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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소금싸막 19

딥딥-검은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2.13 20:40:27
조회 329 추천 1 댓글 0
														



4월 14일, 모스크바.



비가 올 것 같은 날씨였다.

짧다면 짧은, 러시아에서의 마지막 날.

이상하게 생각보다는 후련한 기분이었다.

남은 과일과 버터, 계란은 주변 방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비누는 싱크대 옆에 놓았음.

지독하게 들러붙은듯한 욕심이었지만 나눠주니 후련했다.

안 보면 그만이다.

출발하기 전에도 물건들을 털어버렸던 것처럼 털어버리면 가벼워진다.

누가 그랬던 것 같은데.. 가방의 무게는 불안감의 무게라고.

생각도 음식도 과하면 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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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의 마지막 사진.


식칼하고 후라이팬은 챙겨가기로 했다.

그건 기념의 의미도 있고, 집에서 써도 괜찮겠다 생각했기 때문.

그런데 식칼과 후라이팬을 넣으니 공간이 없어 목베개를 빼서 걸고 다녔음.

식칼은 아마 공항에서 잡힐 것 같기는 한데... 뭐 방법이 있겠지.

막상 호스텔 키까지 반납하고나니 알 수 없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가을날 갈색으로 변한 갈대밭에 바람이 부는 것처럼 솨아 하고 스치는 느낌이었다.

괜시리 감성적으로 변했음.

처음 숙소에 도착하고, 수건도 없어서 당황하고, 쌀은 샀는데 냄비가 없어서 못 먹고

이 앞에서 치킨을 사 먹고.. 그런 것들이 바람이 스치듯 생각나고 사라졌다.

그 기분은 숙소 정문을 지나 바로 옆 마트에 들어갈때까지 계속되었다.

마트에 들렀던 이유.

그건 뭔가 먹을것이라도 사갈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16-1에서 쓴 빵 때문도 있었다.

헤이즐넛, 카카오, 도토리, 후추.......?

도대체가 어떤 빵인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그렇게 정체모를 126루블의 빵을 사서 공항으로 출발.



사실 비행기 탑승시간은 저녁 8시 40분.

넉넉히 2시간쯤 먼저 가더라도 6시 40분까지만 도착하면 된다.

숙소를 나온 시간은 11시 40분정도. 공항까지는 약 2시간 10분.

천천히 가도 괜찮다.

가는 길에 어딘가를 들러볼까, 뭐라도 해 볼까 고민했다.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지하철을 타고 뱅뱅뱅 도는 것.

이것도 언젠가 영화에서 봤다.

이어폰 하나 꽂고 계속해서 빙빙 돌면서 뭔가 생각을 해 보는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생각이라고 하면, 돌아가면 뭘 할건지나 어떻게 여기까지 올 수 있었나 그런 것들.

상상으로는 꽤 그럴듯하지만 난 알고있다.

얼마 못가 왜 하고있는지 의미도 모른채 핸드폰이나 만지겠지..

마지막인데 그렇게 날려버릴 수는 없다.

하지만 어딘가를 들렀다 가기에는 촉박할 수도 있는 시간.

이루끄츠크에서 횡단열차를 타던 때처럼 공항 주변에서 근처를 돌아다니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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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하던 중간에 찍은, 챙겨갔던 배.


말이 나온김에 과일 얘기나 좀 써보자면, 갖고있던 과일 중에서 가장 좋아했던 건 배였다.

단단하지도 않은데다 맛도 달달.

오렌지도 가끔 씨가 나오는것만 빼면 괜찮았음.

청사과는 생각보다 더 단단해서 베어먹기 힘들었다.

그리고.. 토마토나 딸기는 크기가 큰 것 외에는 평범.

순무는 내가 안 먹어서 잘 모르겠다.



따로 사진을 찍어놓지도 않았고 캠코더로 찍은 영상까지 전부 날아가버려서..

여기서부터는 기억이 정말 희미하다.

띄엄띄엄 기억나는 부분을 꿰어 붙이자면, 버스를 탄 이후, 지하철로 갈아탄 뒤 공항철도를 탔다.

그런데 이렇게 제대로 기억나지도 않는 것도 어떤 기록이라고 할 수 있을까?

소설을 지어내는건지, 단순한 경험만을 늘어놓은건지,

그것도 아니면 단순히 내가 이렇게 갔다왔다-- 하고 허세나 부리는건 아닌지

모르겠다.

잘 쓴 여행기가 무엇인지도, 어떻게 써야 하는건지도 모르겠다.

나는 무엇을 위해 쓰고 있는거지?

처음에는 댓글에서부터 시작했다.

입대하기 전, 멋대로 쓰다 끝냈던 글이 갑자기 힛갤로 올라간 뒤 엄청난 욕을 먹었었다.

이건 안되겠다 싶어서 나름대로 끝까지 쓴다고 썼는데.. 솔직히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물론 어느정도의 후련함도 있긴 했지만,

시간에 쫒기듯 쓰다보니 억울하기도 하고 한심했다.

대체 내가 잘 하는게 뭔데....

그렇게 마지막편까지 올리고 찝찝한 기분을 뒤로 한 채 입대를 했었다.

이후 수료식날.

외출을 나와 부모님과 근처 숙소에서 쉬며 다시 글을 열어봤다.

그땐 그랬었지..라는 뿌듯?함과 댓글이 달렸을까 하는 기대감.

한여름이었지만 괜시리 손이 굳는 듯 긴장되었다.

여러 사람들이 댓글을 달아주었지만, 그중에서도 특히나 울컥했던 댓글들이 많았다.

잠시나마 사회로 나왔다는 해방감 + 나를 알아봐주었다는 고마움에 마음속에 꾹 담아놓았던 댓글들.

한 분 한 분 모두 언급할수는 없지만, 그중에 특히 기억에 남던 댓글이 있었다.

나중에라도 해외여행을 다녀와서 더 많이 알게되면 또 올려달라던..

물론 실제로는 쫒기듯 도망쳐온 꼴이 되었지만,

그 댓글에서부터 시작된거다.

그 말 덕분에 외국까지 떠나가볼 수 있었던거다.

하지만 점점 쓸수록 자신이 없어졌다.



재밌는 글? 뭔가 기억에 남을만한 글?

나는 그런 글을 쓰고 있는건가.

잘 기억도 안 나는데 과연 이렇게 써도 괜찮은건가.

이번에는 잘 써야한다.

고치고 고치고 또 고쳐도 계속해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문장이 어색해보이기도 하고, 다른 얘기가 갑자기 튀어나오는 것 같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뭘 느꼈나? 라는 질문에 답할 말이 없었다.

지금의 내 모습에 과연 당시에 돌아다니던 만큼의 절실함, 간절함이 있나?

여행기가 되었든 어떤 일에 대한 기록이 되었든 그것은 과거의 일.

하지만 그 과거의 시점에서 한 생각 중 지금 실제로 바뀐 것이 뭐가 있나?

오히려 더 병신처럼 변해버렸다.

당시로써는 어떻게든 바뀌어야겠다는 절박감이라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것마저 없다.

당연하다는 듯 하루하루 무의미하게 보내고 있을 뿐.

그런데, 이런 꼴로 당시의 생각을 쓴다는게 가당키나 한 것인가?

그리고 이 생각은 더 나아가 이 글쓰기를 하나의 도피처로써 느끼게 만들었다.

나는, 지금은 이렇게 병신같은 모습이지만 다 쓰고나면 바뀔거야.

부산까지만 도착하면,

러시아에만 간다면,

그리고 이것만 다 쓴다면, 난 바뀔거야.

하지만 난 알고있었다. 그딴 건 없다는 것을.

한 편씩 써나갈수록 불안해졌다. 그건 목표였던 20에 가까워질수록 더 심해졌다.

그런 압박감과 두려움으로 썼다 뗐다를 반복하며 여기까지 왔다.

어떻게든 끝까지 쓰고싶어 놓을수도 없었지만, 쓸 수도 없었다.

복잡하다. 정말 병신같은 생각이다.

정작 끝을 앞둔 지금, 몇 번째 들어와서 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끝까지 쓸 거다.

봐주는 사람 한 명 없다고 해도 끝까지 쓸 것이다.

일어났던 일에 대한 기록이란 건 현재에서 과거를 쓰는 일.

지금의 꼴이야 어떻든 당시의 나를 위해서라도 꼭 쓸거다.



아 말이 길어졌다.

여하튼 숙소에서 출발한 뒤, 마트를 들러 버스를 탄 뒤 지하철을 2번 환승했다.

아제 공항철도만 타면 공항.

하지만 시간이 꽤 남아있던 관계로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지하철역에서 공항철도역으로 걸어가는 길.

우중충한 날씨였지만 일부러 빙 돌아서 갔다.

목적이 있던 건 아니었다.

돌아가는 길이라도 마음속에 담아두자 하는 생각이었다.

중간에 카페에서 앉았다가 갈까 고민도 하고 조그만 성당에도 들렀다.

헌금도 하고 기도도 하고 싶었는데 어떻게 할 지 몰라 좀 기웃대다가 나왔음.

그렇게 얼마간을 돌아다니다가 철도역으로 돌아가는 도중이었다.

!

신호가 왔다.

하지만 근처에 화장실이 없었다.

꾹 참으며 돌아다니다가 대형 마트에 들어가서 겨우 해결했다.

다행....



화장실을 나온 뒤로는 공항철도 터미널로 향했다.

도착하니 건물 2층에 승강장같은 공간이 있어 그곳에 앉았음.

그리곤 120루블의 괴랄한 빵을 뜯었다.

긴장에 숨이 살짝 가빠졌다.

과연 뭘까.

아 이거 이거...

뭔가 먹어본, 익숙한 맛이었지만 단번에 떠오르지는 않았다.

아 이거 뭐였지...

맛은 없었지만 긴가민가 하는 상태로 한 입 더 베어물었다.

아 맞다. 계피.

계피빵이었다.

빵을 잘 안먹는지라 계피라고는 상상도 못 하고 있었다.

계피가 이렇게 생겼었구나... 맛은 없었다.

느끼했다.



빵도 다 먹었겠다 주변을 둘러봤다.

식당들이 있었는데 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그냥 안 갔다.

그리고는 앉아있었다.

뭘 해야겠다는 생각도 하고싶다는 생각도 없었다.

그냥, 뭐라도 준비했었다면 지금쯤 달라진게 있었을까?

부질없는 상상이나 하고 있었다.

서서히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부모님한테 큰소리쳤던, 스스로 다짐했던 귀국일.

그 앞에서 나는 무엇을 얻었나?

무서웠다. 돌아가게 되는 날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

다시 도망치고 싶었다.

지금이라도 티켓을 취소하고, 부모님한테 연락해 더 있다가 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전부 생각뿐이었다. 그럴만한 깡도 능력도 없으니.

이대로 아주 익숙하게 근처 어딘가의 아파트로 들어가 쉬고 싶었다.

현지인처럼, 당연한 일상처럼, 지금까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나는 사실 아주 피곤한 러시아인인 것이다.

씻고 잠깐 자고 일어나면 된다. 그러면 이 꿈같은 일도 끝날테다.

꿈이고 지랄이고 전부 봄꿈. 한바탕 요란했던 젊은날의 찌꺼기.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얼마간을 그러고 앉아있었다.

이어폰을 꽂은채로 생각들을 하며 핸드폰을 만지고 있었다.

어떻게 설명해야할지는 모르겠다.

생각하고 싶지 않아 뭐라도 휙휙 넘기며 보고 있었는데, 그러면서도 생각을 하고 있었다.

오히려 생각하고 싶지 않아서 보는 핸드폰인데도 생각을 멈출수가 없었다.

막연한 불안함, 막막함만이 안개처럼 스멀스멀 가슴 언저리에 가득차는 기분.

그 상태로 앉아있다가 1층으로 내려갔다.

돌아다니며 구경했다.

알고보면 한 번 왔단 곳.

바로 어제 기분 한 번 내보겠다고 들렀던 s7 항공사 건물 근처였다.

어쩐지 익숙하더라니..

햄버거집도 보고 다른 식당도 보고 사람도 보고

그냥 그렇게 돌아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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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열차를 타는 곳.

저 빨간 별 모양이 공항열차 표시임. 잘 보면 비행기 5개.

별...이 아니라 비행기가 5개!


저 앞에서 샌드위치도 하나 사 먹었다.

이것도 나름 적고 싶었던 일.

써브웨이라는, 유명한? 굳이 유명하다고 말 할 필요도 없는 대표적인 샌드위치 회사.

하지만 나는 가 본적이 없었다.

뭐라고 해야 할까..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낯선 것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이 있다.

써브웨이 또한 누구나 알 만큼 유명하고 대표적인 회사지만 왠지 꺼려져 가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돈도 꽤 남았고 배도 고파서 한 번 가보기로 했음.

어느 정도는 kfc 때문일지도 모른다.

kfc에서 어쩔 줄 모르고 가라앉았던 기억을 한 번 바꿔보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다행히 가게는 굉장히 한적했다.

안쪽의 자리 한 곳을 골라서 앉고 짐을 풀었다.

주문은 그냥 골라주는 것 다 담아서 먹었음.

빵도 크기 가리키면 끄덕끄덕.

속재료도 가리키면 끄덕끄덕.

소스도 가리키면 끄덕끄덕.

사람이 없어서 그런가 알바생이 굉장히 친절했다.

덕분에 kfc때와는 달리 편안한 마음으로 먹을 수 있었음.



맛은 잘 기억이 안 난다.

일기에 따로 안 적혀있는 걸 보면 맛없지는 않았던 모양.

다 먹고 계산하러 카운터로 가니 에미넴 노래가 나왔다.

나름 힙찔이라서 대표곡인 lose yourself가 나오니까 기분이 좋았다.


ㅅㅅ : 유 라이크 에미넴?

ㅇㅇ : 예 에미넴 !!

ㅅㅅ : (따봉) 에미넴 굿굿

ㅇㅇ : (따봉) 예 에미넴


하면서 얘기를 나눴음.

별 건 없었지만 기분이 좋아졌다.

계산이 끝나고 나올 때쯤엔 love the way you lie 가 나오고 있었다.

혼자서 살짝 리듬을 타며 공항철도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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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기 전 한장.


공항열차는 굉장히 이국적인? 독특한 느낌이었다.

버스처럼 몇 분 간격으로 운행하는게 아닌, 고속버스처럼 출발시간이 정해져 있었음.

색은 붉은 빨간색으로 화사한, 분홍빛에 가까운 그런 색깔이었다.

내부는 2층으로 의자도 뒤로 누일 수 있고, 무엇보다 굉장히 깔끔했다.

앉으니 부슬부슬 비가 오기 시작했다.

사람도 많이 없으니 의자도 한껏 뒤로 제쳐놓고 그림을 그렸다.

이 순간의 기분이 그대로 담기기를 바라며..



약 40분정도 걸렸다고 되어있는데 체감상으로는 10분 언저리였다.

괜시리 오묘한 기분에 찍은 사진들도 넘겨보고 그림도 훏었다.
별 생각은 없었던 것 같다.

차를 좋아하는 사람이 고급 차를 마시고 음미하는 느낌.

구태여 좋다 좋다 되뇌이는 게 아니라 그냥 좋구나.. 하고 있는 그런 느낌이었다.

좋은지 안 좋은지는 잘 모르겠지만 끝나기는 했구나...

한껏 의자를 제낀채로 졸기 시작할 쯤 도착했다.



횡단열차에서 내릴 때와는 사뭇 다른 기분이었다.

당시에는 이제 어디서 자지? 라는 긴장과 새로운 곳이다! 라는 설렘이 뒤섞인, 깨어있는 기분이었다면

지금은 이제 집이구나 하는 안도감과 왠지 모를 허탈함이 뒤섞인 기분이었다.

공항의 느낌도 달랐다.

군대에서 상상하던, 거북이의 ' 비행기 ' 같은 느낌보다는 쾌적함이 더 크게 느껴졌음.

아 맞다.

식칼은 결국 못 가져갔다.

사실은 걸리기도 전에 괜히 찔려서 뺐다. 재수 없으면 범죄자로 몰릴 것 같은 느낌...

처음에는 칼집에 넣어서 쓰레기통에 버리려고 했다.

그런데 그냥 넣으면 위험할 것 같아서 근처에서 청소하시는 분한테 드렸다.

익숙한지 따로 챙기심.

공항에서 일하다보면 이렇게 버리고 가는 물건들이 꽤 있는 모양이었다.

칼한테 죄책감이 들었다.

제대로 쓰지도 못하고 남에게 준다는게 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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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승 40분 전.

게이트 앞에서 기다리며 찍었다.

여기저기 편의점과 음료가게들, 캐리어들이 있었고 그 주변으로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가족, 연인, 혹은 친구들?

괜히 중학교 때 수학여행 갔던 게 생각났다.

언제 이렇게 커서 혼자 오게 되었는지.. 참;

조금 둘러보다가 펜을 사러 근처 편의점에 들렀다.

마트에서 산 펜이 있었지만, 아무래도 집에서 가져온 펜과는 질감이 많이 달랐다,

얇은 심 펜이 있었으면 좋겠다..

없었다.

몇 군데 더 돌아다녀봤지만 전부 없어서 그냥 기다리기로 했다.

그리고 이곳에서 또 새로운 은인을 만나게 된다.



비행기를 기다리는 와중, 유난히 눈에 띄는 한 명이 있었다.

왠지 모르게 한국인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일행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괜히 말 걸기도 뻘쭘하고, 피곤하기도 해 아는척은 하지 않았음.

그러다가 탑승수속을 하면서 말을 걸었다.

줄 뒤편이어서 실제로 타기 전까지 꽤 말을 나눌 수 있었다.

알고보니 진짜 한국인이 맞았고, 나이도 이제 20.

입대하기 전 여행차 왔다고 했는데 정말 신기했다.

내 20살은 저렇게 용감하지 못 했으니까..

여차저차 물어보니 한국까지 같은 노선이어서 같이 가기로 했다.

마침 자리도 비슷하게 뒷자리였음.

핸드폰 배터리가 없다기에 쓸 일도 없는 내 보조배터리를 빌려주었다.



자리는, 왼쪽에 여자 한 명이 앉은 복도쪽 끝이었다.

밤인지라 조명을 어둡게 해 주니 자연스럽게 꾸벅꾸벅 졸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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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는 아예 불을 꺼 주었음.

그런데 옆자리 여자가 너무 불편하게 자고 있었.

거짓말 조금 보태서 헤비메탈 헤비뱅잉 하는 것처럼 크게 졸았음..

깨어났을때 말을 건네 그냥 내 어깨에 기대서 자라고 말했다.

처음엔 거절했지만 나중에는 기대어서 자게 되었다.

편해보이는 모습에 나도 눈 좀 붙였다.

그렇게 자다가 이젠 내가 불편해질 무렵이었다.

다행히 불을 켜고 기내식을 나눠주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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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는 떨어져서 졸았다.


이날의 일기.

드디어 샀어. 후추일까, 카카오일까, 뭘까?

오늘 깨달은 것. 익숙한 것이라도 고민된다면 모험을 하는 게 후회되지 않는다.


지하철을 타고 노래를 들을까- 생각하는데 문득 생각나더라고.

유난히 거부감이 들던 그 단어. " 그럼, 자신을 직시할까요? "

그래. 난 또 도망치려 하고 있었어.

내가 직시해야 할 것은 내 현실. 그리고 해야 할 것은 생각.


그리웠지만 결코 반갑지는 않은, 일상으로의 복귀네.

여기서 다시 등 돌려 만화처럼 " 다시, 출발이다! " 라고 걸어나가고 싶지만..

사실 다시 돌아가도 딱히 할 게 있지는 않아. 그냥 그러고 싶을 뿐이야.

" 모험 " 난 이 말을 뭐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굉장히 거창한거라고만 생각했어. 왜, 이누야사, 요역문, 그렌라간, 디지몬, 포켓몬..

그런데 돌아보면 모든게 모험이었어.

낯선 장소, 호스텔, 식당, 지하철부터 화장실, 배탈, 실수들까지 전부 말이야.

내 인생 자체가 모험이었는데, 의미 없다고 생각하니까 그냥 일상이라는 틀 안에 갇혀버린거지.


그렇게 불안하고 답답하던 날들도 모두 지금을 위한거라고 생각하니, 안심이 돼.


잃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공수레 공수거.

크게 잃어본 사람만이 크게 얻을 수 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지루함은 큰 그리움으로 남겠지? 당시 속도 모르고..


쾌적한 느낌의 공항.

거북이의 노래처럼 낯섦이 사라져있다. 각자의 장단점이 있으니까 한쪽에 치우치지 말기.


친구에게 자랑하겠답시고, 허세를 부리려 하고 있어.

허세의 원인은 스스로의 결핍. 그리고 그에 대한 무지.

내 결핍은.. 스스로에 대한 인정욕구. 난 사람들의 인정을 갈구하고 있어.

기필코 화 있을진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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