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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꾼 에게 요구되는 역량

오하기(119.203) 2021.02.27 11:34:25
조회 590 추천 5 댓글 1

가끔씩 본래 도시에 거주하던 사람이 자신도 농사를 한번 지어 보고 싶다고 농촌에 와서 작물을 일구어 보려는 시도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열에 아홉은 참패를 당하고 다시 도시로 떠나거나, 농촌에 남더라도 농업이 아닌 다른 일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입에 풀칠이라도 하려면 어느 정도 머리가 필요한 일이며 제대로 돈을 벌기 위해서는 전문지식이 필요한 분야이다. 가끔 가다 시골로 귀농을 하고 싶어 농사에 관한 책을 보는 사람들도 있는데 사실 영양가도 없는 말짱 도루묵이고, 경험이 있는 숙달된 자에게서 전수받는 것이 매우 효과적이다. 지금은 농사의 달인일지라도 처음에는 시행착오를 여러 번 겪었을 것이며, 실패도 하였을 것이다. 농사는 아무나 짓는 게 아니다. 괜히 시골에서 할아버지들이 어르신 대우받는 것이 아니다.


농활로 잠깐 갔다 오는 것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힘들고 어렵고 신경 쓸 것도 많다. 그리고 대학 때 농활 오던 놈 치고 진짜로 농부가 되는 경우는 손에 꼽는다. 그리고 지금 초중고 애들 중에 농부가 되겠다는 친구들은 정말 신기한 녀석 내지 바보 취급을 받는다. 농사를 짓고 싶다면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친척집에 얹혀살면서 1년 정도 지어보고 아니다 싶으면 그냥 포기하는 편이 좋다. 농사는 절대 몸으로 때우는 것이 아니다. 기술도 필요하다. 실제로 귀농을 했다가 실패하는 이유가 대개 이것 때문. 물론 전원주택 한 켠에 주말농장처럼 아담한 밭을 일구는 건 해볼 만하다. 저녁 때 가족끼리 마당에서 고기 구워 먹는 한가로운 전원생활은 농사를 취미로 지을 때나 가능한 거다. 예를 들어 주말농장이나 은퇴하고 모아둔 재산이 많거나 연금 받으며 조그맣게 텃발 일구는 경우 같은. 그나마 제일 쉬운 걸 찾자면 장비는 대여한다 치고 충분한 크기의 논이 있다는 가정하에 쌀농사가 그나마 제일 쉽다. 쌀농사의 경우 그나마 기계화 자동화가 잘 되어있고 양육 과정이 상당히 표준화되어 있어서 생산이 쉬운 축에 속한다. 생산하기 더 쉬운 작물로 밀이나 보리가 있지만, 판매 측면에서 밀이나 보리는 정부에서 수매하는 작물이 아니라서 수입산에 비해 가격이 높아 판매할 때 애로점이 생긴다. 반면, 쌀은 비율이 낮아졌다곤 하나 엄연히 주식이니 만큼 정부에서 식량 생산량을 유지하기 위해 수매해주기 때문에 그나마 제값을 받고[5] 팔 곳이 있으며 최소한 고정적인 수입원이 된다는 이점이 있다. 즉, 생산 난이도와 판매 난이도 모두를 고려할 때 그나마 쌀이 가장 쉽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마저도 어렵다고 평가받는 게 농사인 것이다.

  • 과학적 지식: 농사가 대충 땅 파먹고 산다는 소리가 얼마나 멍청한 소리인지 보여주는 근거로 비료 종류와 양, 파종이나 모종 시기, 작물의 병과 해충, 거기에 맞는 농약에 대해 알아야 한다. 땅에 모종만 심는다고 작물이 뚝딱 자라나는 것이 아니다. 토양에 따라 잘 자라는 작물이 다르니 자신이 가지고 있는 토양에서는 어떻게 하면 잘 자라지 않는 작물을 잘 자라게 할 것인지나 비닐하우스 재배의 경우 그날그날 날씨를 확인하여 언제 비닐하우스 문을 열고 닫아 작물이 타버리거나 얼어 죽지 않게 할지나 농약을 뿌릴 때 어느 정도의 비율로 농약을 넣어야 하며 어느 정도 작물에 뿌려야 하는지 등등, 이것 외에도 무수히 많은 것에 대해 엄청난 지식들이 필요하다. 그러지 않으면 남들이 풍작할 때, 자기 혼자 흉작이다. 괜히 박사학위까지 지닌 연구원들이 365일 논밭과 비닐하우스를 돌아다니며 피X싸게 연구하는 게 아니다


  • 체력과 근성: 하루 종일 뙤약볕 아래서 고된 노동을 해야 하고, 무더운 하우스 내부에서 작물을 수확해야 한다. 야외에서 고추를 따는 건 바람 통해서 좋을까? 고추는 한 번에 수확을 못하고 익은 것 먼저 따고 덜 익은 걸 기다렸다가 따는 걸 반복한다. 여름에 좁은 고랑에서 쭈구리고 고추를 따서 바구니에 담고 이동하는 걸 반복하는 게 고추농사다. 농약도 치고 수확 후 세척도 당연히 해야 한다. 과수원을 한다면 한여름 땡볕을 그대로 맞으며 통풍도 안 되는 우비로 꽁꽁 싸매고 하루 종일 농약을 쳐야 한다.[6] 감이 안 오는가? 군필자라면 한 방에 이해될 비유가 있다. 우비를 화생방보호의로 바꿔보라. 작업조건이 거의 동일하다.[7] 그리고 태풍, 장마 때는 더 빡세다. 특히 태풍이 제대로 오면 과일은 낙과하고 쌀은 쓰러지고 일이 심각하게 굴러가기 십상이고 정말 운이 좋지 않으면 목숨까지 잃는 일이 생긴다. 비닐하우스의 경우 비닐은 생각보다 질기지만 철골이 바람의 강풍을 못 이겨 결국 꺾이고, 전술했듯 농작물이 꺾이면서 추수할 때 아주 골치 아프게 만든다.


  • 미래에 대한 예측: 기상변동, 공급과 수요 등을 고려해야 한다. 예컨대 한미 FTA로 수입산이 쏟아져 들어와 특정 품목들이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잃었다든가, 2013년도에 양파 흉작으로 양파값이 무지막지 올랐었다면 2014년은 지나친 풍년으로 인해 오히려 농협에서 양파사주기 이벤트를 열고 홈플러스에서 양파 개당 100원 이벤트를 할 정도로 양파값이 수직 하락한다. 즉, 지나친 풍년이 와도 안되고 지나친 흉년이 와도 안된다. 미래 예측에 실패하면 그 해 농사는 망한다. 때문에 서양권의 농부들 사이에서는 "도박을 하려면 카지노로 가지 말고 밭으로 가서 농사를 지어라."같은 농담이 있을 정도다.[8]


  • 건설기계 & 농기계 기술: 대규모로 농사를 짓거나 자체적으로 개간하려면 필수다. 왜 대규모로 농사지을 것을 전제로 이야기 하느냐면 주말농장 수준의 텃밭에서 나오는 작물로는 충분한 수익을 얻기 힘들어 규모를 키워야 수익이 나서 농사로 최저임금이라도 벌고 싶으면 안정적으로 최소 쌀 수십 톤을 생산해야 하고 이 물량은 인력만으론 절대 감당이 안 된다.


  • 경영학: 대규모로 농사를 지을 경우 자기가 직접 판매를 해야 수익을 많이 올릴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마케팅회계학 기술이 필요하며 추가적으로 유통학 기술과 판로확보도 필요하다. 그 이전에 어떤 작물을 어느 정도의 규모로 농사를 지어야 손익분기점을 넘길지부터 계산이 가능해야 한다. 농사를 직접 지어보기 전까진 계산이 힘든 게 함정.


  • 선물거래 등의 파생상품: 농산물은 이상 기후 등 각종 요인에 따라 각 해의 시세가 고무줄처럼 변하므로 선물거래와 같은 위험 헤지 수단이 필요하다. 아니 생각해보면 파생상품 자체가 가장 활발한 시장이 바로 농산물이다. 사실 주식투자와 그 파생상품을 도박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은데 선물, 옵션 등의 파생상품은 주식시장이 시초가 아니라 농산물 도매시장에서 먼저 생겨난 기법을 주식시장에서 빌려다 쓰기 시작한 거다. 예를 들어 밭떼기 거래 같은 경우는 대표적인 선물거래 방식의 하나이다. 네덜란드에서 튤립 파동이 괜히 일어난 게 아니다. 위의 경영학과 합쳐서 나오는 것이 바로 농업경제학이다.


  • 자본: 주말 농장 이상의 규모라면 (그것이 가족이나 지인에게 겨우 줄 수준이라도) 돈이 필요하다. (땅, 종자, 묘목, 자재, 운송, 인건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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