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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zza가 아니라 Pazza, 아쿠아파짜

Nitro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11.27 21:39:21
조회 2452 추천 41 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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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대접할 일이 있어서 지난번의 버섯 리소토와 함께 아쿠아 파짜를 만들기로 합니다.


그냥 요리 두 접시만 덩그러니 놓으면 좀 썰렁하니 반찬삼아 먹을 수 있는 빠스톤치니 디 카로타 마리나티Pastoncini di Carota Marinati입니다.


빠스톤치니는 이탈리아어로 막대기를 뜻하니, 해석하자면 당근스틱 절임이라고나 할까요.


막대기 모양을 썰어놓은 당근을 올리브유, 와인 식초, 마늘, 허브와 함께 잘 버무려서 하루 정도 절이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피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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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아쿠아 파짜는 아무래도 손이 좀 더 가는 요리입니다. 일단 육수부터 끓여줘야 하니까요.


생선뼈와 미르포아(양파와 당근, 샐러리를 각각 2:1:1로 섞은 모듬채소), 화이트 와인, 허브를 물에 넣고 끓여서 만드는 육수입니다.


가능하면 버섯 손질하고 남은 줄기를 따로 모아뒀다가 쓰면 더 좋구요.


닭 뼈 육수는 치킨스탁, 소 뼈는 비프스탁, 채소는 베지스탁인데 왜 생선뼈는 굳이 피쉬푸메Fish Fume라고 부르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지간한 요리에는 다 육수(Stock)를 쓰지만 그 중에서도 생선육수(Fumet)는 고급스러운 프랑스 요리에만 사용되기 때문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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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식 해물찜이지만 또 하나의 특징은 구운 생선이 들어간다는 점입니다.


팬에 껍질이 바삭해질때까지 구운 생선은 나중에 찌더라도 일반적인 생선찜보다는 좀 더 단단하고 진한 맛을 냅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럭 아쿠아파짜를 만들 생각이었는데 마트에서 파는 우럭은 모조리 매운탕용으로 토막낸 것 뿐이었다는 사실.


할 수 없이 생선 나이프 꺼내들고 일일히 포를 뜨긴 했는데 암만 봐도 휠레라기보다는 너겟입니다.


팬의 크기가 커서 그런지 우럭 조각들이 상대적으로 더 처량해 보이네요. 게다가 조각 크기가 워낙 작아서인지 굽다보면 뒤틀리기까지 합니다.


통으로 포 떠서 가시만 제거하고 굽는게 보기도 좋고 맛도 좋은데... 뭐 어쩔 수 있나요.


'레스토랑도 아닌데 이 정도 쯤이야 괜찮겠지' 하며 스스로와 타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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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은 '엣헴, 내가 직접 만들었다'고 자랑할 수 있는 요리 중에서 가장 쉬운 메뉴중의 하나입니다.


말랑해진 버터에 다진 마늘과 파슬리를 잘 섞어넣고, 바게트를 사서 얇게 썬 다음 그 위에 마늘버터를 발라서 오븐에 굽기만 하면 되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에 최소한 미니오븐이나 오븐토스터 정도는 있어야 한다는 이유에서 누구에게나 열린 길은 아닙니다.


굳이 남에게 자랑하지 않더라도, 베이커리에서 구워서 파는 마늘빵에 비하면 가성비가 대단히 훌륭하기 때문에 은근 자주 해먹게 됩니다.


맨날 가는 빵집은 바게트를 팔지 않아서 좀 더 먼 곳에 있는 빵집까지 가야만 하지만요.


왜 바게트는 안 파냐고 물어봤더니 "우리는 베이커리가 아니라 페이스트리샵이거든요"라는 대답이 돌아와서 꽤나 재미있었습니다.


원래 베이커리의 빵은 밀가루, 소금, 이스트, 물 만으로 만들고, 버터와 설탕 등이 들어간 빵과 과자는 페이스트리샵에서 만드는 게 전통적인 역할 분담이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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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만든 생선 육수에 반으로 자른 방울토마토, 새우, 조개, 허브 등을 넣고 끓여내면 됩니다.


뚜껑을 덮는 것보다는 재료에 밀착되도록 유산지를 둥글게 잘라서 붙이는 게 원칙입니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종이로 아예 주머니를 만들어 요리하면 카르토치오Cartoccio 혹은 프랑스어로 파피요트papillote가 됩니다.


관건은 무작정 왕창 끓여내는 게 아니라 재료들이 반쯤 잠길 정도로 육수를 부어서 끓인건지 찐건지 애매한 수준으로 요리하는 거지요.


특히 생선은 맨 위에 얹어서 애써 구운 풍미가 사라지지 않도록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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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을 두세조각 접시에 깔고 해물 건더기와 국물 약간을 부어줍니다.


이탈리아어로 미친Pazza 물Aqua이라는 이름의 요리가 완성되는 순간이지요.


원래 아쿠아파짜는 요리 이름이 아니라 와인 이름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투스카니 지방의 농부들이 애써 만든 와인은 지주에게 빼앗기고 조금 남은 술을 어떻게든 불려 먹으려고 와인 만들고 남은 찌꺼기와 물을 섞어서 끓인 다음 숙성시켜서 만든 게 아쿠아파짜의 유래였거든요.


이걸 나폴리의 어부들이 갓 잡은 생선에 이것저것 넣고 뚜껑 막아 끓이면서 아쿠아파짜 와인 만드는 것과 비슷해 보여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들 하지요. 혹은 여러 해산물이 들어간 국물이 미칠듯이 맛있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구요.


어부들의 요리답게 재료가 딱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올리브유와 방울토마토, 그리고 제철생선 한 종류는 거의 기본적으로 들어갑니다.


여기에 새우나 조개를 더 넣을수도 있고, 좀 더 호사스럽게 먹으려면 랍스터를 주재료로 만들기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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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내가 보길래 따라서 보는 드라마가 있는데 (정확히 말하면 한밤중에 혼자 보기 무섭다고 옆에 앉혀놓고 함께 보는 거긴 합니다만)


그닥 끌리지는 않아서 스마트폰 하면서 대충대충 보다가 아내가 "어쩜, 사람이 돈 50억 때문에 저럴 수 있냐."라고 할 때면 "10억만 돼도 사람 목숨 오가는 일이 허다한데 이 아줌마가 참 곱게 자라셨네"하며 놀리다가 등짝을 얻어맞는, 그 정도 반응만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간중간 갑작스럽게 집중도가 상승하는 부분이 있으니, 바로 레스토랑이나 음식 이야기가 나오는 장면이지요.


여기서 부부가 먹는 최후의 만찬으로 등장하는 요리 역시 아쿠아파짜입니다.


여러 해산물에 생선과 레몬 조각을 얹어 화려하면서도 너무 전문적이지는 않아 집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고.


무엇보다 요리에 독이 들었다는 점에서 "미친 물"이라는 이름이 잘 어울리지요.


조갯살과 새우, 생선, 토마토를 원하는대로 마늘빵 위에 얹어 먹습니다.


재료와 색깔이 다채로운게 왠지 풍성한 느낌이 들어서 손님맞이용 음식으로 좋지요.


육수에 들어간 와인 때문에 산성도가 높아지면서 해산물이 탱글탱글하게 익은 것도 맛을 더하는 요소입니다.


(비록 조각나긴 했지만) 보이는 건 생선찜인데 먹어보면 단단한 살이 씹히는 우럭도 맛있고


마늘빵에 국물을 적셔 먹는 즐거움도 있습니다. 


나폴리 어부들의 소박한 요리가 바다 건너 한국에선 탄성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한 고급 요리가 되는 순간입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요리는 남편이 해준 요리. 그 중에서도 아쿠아파짜!"


- 드라마, '나의 위험한 아내' 12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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