈으로인해, 눈 앞까지 새까맣다고 느껴졌다. 바람은 거세게 불고, 주변엔 사람도 없다. 또, 여자라도 꼬시러 가는 줄 알았더니, 계속 여기에 있던 것일까.

 

"그쪽은 데이트야? 나보다 더 편하게 사는거 같은데."

 

"호오......그렇게 보이십니까? 이거야 비올라님, 그에 대한 평가를 더 올리실 필요가..."

 

"없군."

 

"하하하, 괜찮습니다. 괜찮아요 괜찮아. 괜찮다구요. 하하하."

 

"뭐가 말이야!?"

 

무표정한 채로 웃고있는 신기한 짓을 하며, 무심코 소리를 지른다. 괜찮다, 라는 말을 반복하는 것 만으로도, 이렇게까지 남을 불안하게 하는 것이 가능한 줄은 몰랐다. 레드는 정말, 그딴 말을 할 틈이 있다면, 당장에라도 표정근을 되찾았으면 싶었다.

 

"사이가 좋아보이네. 나는 슬슬 돌아갈게."

 

"이런데에서 뭘 하고있던거지?"

 

"응~......?"

 

유노에 대한 것을 물어보려 했지만, 그것보다도 먼저 그가 땡땡이를 치면서까지 무엇을 하고있는지가 신경이 쓰였다. 그는 경박한 태도를 취하고 있지만, 여태가지 딱히 갑자기 사라지거나 한 적은 없었다. 언덕을 내려가려 걷기 시작한 헬리오도르가 돌아본다. 단정한 외모로 싱긋하고 웃는 그는, 그대로 혀를 내밀었다.

 

"저주했어."

 

예상외의 말을 듣고, 무엇을, 이라고 내가 물어보는 것 보다도 빠르게, 헬리오도르는 사람들이 사는 빛을 손가락질 하며 말했다.

 

"저 빛만큼 사람들이 숨을 쉬는거잖아? 소름이 끼친다. 저기, 비올라, 넌 인간이 좋아?"

 

"......좋지도 싫지도 않아."

 

나에게 있어서 인간은, 마왕폐하에게 거스르며, 마족에게 싸움을 거는 어리석고 나약한 종족이다. 그 칼날이 나에게까지 닿을 일이 없다면, 나에게 있어선 지극히 어찌되도 좋은 존재였다.

 

"나는 싫어."

 

지금, 그야말로, 인간을 구하기 위하여 폐하를 토벌하려는, 용사 일행의 말이라고는 생각이 되지 않았다. 언제나 여성의 엉덩이만 쳐다보며, 연하인 플람과 말싸움을 하며 웃고있는 헬리오도르가, 모멸적인 시선으로 그리 말한다.

 

리아가 말했다. 헬리오도르는 예전에, 무척이나 성실한 사람이었다고. 지금의 그는, 그런 식으로도 보이지 않으 뿐더러, 언제나의 그와도 같은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

 

"이기적이고, 제멋대로야. 멋대로 남한테 기대하더니, 배신당했다고 지껄여. 그런 녀석들을 어떻게 좋아하라고 하는거지."

 

"사람은, 타인을 위해 희생하는 것을 존엄하다 여기는 게......"

 

"아니지. 타인을 위해 희생하지 못한 녀석들을 욕하는 놈들이야."

 

미간을 좁히며, 조소를 띄우며, 그렇게 헬리오도르는 말했다. 거기서, 문득 나는 아까부터 그에게 [비올라]라고 불리우는 것을 눈치챘다. 그는 언제나 경박한 미소로 [비올라쨩] 이라며 나를 부르고 있었다. 그렇군, 여태까지의 그 태도는, 모두 이 본심을 숨기기 위한 것이었나 하고 알게된다.

 

"그런 주제에, 아이를 파는 부모도 넘쳐나고, 의미없이 타인을 괴롭히고, 유린하고, 짓밟아. 알고있어? 생명활동이라는 이유를 제외하고, 자신의 욕구만으로 상대를 죽이는건 인간이랑 마족밖에 없어. 서로 죽이는건 똑같은 주제에, 청렴한 척을 하면서 마족을 비난하지. 소름돋지 않아?"

 

"헬리오도르."

 

그의, 모든걸 드러낸 채로 내팽개치는듯한 감정에 숨을 삼키고 있는 순간, 내 귀를 레드의 양 손이 덮는다. 그리고, 그의 이름을 부르고 레드는 그렇게 말을 이었다.

 

"그 정도로 해두시죠. 이 이상 비올라 님의 귀를 더렵혀주지 말아주시죠. 이분은 순수하니까.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레드에게 그 말을 듣고, 헬리오도르는 말이 심했군, 이라고 말하고 싶은듯이 핫하고 금새 입술을 닫았다. 그리고, 쓴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머리를 거칠게 긁는다.

 

"미안. 이상한 말을 했네."

 

"아니, 딱히 상관은 없다만......"

 

그렇게 대답하면서도, 헬리오도르의 말을 듣고, 너무나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있었다. 그리고 이 장소에서 물어도 되는건지를 잠시 고민한 뒤, 언제까지나 내 귀를 가리는 헤드의 손을 치우며, 결국 묻기로 했다.

 

"헬리오도르는 어째서, 인간을 싫어하면서도, 인간을 구하기 위해 여행을 하고있는거지?"

 

"그렇게 오는거냐. 참아주라, 이상한 말을 하고난 뒤라, 지금 엄청 부끄러우니까.

 

한 쪽 손으로 자신의 눈가를 가리고, 그렇게 말은 했지만 헬리오도르는 말을 멈추지 않고, 계쏙해나갔다. 아무래도, 내 의문에 대한 답을 말해줄 용의가 있는 모양이다.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어. 좋은 녀석도 있고 나쁜녀석도 있다. 그게 인간이라고. 거기에 이런 나라도, 좋아해주는 녀석도 있어."

 

그렇게 말하며, 헬리오도르는 웃엇다. 해가 저물며, 눈이 쌓인 이 땅에서는 이미 주변은 어두침침하고, 마주선 그의 얼굴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왠지모르게 웃고있다고 생각했다. 여태껏 본 적 없는, 시원스러운 얼굴로.

 

"밉기도 하지만 그런녀석들 또한 인간이었어. 이유따윈, 그걸로 충분하잖아?"

 

그럼 난 돌아간다, 라고 한마디를 남기며 헬리오도르는 우리들에게 등을 돌린다. 어째서, 그걸로 충분한건가, 잘 모르겠다. 그래도 그걸 추궁해봤자, 이 이상의 답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만은 이해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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