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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번역] 그래도 오늘이 끝나기를 - 13.용사라 해도

ㅁㄴㅇ(211.226) 2015.12.28 21:3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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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돌은, 얼음으로 이루어진 동굴 가장 안쪽에 숨겨져 있었다. 그걸 지키는 성수는, 얼음이나 눈으로 만든듯한 냉염한 성격이었다. 그리고 치밀하고 영악한 공격을 해온다. 얼음의 칼날이 하늘에서 춤추며, 얼음의 방패는 성수를 모든 공격에서부터 지켜주었다.

 

그런 데다가, 지면까지 얼어붙어있어서, 발이 미끄러지기 쉬워서, 성수와의 거리를 좁히기도 쉽지 않았다. 화속성의 마법으로 조금씩 피해를 누적시키고 있지만, 플람들의 검이 통하지 않는 것은 크게 작용했다.

 

"젠장!"

 

플람이 욕을 하는 소리가 들렸다. 마법을 쓰는 후위를 지키기 위해 방어전을 하는 전선에서도 초조감이 보이기 시작한다. 리아도 후위였지만, 그녀가 특기로하는것은 수속성이나 풍속성 마법이기 때문에, 얼음을 다루는 성수와는 상성이 나빴으며, 큰 타격을 주지 못하고 있다. 유노는 주로 치료마법을 주 분야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화속성으로 공격해도 그 효과는 미미했다.

 

"검만, 닿을 수 있으면......!"

 

이빨을 앙 다물며, 플람이 얼음 칼날 사이를 파고들며 나아간다.

 

"멍청아! 가지마!"

 

플람이 뛰쳐나간 걸로 다 막아낼 수 없게 된 칼날이, 후방에 있던 유노와 리아에게 향한다. 화를 내며 헬리오도르가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와, 근처에 있던 아르바와 함게 그걸 떨쳐내지만, 그 판단이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그 칼날은 그녀들에게 큰 부상을 입혔을 것이다.

 

"알겠냐, 잘들어 바보새끼야! 나도 후위로 돌고 비올라와 마법을 쓸거야. 유노는 전위의 회복에 집중해! 리아는 그 서포트! 전위는 후위를 지키는 것만 생각해!"

 

헬리오도르는 평소의 경박한 성격을 생각하면 의외라고 느껴질 정도로, 전투에 익숙했다. 검술은 용사인 플람보다도 능숙했으며, 마법도 그걸 전문으로 하는 자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성격만 좀 괜찮았으면, 그가 용사라고 말해도 분명 난 믿었을 것이다.

 

 

 

 

 

 

 

 

 

 

 

 

어떻게든 성수를 물리치고, 푸른 돌을 손에 넣었을 쯤에는, 일행은 모두 지쳐있었다. 아무리 마족이라 해도, 언제나 인간으로 의태하는 마법을 걸고, 마력의 사용을 억제하고 있는 나도 피로감을 느꼈다.

 

유노는 곧바로 마력을 회복시키는 아이템을 복용하고, 모두에게 회복마법을 걸었지만, 그녀도 오랜 시간동안의 전투로 피로가 쌓여있는지, 얼굴색이 좋지 않았다. 상담을 한 끝에, 조금 쉰 다음에 동굴을 벗어나자, 라는 결정이 나왔다.

 

거기서, 언제나 함께 장난을 치고 있던 헬리오도르가, 플람의 멱살을 쥔다.

 

"그러니까 미안하다고 했잖아!"

 

방금 전, 적에게 달려들다가 리아와 유노를 위기에 빠지게 만든 것에 대해, 질책하는 헬리오도르에게 플람은 그렇게 말했다. 프람 자신도, 그의 성격상 확실히 반성을 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15년 밖에 살지 않은 소년은, 자신에게 잘못이 있다 하여도 그걸 솔직하게 받아들이기는 어려워 보였다.

 

그리고 그 반응은, 불에 기름을 붓는 행위였다.

 

"제대로 하라고!"

 

그렇게 말한 헬리오도르는 플람의 볼을 후려쳤다. 당황해서 아르바가 그를 말리고, 유노와 리아가 플람에게 달려간다. 내 눈 앞에 앉아, 이유없이 팔의 상처를 자랑하고있던 레드도, 곧바로 그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헬리오도르님! 아무리 그래도 때리는건......"

 

"끼어들지마!"

 

그가 소리치니, 질책하려던 유노도 위축되어 말을 끊는다. 그녀에게까지 소리를 지르는건 역시나 좀 심했다고 생각했는지, 헬리오도르는 실수했다는 듯한 표정으로, 천천히 한숨을 쉬었다. 조금은 침착한듯, 그는 괜찮다는 듯이 아르바의 손을 떼며, 그리고나서 플람을 노려보며 말했다.

 

"혼자 죽으려면 맘대로 해. 죽고 싶으면 죽어. 그래도, 네 뒤에는 동료가, 그리고 그 등에는 세상 모든 사람이 있어. 그걸 생각하고 움직여. 그걸 모를 것 같으면, 용사따위 때려쳐!"

 

빌어먹을, 이라고 중얼거리며 헬리오도르는 동굴 벽에 기대 주저앉았다. 이쪽과는 등을 돌려, 그 표정은 보이지 않는다.


얻어맞아 부은 플람의 볼을, 유노가 조심스럽게 만지려하니, 그는 그 손을 거절했다.

 

"......미안, 괜찮아."

 

믿음직스럽지 못한 목소리로, 플람은 작게 중얼거린다. 드물게도, 일행이 조용한 침묵에 휩싸였다.

 

 

 

 

 

 

 

 

 

 

 

 

휴식과 아이템 보급을 위해, 올때도 들렸던 마을에서 다시 하룻밤을 보내기로 했다. 주변은 온통 눈에 덮여있는 추운 마을이다.

 

아직도 피로감이 남아있는 유노와, 기분이 나빠진채인 헬리오도르는 숙소에 머문다. 아이템의 보급은 내일 할 예정이므로, 아르바는 흥미가 있었던 무기점에 가고, 리아는 식재료점으로 향했다. 그 리아에게 부탁받아, 나와 레드는 숙소를 잡고 곧바로 모습을 감춘 플람을 찾기로 했다.

 

걱정이 된다면 자신이 찾으면 되지 않나, 라고 말하니 "내가 가면 플람은 고집을 부릴거니까." 라며 거절당했다. 허세 부리는 소꿉친구라 곤란하네, 라고 언제나처럼 밝게 웃는 리아였지만, 왠지모르게 그 미소에 탁함을 느낀 것 같았다.

 

플람은 금새 찾을 수 있었다. 중앙 광장에 있는, 새하얀 눈에 덮여 원래 모습이 보이지 않는 벤치에 앉아있었다.

 

"빨리 안돌아가면 몸 상한다."

 

그렇게 말하니, 천천히 플람은 고개를 든다. 그 얼굴엔, 언제나처럼의 미소가 있었지만, 잘 보면 눈썹이 쳐져있어, 어딘가 믿음직스럽지 못해보였다.

 

"괜찮아. 나, 용사니까."

 

"용사도 인간이잖아."

 

일반인보다도, 싸움에 탁월할지도 모르지만, 용사라는 것이 추위에 도대체 어떤 효력을 지니는 것인가. 플람의 옆에서 똑같이 눈에 쌓인 벤치에 앉는다. 어째선지 따뜻해보이는 스프에 눈을 빛내는 레드에게 허가를 하니, 그는 무표정인채로 희희낙락해하며 수프를 사러 갔다.

 

거기서 문득 플람에게 시선을 두니, 그의 눈에 얇은 막이 쳐져있는 것을 눈치챈다. 언제나와 다르다는 것에 놀랐지만, 금새 눈치챘다. 그건 눈에 눈물이 맺혀있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나, 그냥 인간이라고. 우연히 검술 실력정도는 있었지만, 그냥 여관집 아들이란 말이야. 용사같은, 그런게 어울릴리가 없지."

 

꾹하고 입술을 앙다물며, 플람은 고개를 숙였다. 다시 입술에서 흘러나온 말은, 쥐어짜내는 듯한 쓸리는 목소리였다.

 

"사실은 나보다 훨씬 더 어울리는 녀석이 있는데도, 우연히 성검을 뽑아버려서, 용사가 되어버린게 아닌걸까. 정말로 세상한테 민폐같다. 나같은게 용사가 되다니."

 

눈물을 참는 모습을 보며, 나는 그가 어린 아이처럼 보였다. 무력하고도, 무척이나 인간다운 어린 아이 말이다. 그 무력함을 한탄하는 것 또한, 인간다웠다. 그게 용사답지 않다고 하면 그런것일수도 있다. 전승으로 남아 인간의 나라에서 듣게 된 용사에 대한 이야기에도, 인물상까지는 전해지지 않았으므로, 내가 판단하기엔 어렵지만.

 

"정말, 꼴사나워. 동료도 생각하지 못하고, 자기만 생각하고. 나, 지금 내가 너무 부끄러워. 최악이야, 이런 용사는......"

 

마침내, 플람의 눈에서 눈물방울이 흘러넘치기 시작했다. 추운 날씨이기 때문인듯. 광장에 사람은 적었지만, 그래도 무슨일인가 하고 시선을 주는 사람도 있었다. 이대로 방치해두기도 뭐하고, 그렇다고 이걸 달랠 묘안도 떠올리지 못한채로, 무심코 떠오른 것은 아르바의 얼굴이었다.

 

"울지마."

 

그의 흉내를 내며, 플람의 머리위에 자신의 손을 올려두고, 그 머리를 쓰다듬는다. 운다는 것은, 아프거나 슬프거나 분해서 일 것이다. 이야기를 듣자니, 플람은 지금 분명, 분한 것이다. 그들을 위로 할 때, 아르바는 자주 이렇게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렇다면, 분명 이것이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하하. 비올라, 너무 거칠어."

 

"참아줘. 익숙하지 않으니까."

 

놀란 모습으로 눈을 크게 뜬 플람은, 그리고 조금 웃었다. 아무래도 내 선택은 틀리지 않은 모양이다. 마족이면서도 또 하나, 인간을 대하는 법을 알게 된 모양이다.

 

"난 잘 모르겠지만, 플람은 용사를 그만두고 싶은건가?"

 

그렇게 물으니, 곧바로 아니야, 라고 고개를 가로젓는다. 그 기세로 바로 얼굴을 들었기 때문에, 당황해서 머리에 올려두고있던 손을 피한다. 그의 머리칼은 조금 뻣뻣하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았다.

 

플람은, 난폭하게 자신의 얼물을 문지른다. 그래도, 눈에는 아직 눈물이 남아있는 채였고, 반쯤 울 것 같은 얼굴인 채로 억지로 웃음을 띄우며, 곧바로 날 바라보았다.

 

"강해지고 싶어."

 

주저없이, 그가 고한다.

 

"나는 약해. 동료를 지킬 힘도 없어. 그러니까, 그러니까 용사라고 가슴을 펴고, 세계를 단숨에 구해버릴 정도로, 나는 강해지고싶어."

 

울고있을 때가 아니지, 라고 플람이 쓴웃음을 짓는다. 그의 그런 소원은, 너무나도 덧없다. 그, 힘의 상징이신 마왕폐하께 맞설 수 있는 존재따윈, 없으니까. 그래도, 어째선지, 그 말을 마음속에서라도, 비웃을 수가 없었다.

 

울고, 후회하며, 아직까지 그 마음도 힘도 미숙한 주제에, 그는 어째선지, 그 눈속에 망설임이 없다. 그것이 나를, 쉽게 비웃지 못하게 만들었다.

 

사실, 그는 놀라울 정도의 빠르기로 강해졌다. 그 성장속도는, 경이적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보고있다가도 때때로 한기가 느껴질 정도였다.

 

"보고 있었습니다, 비올라 님."

 

따뜻한 수프를 사고 돌아온 레드가, 이상한 거라도 보는 눈으로 날 내려다본다. 뭐가 말이냐, 라고 되물으니, 그는 3개나 산 수프를 하나씩 우리들에게 나눠주며, 불만을 말한다.

 

"방금 전 플람 씨의 머리를 쓰다듬으셨잖습니까. 저라는 귀여운 펫을 잘 쓰다듬지도 않으시면서."

 

"넌 안귀엽고, 쓰다듬을 이유도 없는데 어째서 내가 그러지 않으면 안되는 거지."

 

"매일 비올라 님을 위해서, 분신쇄골하며 노력하고 있는데 말이죠."

 

"아하하. 맞아, 비올라. 레드가 불쌍하잖아."

 

방금 전까지 뚱해있던 주제에, 어느새 평소처럼 돌아온 플람이, 수프를 입에 대며 레드의 편을 든다. 둘이 합쳐서 덤벼오니 성가시다. 눈을 돌려 시선을 피하니, 화났어? 미안, 이라며 플람이 웃으며 사과를 한다.

 

슬슬 이런 일도 익숙해졌으므로, 딱히 화나거나 한 것은 아니다. 돌리고 있던 얼굴을 그에게 다시 향하니, 변함없이 레드는 무표정이었지만,  플람은 기쁘다는 듯이 웃었다. 정체를 모를 정도로, 솔직한 녀석이다.

 

수프를 다 마시고 숙소로 돌아오니, 리아가 웃으며 맞이해주었다. 눈이 빨간데, 라고 리아가 놀리니, 아무것도 아냐, 라고 플람이 조금은 삐진듯한 모습을 보인다. 유노의 안색도 조금은 좋아졌고, 변함없이 기분이 안좋아보이던 헬리오도르도, 어째선지 플람에게 아까의 복수야 라고 말하며 한대를 얻어맞고 진지하게 사과를 받으니, 금새 평소대로 돌아왔다. 다행이네요, 라고 레드가 느긋하게 말을 하며, 그 뒤에서 돌아온 아르바는 안도했다는 듯이 남몰래 한숨을 쉬고있었다.

 

여행은 어디까지나 느긋하게 이어졌다. 나에게 있어서, 마왕폐하에게 칼을 들이미는, 마족과도 적대하는 용사 일행과의 여행은, 어째선지 긴장감이 부족한 면이 있었다. 그래도, 경계심은 낮추지 않았다. 그들은 내 목숨마저도 위협하는, 용사 일행이니까.

 

그렇다, 방심하고 있던건, 아니었다.

 

그것이, 자신만의 생각이라고 알게 된 것은, 어리석게도 그분이 직접 움직이고 나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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