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와인향 가득한 소고기찜, 뵈프 부르기뇽을 만들었습니당

Nitro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7.02.22 02:37:43
조회 5808 추천 96 댓글 18
														


viewimage.php?id=2bb2df22&no=29bcc427b28777a16fb3dab004c86b6f4fce3bfc395ceae173db8c0cc804dd6c60a7a546fd349188b6f3f02f6364459e1092f70c1551


"나는 이 요리를 하면서 줄리아와 내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아주 친밀하고, 영적이고, 불가사의한 차원에서 말이죠."

- 노라 애프론 감독, 메릴 스트립 주연. "줄리 앤 줄리아(2009)" 중에서


요리 블로그를 운영하는 줄리는 유명한 요리사인 줄리아 차일드의 뵈프 부르기뇽을 만들면서 깊은 교감을 느꼈다고 말합니다.

어쩌면 이것 또한 요리를 하는 많은 이유들 중의 하나일 겁니다. 

자신이 직접 경험하지 못했던, 혹은 이제는 경험할 수 없는 시간과 장소를 음식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간접 체험하는 거지요.

생소한 외국의 요리를 먹으며 현지의 분위기를 느끼거나, 흘러간 과거를 되새기며 추억의 음식을 먹는 것은 종종 일어나는 일입니다.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그 시대나 장소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왕 교감하는 거 '요리사들의 왕'인 에스코피에와 접신했으면 더 좋았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은 들지만요.

비프 부르기뇽이 오래 전부터 만들어지던 프랑스 요리이긴 하지만 그 요리법을 체계적으로 확립한 시조는 오귀스트 에스코피에였으니까요.

여기에 비하면 줄리아 차일드는 '엄청나게 뛰어난 요리사'라기보다는 '최초의 TV 스타 셰프'라는데 더 의의가 있지요.


일단 마리네이드 재료로 쇠고기 목살, 샐러리, 양파, 당근, 타임, 월계수잎, 마늘, 와인을 준비합니다.

나중에 끓일 때는 토마토 퓨레(혹은 생토마토)와 버섯, 베이컨도 추가로 들어갑니다.


viewimage.php?id=2bb2df22&no=29bcc427b28777a16fb3dab004c86b6f4fce3bfc395ceae173db8c0cc804dd6c60a7a546fd349188b6f3ff7b61654f9e6552efd8f63b


마리네이드 재료를 깊이가 있는 용기에 담고 와인을 부어줍니다.

달지 않은 레드 와인이 사용되는데, 제대로 만든다면 부르고뉴 와인을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요리의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부르고뉴(영어로 버건디)풍의 소고기 요리니까요.

그러고 보면 프랑스 요리 중 상당수는 '부르고뉴식'이라는 수식어가 붙습니다. 

양질의 와인이 생산되는 동네이니, 와인을 요리에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 프랑스식 레시피에 빠질 수 없는 단어인 거지요. 


하지만 문제는 그 명성만큼이나 가격 또한 만만치 않다는 점입니다.

제일 저렴한 부르고뉴 와인인데도 거의 2만원 가까이 준 것 같네요.

그리고 이게 한 병 다 들어갑니다...

시간이 없으면 서너시간 정도 재워두기도 하지만, 와인 맛이 제대로 들게 하려면 냉장고에서 하루 정도 묵혀두는 것이 최상입니다.


viewimage.php?id=2bb2df22&no=29bcc427b28777a16fb3dab004c86b6f4fce3bfc395ceae173db8c0cc804dd6c60a7a546fd349188b6f3a827303440c4fcc18bd74c25


하루가 지난 뒤 와인 따로, 고기 따로, 채소 따로 걸러냅니다. 

고기가 와인에 물들어 검붉은 색깔을 띄는 것이 보입니다.

키친 타월로 물기를 제거한 후 밀가루를 살짝 뿌려서 문질러 줍니다.

스튜 냄비에 올리브유를 살짝 두르고 갈색으로 볶아줍니다.


viewimage.php?id=2bb2df22&no=29bcc427b28777a16fb3dab004c86b6f4fce3bfc395ceae173db8c0cc804dd6c60a7a546fd349188b6f3fa2b6368149f60a5713e7f76


와인에 함께 들어갔던 채소 외에도 추가적으로 채소를 더 넣어줍니다.

냄비에 소고기와 함께 베이컨을 먼저 볶다가 다른 채소들을 넣고 한번 더 볶아줍니다.

양파, 당근, 샐러리의 조합은 일명 미르포아(Mirepoix)라고 불리면서 프랑스 요리에서 엄청 자주 사용되는 조합이기도 합니다. 


viewimage.php?id=2bb2df22&no=29bcc427b28777a16fb3dab004c86b6f4fce3bfc395ceae173db8c0cc804dd6c60a7a546fd349188b6f3ff2a35634fc8e157e1a3bcbc


얼추 볶아지면 토마토 퓨레나 잘게 자른 토마토를 넣고 으깨질 때까지 계속 볶아줍니다.

그리고 마리네이드 할 때 사용했던 와인을 부어주면 치익 하고 끓는 소리와 함께 하얀 와인 증기가 솟아오르며

뭐라고 말로 표현하기 힘든 맛있는 냄새가 납니다.

단순히 소고기 굽는 냄새와 와인 향기가 섞인 것이 아니라, 그 둘이 만나며 뭔가 새로운 음식으로 변하는 순간이지요.


viewimage.php?id=2bb2df22&no=29bcc427b28777a16fb3dab004c86b6f4fce3bfc395ceae173db8c0cc804dd6c60a7a546fd349188b6f3fa2e666010cf875b9f384507


향신료도 준비합니다. 타임과 월계수잎, 파슬리, 통후추를 넣어줍니다. 

예쁘게 만들려면 허브를 모양새 좋게 모아서 끈으로 묶은 부케가르니를 만들어 줄 수도 있지만

이번에는 오랫동안 끓여야 하기 때문에 중간에 풀려서 흩어지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라도 문명의 이기, 멸치다시망을 활용합니다.


viewimage.php?id=2bb2df22&no=29bcc427b28777a16fb3dab004c86b6f4fce3bfc395ceae173db8c0cc804dd6c60a7a546fd349188b6f3af2733344498070c8f79e1c1


와인과 육수를 붓고 약한 불에 끓여줍니다. 막 팔팔 끓일 필요 없이 조그만 거품이 보글보글 올라 올 정도로 가열하면 됩니다.

기름이 꽤나 많이 뜨기 때문에 끓이는 중간 중간 위로 뜨는 거품과 기름을 걷어 낼 필요가 있습니다.

영화에서는 오븐에 넣고 두시간 반을 조리하고, 중간에 잠드는 바람에 다 태워먹고, 다시 만든 뵈프 부르기뇽은 초대한 손님이 못 오는 바람에 헛수고가 되어버렸지요.

그런데 영화를 보면서 놀랐던 사실은 요리를 태워먹었다는 게 아니라 타이머를 두시간 반에 맞췄다는 점이었습니다.

'겨우 두시간 반이라니! 150분이라니!'


줄리아 차일드의 요리책인 "프랑스 요리 마스터하기 (Mastering the art of French cooking, 1961)에는 뵈프 부르기뇽을 요리할 경우 고기를 세 시간에서 네 시간 동안 조리하도록 지시하고 있거든요.

집세에 전기세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네 시간을 꽉 채워서 끓여줍니다.

중간중간 졸아들면 와인 남은 걸 마저 부어줍니다. 

그리고 식힌 다음 냉장고에 넣어서 하루 묵혀두고 다음 날 다시 끓여서 먹습니다.

맛있게 먹으려면 재우는 데 하루, 끓이는 데 반나절, 묵히는 데 하루. 거의 사흘은 걸리네요.


viewimage.php?id=2bb2df22&no=29bcc427b28777a16fb3dab004c86b6f4fce3bfc395ceae173db8c0cc804dd6c60a7a546fd349188b6f3fb7a6f331499c4403fd2ae23


삶은 감자에 버터를 넣고 으깬 다음 둥글게 뭉쳐서 접시에 놓고, 주변에 뵈프 부르기뇽을 얹어줍니다.

타임 한줄기를 얹어서 완성.

다 끓인 뵈프 부르기뇽은 포크나 젓가락으로 들면 부스러질 정도로 부드럽습니다.

고급스러운 프랑스 요리의 시작은 프랑스에 절대 왕정이 들어서던 루이 14세 시절부터 시작되고,

그 당시만 해도 제대로 된 치과가 없던 시절이라 왕족이건 귀족이건 치아가 부실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다보니 고기를 오랫동안 요리해서 부드럽게 만들수록 고급 요리 취급을 받기도 했지요.


viewimage.php?id=2bb2df22&no=29bcc427b28777a16fb3dab004c86b6f4fce3bfc395ceae173db8c0cc804dd6c60a7a546fd349188b6f3f8783264429ea9a4f6e1d9f9


사실 뵈프 부르기뇽은 우리나라 사람들 사이에서는 호불호가 꽤 갈리는 음식이기도 합니다.

분명히 갈비찜 같은데, 와인과 향신료가 주는 생소함을 받아들이기 힘들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고기 자체는 부드럽게 오랫동안 끓인 소고기지만, 와인의 향이 깊숙하게 배어들어서 전혀 다른 느낌입니다.

뵈프 부르기뇽 자체의 맛이 꽤나 강하기 때문에 빵이나 감자를 곁들여 먹으면 좀 더 세세한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와인 향에 익숙해지면 장조림 대신 이 와인 조림 쇠고기를 밥 반찬으로 먹어도 나쁘지 않구요.

추천 비추천

96

고정닉 18

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힘들게 성공한 만큼 절대 논란 안 만들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6/10 - -
910813 상처받는게 너무두렵다 [2] ㅇㅇ(211.246) 17.02.26 273 0
910812 오늘 아침에 엄마가 해줬던 거 [2] ㅇㅇ(223.62) 17.02.26 360 1
910811 간단하게 먹을 야식 추천 받는다 [4] ㅇㅇ(223.62) 17.02.26 256 0
910810 파스타 추천좀 [4] ㅇㅇ(175.112) 17.02.26 184 0
910809 까페 드 파리 명동 [8] 교진자이안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2.26 474 0
910808 야 이거 편의점에서 삿는데 맛있다 ㅇㅇㅇㅇ(211.221) 17.02.26 248 1
910807 프랑스애들 디자인은 잘하자나 [4] 새우7급(223.62) 17.02.26 297 0
910805 내가 사는 동네엔 왜 맥도날드만 안 들어와 [4] 거위의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2.26 266 0
910803 방사능국의 신박한 방사능 음식들~ [5] 이상주의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2.26 422 3
910801 나가 가금 비둘어지고십을대 하고십음거.. [6] 새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2.26 331 1
910800 새우튀김아 아까는 스시오라며 [1] ㅇㅇ(61.106) 17.02.26 217 0
910799 한국차 vs 프랑스차 머가 낫나여 [7] 새우7급(223.62) 17.02.26 300 0
910798 1본에서 먹었던 평범한 맛집 [2] 이상주의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2.26 316 0
910796 짜증나 서브웨이 나만 알던곳인데 이제 다알아 [13] (121.161) 17.02.26 583 2
910795 우리동네 소고기집 [3] 글주인(218.148) 17.02.26 403 6
910794 새우7급님 튀긴게 어느지점에서 먹었나요 [3] ㅇㅇ(223.62) 17.02.26 176 0
910793 속초 먹을거 추천좀 [5] (121.161) 17.02.26 341 0
910792 산타페 지린다ㄷㄷㄷ [8] 새우7급(223.62) 17.02.26 437 0
910791 야밤에 먹은 음식들 [1] 팅팅탱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2.26 271 1
910789 이마트에서 파는 수입소고기 [3] (112.144) 17.02.26 436 0
910788 내일 추웠으면 좋겠다 [1] ㅇㅇ(210.205) 17.02.26 167 0
910787 (아마도) 세상에서 제일 큰 맥도날드를 다녀옴 [27] 7070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2.26 6558 40
910786 폭토해봣어? [3] ㅇㅇ(211.244) 17.02.26 273 0
910785 불판에 소고기구워먹는거랑 스테이크랑 맛이 달러?? dd(183.102) 17.02.26 98 0
910784 수제버거 송도..버거룸 [4] 교진자이안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2.26 447 0
910783 히키짓 종언을 펼치노라 [2] ㅁㄴ(220.126) 17.02.26 194 1
910782 어제오늘.....맛나게....먹은것들.......jpg [18] 오노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2.26 4278 26
910781 백수는 직업란에 뭐써야되냐? [7] 이상주의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2.26 434 0
910780 삼선짜장맛나는 짜장라면 없나요.. [2] ㅇㅇ(119.200) 17.02.26 236 0
910777 스시오 가서 튀긴게 먹었는데 [4] 새우7급(223.62) 17.02.26 476 0
910774 연어밥 누렁이.jpg 캬르룩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2.26 211 0
910771 애슐리 딸기시즌 갔다왔어요 [1] 잇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2.26 506 5
910768 오느리 야식... [5] ㅇㅇ(124.56) 17.02.26 375 0
910765 금연한 자의 편의점 5일차... [4] ㅇㅇ(223.54) 17.02.26 391 1
910763 서브웨이 보이스에서도 나오네 [4] 거위의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2.26 349 0
910759 케익 핫치킨 치즈불닭 맥주 [1] 뱀장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2.26 293 0
910755 임거도 머근다 [2] 새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2.26 232 1
910750 와 지에스 미쳤네 오렌지쥬스 1리터 같은데 [8] ㅇㅇ(221.141) 17.02.26 530 0
910749 야 tgi금요일 일욜에 가서 조지고 왔다 [3] 고슬링(1.241) 17.02.26 305 1
910748 아조씨들 육회 조아해?? [11] ㅇㅇ(218.151) 17.02.26 423 1
910747 좆ㄷ댓다; 기음갤글들보다보니 배고파짐 [3] ㅇㅇ(183.102) 17.02.26 207 0
910744 ㅇㄴㄹ ㄱㅅ [2] 쓰뜨레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2.26 216 0
910740 불닭볶음면 제대로 조진다 [4] 고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2.26 388 2
910739 내일 또 일가야하네 아까 앱으로 알바자리들 쫌 봤는데 너무작다 월급이 [1] ㅇㅇ80(116.41) 17.02.26 213 0
910736 님드라 제가 키가작어서 ㅈㄴ빡치는것인대 어쩜좋음??? [6] ㅇㅇ(183.102) 17.02.26 229 0
910734 시워난 콜라를 마시믕 기분이 조굼 조아진당 [1] ♥치바 유다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2.26 227 0
910731 나랑친한회사동기가 엄마얘기할때마다 [8] ㅇㅇ(175.223) 17.02.26 419 1
910730 와진짜씨발새빡쳣음ㄱ진짜 좃나화남 ㅡㅡ [2] ㅇㅇ(183.102) 17.02.26 206 0
910727 원래 히키는 자의적이냐 타의적이냐? [4] 이상주의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2.26 212 0
910726 머학졸업증명서 초중고 행정실가도 원본발급가능해? [5] ㅇㅇ(117.111) 17.02.26 224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