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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에서 세계여행 - 미국편

Nitro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11.12 15:47:17
조회 6058 추천 92 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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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본격적으로 후반부에 접어 든 CIA 학과 과정.


지금까지는 요리의 기초와 서비스 형태를 중심으로 배워왔다면 이제부터는 세계 각국의 요리를 경험하며 지식을 쌓아올리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학생들이 적응하기 쉬우라는 이유에서인지 그 시작은 친숙한 미국 요리부터.


하지만 현지 학생들에게나 친숙한 요리이지, 지구 반대편에서 날아 온 외국인 유학생에게는 초장부터 끝판 왕이 나온 느낌이랄까요.


흔히들 미국 요리라고 하면 햄버거, 피자, 치킨 정도를 떠올리기 쉽지만 실제로는 그 넓은 땅덩어리와 다양한 민족 구성 만큼이나 다채로운 요리가 존재하는 나라가 미국입니다.


매일매일 새로운 레시피를 받아서 색다른 요리를 만들다 보니 주방에서 요리만 하고 있는데도 미국 전역을 방방곡곡 여행하는 기분이 들 정도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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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처음 접하게 되는 것은 뉴 잉글랜드 지역과 중부 대서양 연안 지역(mid-atlantic states)의 요리입니다.


뉴 잉글랜드라고 하면 미국 북동부의 코네티컷, 뉴햄프셔, 버몬트, 메사츄세스, 메인, 로드 아일랜드의 여섯 개 주를 포함하지요.


따라서 뉴 잉글랜드와 중부 대서양 연안은 청교도들이 처음 정착하고 퍼져나간, 미국 입장에서 보면 가장 전통있는 지역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요리 역시 왠지 청교도식 추수감사절이 떠오르는 칠면조 요리가 포함되었네요.


칠면조는 채소와 곡류로 속을 채워 오븐에 로스팅하고, 마데이라 와인과 육수를 팬에 졸여서 만든 소스에 크랜베리 잼을 곁들여 나옵니다.


워낙에 큰 새라서 일반 가정에서 요리하면 겉은 다 태워먹고 속은 덜 익은 상태로 만들기 십상인데 여기선 1300만원짜리 오븐의 힘인지 촉촉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육즙이 넘치는 칠면조 요리가 되어서 나오네요. 


칠면조 속을 채워 넣는 걸 보니 왠지 삼계탕 만들 때 닭 속에 찹쌀 채워넣는 게 떠오르기도 합니다. 백숙을 삶지 말고 오븐에 구워서 만들어 볼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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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컨으로 감싼 대구 케이크.


대구는 옛날부터 워낙에 많이 잡히던 생선이다보니 염장 대구라고 하면 해안가 도시에서는 어딜 가나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요리 재료였습니다.


염장 대구는 소금 속에 생선을 파묻어서 만들었다고 할 정도로 짜기 때문에 요리 시작하기 하루 전부터 물에 불려서 소금기를 어느 정도 제거해야 합니다.


부드러워진 대구살을 우유에 살짝 삶은 다음 볶은 양파, 삶은 감자, 달걀 등과 함께 으깨가며 섞어서 케이크 반죽을 만들고 둥글게 모양을 잡습니다.


빵가루를 묻히고 베이컨을 한 바퀴 둘러 준 다음 팬에 기름을 붓고 튀겨 내면 완성.


그런데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건 대구 케이크보다도 위쪽의 랍스터 롤입니다. 


보통 랍스터 롤이라고 하면 생선으로 만든 게맛살을 사용하는 짝퉁 랍스터 롤이 많은데, 이 샌드위치는 진짜 랍스터 살을 듬뿍 넣었습니다.


좋은 재료를 사용하면 별 다른 기술을 부리지 않고 마요네즈와 허브 좀 섞어 넣기만 해도 눈물나게 맛있는 샌드위치가 되지요.


예전에 여름 피서철에 해변에서 진짜 랍스터 롤을 파는 걸 먹어 봤는데, 그 때 샌드위치 한 개에 거의 $20 가까운 가격이었던 걸 생각하면 사이드 메뉴가 메인 메뉴보다 더 귀하신 몸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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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왠지 귀여운 어감인 치킨 팟 파이. 발음하다 보면 뽀빠이 생각도 나고 태국 음식인 팟타이 생각도 나네요.


고기 파이 자체는 고대 그리스 시절부터 만들어 먹었다고 할 만큼 역사가 오래 되었지만, 치킨 팟 파이 만큼은 미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메뉴입니다.


바닥과 뚜껑을 모두 빵으로 덮어버리는 일반적인 고기 파이와는 달리 팟 파이는 그 이름처럼 냄비(Pot) 위에 파이 크러스트를 얹어서 만드는 경우가 많지요.


하지만 여기서는 파이 뚜껑을 만들어 얹는 대신에 비스킷을 구워서 올리는 걸로 대신했네요. 정통성 측면에서 보자면 과연 팟 파이라고 할 수 있을지 어떨지 경계선에서 줄타기 하는 느낌입니다.


뭐, 요리의 정체성은 어찌 되었건 간에 오랫동안 끓여서 부드럽게 요리한 닭고기에 육수를 졸여 만든 소스 국물, 그리고 버터밀크 비스킷이 잘 어울리기 때문에 그 맛 하나만큼은 논란의 여지가 없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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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 요리를 곁들인 조니 케이크.


조니 케이크라고 하길래 무슨 요리일까 잔뜩 기대 했었는데, 알고 보니 팬케이크였네요. 물론 반죽 재료는 팬케이크와는 살짝 차이가 있지만 전반적인 맛은 크게 다를 것도 없습니다.


지금은 팬케이크라고 하면 아침 식사 대용으로 간단히 구워 먹거나 아이들 간식으로 만들어 먹는 수준이지만 옛날에는 거의 주식에 가까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에게 각광받던 메뉴였습니다.


흔히 생각하기에 서양 사람들은 빵을 주로 먹었을 거라고 여기기가 쉬운데, 실제로 빵을 굽는 게 그렇게 간단한 일은 아니었거든요. 열이 새어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오븐도 제대로 만들어야 하고, 빵이 발효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데다가, 굽는 데 들어가는 장작의 양도 무시무시했으니까요.


그나마 유럽에서는 마을마다 빵집이 하나씩 있었으니 돈 주고 사 먹기라도 했지, 미국 정착 초기의 청교도들은 그마저도 불가능했습니다.


그래서 곡식을 갈아서 죽을 끓여 먹거나,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일하다가 잠시 쉬는 틈에 넓적한 괭이를 모닥불에 달궈서 그 위에 반죽을 얹어 조니 케이크를 구워 먹는 게 일반적이었지요.


괴테는 그의 소설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않은 자, 근심에 싸여 잠 못 이루며 울며 지새본 적 없는 자, 천국의 힘을 알지 못하나니"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어찌 보면 조니 케이크야말로 고단한 삶을 살았던 청교도들의 눈물 젖은 빵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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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메뉴대로라면 한 접시에는 한 가지 메인 요리만 올라가도록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요리하는 사람의 특권을 활용해서 이렇게 먹고 싶은 메인 요리를 여러 개 집어 오는 것도 가능하지요.


내가 만든 요리인데 내 돈 (정확히는 매일 지급되는 포인트) 주고 사먹어야 한다는 데서 이래저래 부조리하다고 생각 될 때도 있지만


정량을 훨씬 초과하는 양의 음식을 듬뿍듬뿍 담아오는 걸로 갈음하곤 합니다.


미국 북동부를 벗어나 남쪽 지역으로 내려오면 만나게 되는 요리, 버터밀크 프라이드 치킨과 텍사스 바베큐, 그리고 포보이 샌드위치입니다.


과거 미국 남부는 목화를 재배하는 대농장으로 먹고 살던 동네라 흑인 노예들의 노동력이 필수였지요.


그래서 음식 문화도 흑인 노예들이 먹던 것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습니다. 모자라는 열량을 보충하기 위해 그나마 구하기 쉬운 단백질이었던 닭고기를 돼지 비계를 끓여 만든 기름에 튀겨낸 프라이드 치킨이 그 대표적인 사례지요.


그런데 정작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프라이드 치킨은 흰수염 백인 할아버지가 마스코트라니 좀 아이러니컬 하기도 합니다.


햄버거처럼 보이는 음식은 빵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안에 들어있는 고기가 바베큐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커다란 돼지고기 덩어리에 향신료를 바르고 오랫동안 스팀 오븐에 조리해서 만들었지요. 


미국 남부의 여러 주들은 자신만의 바베큐 방법이 있고,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다른 바베큐 때문에 자기네 요리법이 최고라고 싸움 붙기도 합니다. 


우리 나라로 치면 지역에 따라서 순대를 소금에 찍어 먹느냐 쌈장에 찍어 먹느냐 새우젓에 찍어 먹느냐 차이가 나는 것과 비슷할 듯 싶네요.


그래서 유튜브를 보면 남부 주별로 바베큐의 특징을 말해주는 노래가 인기를 끌기도 하는데 (https://www.youtube.com/watch?v=6ubTQfr_tyY) 저도 시험 공부 하면서 이 노래 덕을 많이 보기도 했습니다.


샌드위치는 예전에 한 번 만들어 본 적 있는 (https://blog.naver.com/40075km/221560804538) 포보이 샌드위치입니다.


루이지애나의 대표적인 음식 중 하나지요. 다만 이번에 만든 건 새우가 아니라 굴을 메인 재료로 사용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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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을 채운 메추라기 요리.


입학하고 나서 아메리카 키친에서 가장 먼저 먹었던 추억의 요리이기도 합니다. 너무나 맛있어서 '학생 식당에서 이런 요리를 먹는다니, 과연 CIA!'라며 감탄하고, 다 먹고 나선 키친에 다시 찾아가서 셰프에게 "메추라기 요리 최고예요! 존맛탱!"이라고 감상을 피력할 정도였으니까요. 물론 실제로 존맛탱이라는 단어를 쓴 건 아닙니다만 어감은 그 비스무레한 느낌이었달까요.


그렇게 감탄했던 요리를 직접 만드는 때가 오니 감개가 무량합니다.


양파와 쪽파, 새우, 샐러리, 피망, 마늘, 육수와 갖은 향신료를 섞어 속을 채울 스터핑 재료를 먼저 요리합니다. 


짤주머니에 스터핑 재료를 넣고 메추라기 뱃속을 채운 다음 바베큐 양념과 버터를 섞어 표면에 바르고 오븐에 굽습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조리되면 민물가재(Crawfish)를 왕창 써서 만든 소스를 곁들여 냅니다.


들인 노력과 시간을 생각하니 맛이 없을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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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와 새우 잠발라야.


잠발라야는 우리 나라에서는 비교적 생소한 요리인데, 사방팔방의 쌀요리를 다 섞어 만든 그야말로 미국 특유의 다문화 배경 음식입니다.


포보이 샌드위치와 마찬가지로 루이지애나 지역의 케이준 요리 중의 하나로 손꼽히기도 하지요.


캐나다에 살던 프랑스 사람들이 쫓겨나며 이 지역으로 몰려들고, 루이지애나는 원래 스페인 식민지이기도 했던 데다가 흑인에 아메리카 원주민까지 겹치며 그 모든 문화의 음식 재료가 모조리 들어가며 만들어진 남부식 쌀 요리입니다.


밥이 아니라 굳이 쌀 요리라고 하는 이유는 쌀이 핵심 재료이긴 한데 다른 재료들 역시 그 비중이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우선 토끼 고기가 들어가고, 새우가 들어가는데다가 프랑스에서 유래된 안두이(Andouille) 소시지도 빠질 수 없으니까요. 


게다가 케이준 요리의 성스러운 삼위일체(Holy trinity)라고 불리는 양파, 피망, 샐러리 역시 기본으로 들어가다보니 그 결과물이 밥이라기보다는 쌀이 들어간 잡탕죽 내지는 잡탕밥에 더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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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킷을 얹은 햄과 애플버터를 얹은 콘브레드. 


애플버터는 이름만 들었을 때는 '사과로 어떻게 버터를 만드나' 싶은데 실제로는 그냥 사과가 버터 질감처럼 꾸덕해 질 때까지 달달 볶아서 만드는 사과잼 비슷한 요리입니다.


옥수수빵과 관련된 이야기는 예전에 한 번 언급한 바 있으니 넘어가고 (https://blog.naver.com/40075km/221048051869) 그보다 더 특색있는 것은 바로 조그만 보울에 담긴 수프입니다.


검보 수프는 포보이나 잠발라야처럼 케이준 요리의 일종으로, 오크라라는 채소와 사사프러스 이파리를 말려서 빻아 만든 필레 가루가 들어가는 것이 특징입니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그저 맛이 좀 독특한 수프에 불과한데, 재미있는 건 메인 재료가 악어고기라는 사실이지요.


처음엔 '악어 고기가 들어간 검보'라는 메뉴를 보곤 설마 진짜 악어일리가 있나, 그저 별칭 같은 거겠지 싶었는데 진짜 악어고기더군요.


플로리다 쯤 되면 뒷마당이나 골프장에 악어가 출몰하는 일도 자주 있다더니 악어 고기 역시 그렇게 희귀한 건 아닌가 봅니다.


하긴, 그 많은 악어가죽 핸드백과 벨트를 생각 해 보면 그 고기 역시 어떻게든 활용할 필요가 있겠지요.


검보의 맛이 워낙 강렬한지라 악어고기 맛 자체를 충분히 느끼기는 쉽지 않지만 대략 닭고기 사촌 정도 되는 느낌입니다.


악어와 닭의 조상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공룡에서 만난다던데 이 둘의 중간쯤 되는 맛이 공룡 고기 맛일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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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도 생소한 에투페 (Etouffee)와 밀리톤 (Mirliton) 요리.


에투페는 루이지애나식 새우 덮밥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검보나 잠발라야에서 느껴지는 크레올 특유의 고소하고, 흙 맛(나쁜 의미가 아니라 좋은 의미에서)이 깔려있으면서 약간은 매운 느낌이 살아있는 맛입니다.


그러고 보니 남부 요리는 거의 한국 사람 밥 먹듯이 쌀을 많이 사용하는 느낌이네요. 


미국 5대 농산물이 옥수수, 밀, 콩, 목화, 그리고 쌀이라던데 왠지 납득이 갑니다.


밀리톤은 박과 비슷한 식물인데 속을 채워 요리한 후 잘라서 서빙합니다. 


이렇게 남부 음식을 요리하다 보면 루이지애나의 뉴올리언스는 빠지지 않고 항상 등장합니다. 


해당 요리의 대표적인 레스토랑들이 다 뉴올리언스에 몰려 있기 때문이지요. 


제가 즐겨 보는 애니메이션인 심슨 가족(The Simpsons)의 에피소드 중에는 뉴올리언스를 방문한 호머 심슨이 수많은 남부 요리의 대표 맛집들을 모조리 찾아다니며 음식들을 먹어치우는 장면이 장장 2분 가깝게 등장하기도 합니다 (https://youtu.be/fLFpTLEnrqU). 


어찌나 맛깔나게 표현했는지 그 맛집 목록을 그대로 따라가며 호머 심슨이 먹던 모습 그대로 흉내내어 영상을 찍는 밈이 유행하기도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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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동부에서 출발해서 남부를 거친 여정은 서부에서 끝을 맺습니다. 태평양 연안 지역의 요리들을 만드는 거지요.


연어 요리인데 특이한 점은 이름이 "Ceder planked salmon"이라는 점입니다. 


시더우드는 예전에 아로마 오일에 대해 배우면서 향수 원료로만 접했었는데, 소나무과에 속하는 식물로 남성용 화장품에서 주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나무 판자 연어라니 도대체 뭔 소리인가 싶기도 했지요. 알고 보니 시더우드 판자 위에 연어를 올려놓고 나무에 불을 붙인 다음 뚜껑을 덮어 즉석 훈제를 하는 방식이더군요.


생전 처음 보는 조리 방식을 접하며 무엇보다 감탄했던 건 그 연기를 감당해내는 무시무시한 성능의 환풍기였지만요.


그릴에 일단 한 번 굽고, 판자 위에서 열기와 연기로 마무리한 연어에 멀롯 포도주와 블랙 베리를 졸여 만든 소스를 곁들여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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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 쪽으로 넘어오면 의외로 중남미에 가까운 남부 지역보다 더 멕시칸 요리의 영향을 받은 흔적이 많이 보입니다.


이는 미 서부의 역사적 배경 때문이기도 한데요, 원래 캘리포니아를 비롯해서 애리조나, 뉴멕시코, 콜로라도, 네바다, 유타를 포함한 서남부 지역 주들은 멕시코 공화국의 영토였기 때문입니다.


멕시코-미국 전쟁이 끝나면서 전쟁에서 승리한 미국이 이 거대한 영토를 통채로 할양받았지만 '그래도 여기는 우리 땅이지!'라고 생각한 멕시코 사람들은 꾸역꾸역 국경을 넘어 서부 지역으로 진출했고 그 결과 오늘날도 히스패닉 분포가 가장 높은 주들이 미국 서남부에 몰려 있습니다.


이를 대변하기라도 하듯 이게 멕시코 요리인지 미국 요리인지 애매한 안초 레예노 (Ancho Relleno)가 미 서부 요리에 당당히 그 이름을 올렸습니다.


안초는 고추의 일종으로, 음식 이름을 풀이하자면 멕시코식으로 속을 채운 고추 요리라고 할 수 있겠네요. 우리 나라 명절 음식의 하나인 고추전과 상당히 흡사한 요리입니다.


안초 칠리의 속을 제거하고 쌀과 버섯 및 각종 향신료를 섞어 만든 재료로 채운 다음 토마토 소스에 재워 오븐에 구워 냅니다.


바나나 사촌 쯤 되는 플랜테인과 아보카도, 염소젖 치즈를 뿌리면 완성. 


개인적으로는 그리 나쁘지 않은데 한국인 유학생들 사이에서는 별로 인기가 없는 메뉴이기도 합니다. 한국인의 크립토나이트라는 고수(Cilantro)가 듬뿍 들어가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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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넛 밀크로 지은 밥에 마카다미아 넛트를 섞고 옆에는 파파야와 라임 주스 등을 섞어 만든 살사를 곁들였습니다.


돼지고기는 아도보(Adobo) 소스에 조렸는데 스페인에서 시작된 소스이다보니 스페인 식민지였던 중남미는 물론이고 멀게는 필리핀에서까지 널리 사용되는 재료입니다.


코코넛 밀크 밥에 파파야 살사라니 왠지 이상하게 들리지만 막상 먹어보면 왠지 열대 분위기도 좀 나는 게 여름 휴가철 열대 지역 해변에서 먹을 법한 기분도 드는 게 신기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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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은 '형이 왜 거기서 나와?'라는 유행어가 떠오르는 치피노 (Cioppino) 입니다. 이탈리아식 해물탕이라고 보면 되지요.


이탈리아 이민자들은 주로 동부에 사는데 왜 뜬금없이 서부에 이탈리안 요리가 등장했는지 궁금했는데, 알고보니 치피노라는 요리 자체는 샌프란시스코에 살던 이탈리아 이민자가 발명했더군요.


이탈리아의 항구 도시에서 물고기 잡으며 살던 어부들이 미 서부 해안가에 정착하며 낚시로 삶을 이어갔는데, 이탈리아에서 잡히던 것과는 다른 해산물들을 이탈리아식으로 요리 해 먹으면서 새로운 요리가 탄생한 거지요.


그래서 요리법 자체는 올리브 오일과 토마토 소스, 마늘빵을 베이스로 하되 그 재료는 미 서부해안에서 잡히는 다채로운 해산물 - 조개, 홍합, 생선, 새우 등이 주를 이룹니다. 


이탈리아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주제에 파스타도 없이 해산물만 쪄서 나오는 게 왠지 좀 어색하긴 한데, 토마토 소스와 베이스 육수에 굉장히 공을 들인 음식이다보니 상당히 맛있습니다. 


이렇게 요리를 통해 여행한 미국 한 바퀴.


어찌 보면 그저 수박 겉핥기 식이지만 교과 과정의 목표부터가 특정 요리의 전문가를 양성하기보다는 다양한 요리를 접할 기회를 주면서 어떤 요리가 적성에 맞는지, 그리고 나중에 이러한 지식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을 만들어 내는 밑거름을 제공한다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상당히 재미있는 수업입니다.


단지 음식만 먹었을 뿐인데도 그 지역을 여행한 느낌이 절반 정도는 드는 걸 보면 확실히 음식이 생활 문화 전반에 걸쳐 차지하는 영향력이 크긴 큰가 봅니다.


이제 미국을 한 바퀴 돌았으니 다음 목적지는 멕시코. 미 서부에서 살짝 맛보기만 했던 중남미 요리를 본격적으로 파고 들 차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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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기타음식 갤러리 이용 안내 [1692/1] 운영자 06.02.24 335478 166
3229579 노래는 동이 틀때까지 불러라 기갤러(106.102) 13:20 3 0
3229578 미니진 보니까 피프티 생각나네 기갤러(222.102) 13:20 5 0
3229577 점심만들었서요 [4] 기갤러(124.63) 13:18 13 2
3229576 키토김밥 [3] 디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15 20 1
3229575 점심 제육vs쌀국수 추천 ㄱㄱ [3] ㅇㅇ(211.36) 13:13 8 0
3229574 거징어 닥쳐 기갤러(211.234) 13:11 11 4
3229572 벤티만먹다가 톨로먹었는데 톨도 머글만하네 [1] 욕붕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09 23 2
3229571 탕비실 아이스크림 리필 [6] 오징어뽂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08 33 1
3229570 제주돼지 한달에 1번먹는거 아름이는 날마다 먹음 [1] 기갤러(222.102) 13:08 20 0
3229569 오늘의 점심 [3] canU502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06 19 1
3229568 갤럭시 S시리즈도 아니고 A시리즈임 기갤러(222.102) 13:03 18 0
3229567 [13] 윤아름씽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03 55 5
3229566 돼지창녀 때문에 갤 념글컷도 높아져버림ㅋㅋㅋㅋㅋ ㅇㅇ(118.235) 12:59 32 4
3229565 의주빈 이라는 말이 실제로 유명하고 쓰임??? 기갤러(106.101) 12:58 19 0
3229564 라면을 가게가서 사먹을 필요 없는 이유 ㅇㅇ(211.246) 12:56 25 0
3229563 아녀 비공릴도 알려줘서 그때 알았는데 갤럭시임 기갤러(222.102) 12:54 23 0
3229553 즘심 ㅁㅌㅊ? [16] 꽃휴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47 98 7
3229550 한식부페 9000 vs 쿠우쿠우 24900 [4] ㅇㅂㅇ(211.36) 12:41 48 0
3229547 양심이있으면 기프티콘 다시 토해내라 선화예고에 기부해라 ㅇㅇ(118.235) 12:38 19 2
3229540 1시간을 못버텨 내일은 어케 버틸려고 기갤러(222.102) 12:33 23 0
3229533 낼은 교촌먹는당~! 욕붕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31 28 3
3229528 지베와따 욕붕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9 25 3
3229525 아니 광진테크노 여기뭐임? [4] 쿠우랙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6 45 0
3229523 나님 대충 이런 느낌? ㅇㅇ(223.39) 12:25 34 3
3229522 점심묵닌다 [2] 기갤러(112.222) 12:25 41 2
3229520 범죄자끼린 통하나봄ㅋ ㅇㅇ(167.179) 12:24 25 2
3229519 냠냠쩝쩝 된장찌개/두릅 [2] 타원형플라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2 34 2
3229515 [이인제]오늘의 중식 [2] 이인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19 58 4
3229512 야가다기붕이 분식 [4] 야관문MKll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13 50 1
3229510 소세지빵 만드럿ㅅㅓ [8] 기갤러(172.226) 12:10 75 7
3229509 맛있는 소고기 품종 추천 좀 [4] ㅇㅇ(112.165) 12:08 23 0
3229508 너네 아일릿 뚜뚜두두 하는 그노래 좋음? [4] ㅇㅇ(118.235) 12:07 39 0
3229507 윤석열 나이로 26살 연봉 5500이면 ㅁㅌㅊ임 [3] ㅇㅇ(211.234) 12:06 42 0
3229506 어차피 갈 거 남에게 피해주지 말길 ㅇㅇ(118.235) 12:05 22 1
3229505 여자들아 너네 커피깁콘 뭐 받고싶음? 선택 좀 [7] ㅇㅇ(118.235) 12:04 44 1
3229504 맥도날드 vs 버거킹 [1] 기갤러(221.155) 12:02 42 1
3229502 뻘) 어제 인니와의 축구 때문에 [6] Gualtier_Mald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1 58 1
3229499 수저오빠가 사준 스벅~~! [6] 욕붕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57 85 4
3229498 저번주에 일주일동안 집 비우느라 집에 초파리 300마리 생겼는데 ㅎ [13] 윤아름씽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54 79 0
3229497 아사 직전에 폭식해보는거지 ㅇㅇ(118.235) 11:53 22 1
3229496 별 7개적립됐네 ㅋㅋ무료음료쿠폰 하나 얻음ㅋㅋㅋ [1] 욕붕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47 49 3
3229495 승자 vs 패자 [1] 기갤러(106.102) 11:43 50 1
3229492 제로식혜에 쌀알이 있어도 제로인 이유 [1] 기갤러(146.70) 11:30 82 2
3229491 쉬는날이라 카페옴 [4] 뽀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4 80 4
3229488 점심은 닭가슴살이랑 메추리알장조림에먹음 [2] 욕붕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19 44 4
3229486 몸살 났는데 점심 맥도날드 먹으면 악화되겠지? [3]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16 52 0
3229484 C,U 짜파게티 [3] 전용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14 81 4
3229482 흙점심 [3] ㅇㅇ(223.39) 11:10 71 0
3229475 코스트코 왓는데 스테이크 부위 ㅇㄷ살까 [3] 우주적통찰력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58 75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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