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장피라는 음식 하면, 집들이가 떠오른다.

잡채와 갈비찜으로 도드라져 보이지 않는 집들이상에 시쳇말로 \'펄 샤이닝\' 효과를
주는 음식이 바로 양장피. \'뽐내기 주부\' 들이 집들이상에 이 양장피를 올리곤 했었다.  

집들이상 센터에 양장피를 올려놓고 개인접시와 함께 대접하면, "어휴, 만드느라 손이 많이 갔겠네.
이게 먹기는 쉬워도 만들기 여간 귀찮은 게 아니지.... 고생하셨어요." 소리 듣는다. 이 맛에 요리한다. 뭐,
내가 직접 상다리 부러지게 요리를 바치는 것은 아니지만.

큰이모댁 집들이에서 큰이모께서 대가리 탁 치면 \'억\' 소리내고 죽을 정도로 귓똥차게 양장피를 잘하셨다.

갈비찜도 마다하고 마구 주워먹었던 양장피가 떠올라 차이나타운에서도 양장피를 시켰드랬다. 3만 원.
인천 복성동 차이나타운 \'청관\' 의 가격이올시다. 식사는 따로 주문안하고 요리로만 끝장봤다.

겨자소스로 광택효과 두둑히 준 해파리들이 탱탱볼이 땅에 구르듯 입에서 요리조리 움직인다. 이 맛에,
겨자 맛에 먹는건데 이걸 처음 먹어봤다는 한 사람은 내 입맛에 안 맞아서 도저히 못 먹겠다고 땡깡핀다. "그럼 니년은
후라이드 치킨 먹을 때 허니머스타드소스에 안 찍어먹어? 그거랑 똑같은 거니까 쳐먹어." 라고 했더니
그제서야 2차 시도를 한다.

2차 시도와 3차 시도에 걸쳐 양장피에 손을 댔지만 부수적인 야채와 닭슴가살에만 입을 댔을 뿐이다. 난 얼큰하다는
소리와 함께 다 먹어치웠더랬다.

양장피 하나에 오붓한 추억 한 조각을 되새김질했다면, 이제는 어렸을 적 엄마 손잡고 시장나들이 갈 때
사먹던 노상에서 파는 부침개가 먹고 싶어졌다. 그러나 이런 얘기를 하면 우리 엄마는 다짜고짜 이렇게 얘기하겠지.
"넌 차 지나가고 사람 지나가도 그 먼지 구덩이에서 파는 음식들이 뭐가 좋다고 먹을려 그러냐? 난 돈주고
먹으라 그래도 안 먹겠다."

p.s. 맛나 보이는 사진으로 가공하기 위해 사진에 토토샵 좀 입혔다. 하이앤드급 카메라라면
그렇지 않을테지만 똑딱이로 찍으면 매번 가공해대는 게 귀찮아진다. 어떻게 달라졌는지 그대들의 안목을
뽐내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