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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밤] 마지막 여행 - 프롤로그모바일에서 작성

새벽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4.04.19 00:57:03
조회 1822 추천 51 댓글 11











- 수감번호 0116번을 끌어내라.


어두운 감옥안에 굵고 걸걸한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0116...오늘은 또 어떤 모진 고문을 당하는걸까?


나의 죄목. 타국의 여왕과 공주에 대한 살인미수죄. 그외 여러가지 등등


이 죄목들은 나의 왕자라는 신분으로도 어떻게 막을수 없었다.


고국에 돌아오자마자 날 맞이한건 12명의 형이 아니라
12명의 교도관과 병사들이였다.


그 후로 아버지나 형들의 모습을 볼수 없었다. 그들은 이미 나를 버리기로 마음먹은 모양이다.


애시당초 나는 버려진 자식이니 그들의 이런 취급도 익숙하긴하다. 씁쓸하구만.


아직 나의 최종 형량은 결정되지 않은걸로 알고있다.


아마 한 10여년정도 감옥에 가두고 끝내겠지.


아무리 그래도 나는 서던제도 국왕의 아들이니까.








교도관의 억센 팔에 이끌려서 도착한곳은 조그마한 심문실이다. 오늘은 육체적인 고문이 아니라 정신적인 심문이냐. 라고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제 곧 심문 전문 교도관이 내 앞에 앉아 각종 협박책과 회유책을 번갈아가며 쓸것이다. 상상만해도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린다.


그래도 차라리 이편이 낫다. 난 똑같은 말만 반복하면 됐으니까. '이건 모두 실수고 음모였소.'


둔탁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고, 들어오는 사람의 수는 발소리로 들어보니 아마 한명...아니 여러명?


천천히 걷는 발소리부터 황급히 달리는 발소리까지 다양한 발소리가 점점 가까이 들려온다.


뭐지? 이렇게 많은 사람이 심문실로 오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쾅!


- 서던제도의 황제의 행차시다. 모두 예를 갖춰라!


황제? 아버님?



- 폐하. 못난 아들 한스가 감히 폐하를 뵙사옵니다.


일단 생각할 겨를도 없이 나는 자리에서 무릎꿇고 부복했다. 죄수의 입장인 이유도 있었지만 우리 왕궁의 법도가 원래 이랬다. 무조건적인 상명하복.


방바닥이 매우 차갑구만... 3분째 아버지는 아무 말씀이 없으시다.


대략 이방엔 날 빼고 13명정도의 사람이 있는것 같다. 아마 아버지와 형들이겠지.


말은 없지만 형들에게서 살기가 느껴진다.


5분정도 지났을까, 아버지가 이윽고 입을 열었다.


- 다들 나가보거라.


-계속 말하지만 아버지가 이놈이랑 독대를 하실 필요 없습니다. 그냥 형량만 내려주시면 될것을...


특유의 찢어진 고음. 셋째 형, 당신 목소리는 예전부터 듣기 싫었어.


- 이놈이 아버지한테 무슨짓을 할줄 어떻게 압니까? 최소한 저라도 남게..


- 더 이상 말 마라! 다들 물러가거라.


첫째 형의 말문을 막은 아버지. 이 말을 끝으로 약간 망설이는듯한 발걸음으로 나와 아버지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심문실을 나갔다.


고요, 정적


나는 고개를 들수 없었고, 아버지는 아무 말씀도 없으셨다.


이윽고 아버지가 먼저 입을 열었다.


- 길게 말하지 않겠다. 너의 형량은...


형량을 아버지가 직접 말하러 온건가? 어째서? 무엇보다 부자지간인데 사적인 대화도 하나 없단 말인가?


하지만 다음 말은 나의 머릿속울 하얗게 만들어버렸다.


- 사형이다.








- 잠시만.. 뭐라구요?


내 처지를 망각해버리고 먼저 말해버렸다.


아니, 이대로 가만히 있을수가 없잖아?


자기 아들을 사형시키는 아버지가 어딨어?


아무리 타국에서 내가 한짓이 있다고해도 이건 상식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


- 말 그대로다 내 아들아. 넌 사형이다. 형은 앞으로 한달 뒤 집행될것이다.


너무나도 무덤덤한, 감정 없는듯한 아버지의 목소리


언제나 그런편이였지만, 자기 아들의 죽음을 남 죽듯이 말하고 있다니? 난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하지?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어릴때부터 항상 날 투명인간 취급해온 인간들. 난 이유도 모른채 20여년을 암흑속에서 살아왔어.


내가 죽을때까지 이래야 속이 시원한거냐?


- 나는...당신 자식도 아닙니까? 내 형들만 당신 자식입니까? 죽을때까지도 날 이렇게 없는 쓰레기 취급하는겁니까? 왜 이러는데. 내가 도대체 뭘 잘못했냐고, 뭘!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아버지의 멱살을 부여잡은채로 소리지르고 있었다.


내 고함소리를 들은 몇몇 형들이 심문실 문을 박차고 들어왔고, 내가 한 행동을 보고 그자리에서 굳어버렸다.


- 너희들은 그 자리에 가만히 있거라! 자, 내 아들 한스여. 서운한게 있어도 이 아비말을 잘 들어라.


넌 이미 국내에선 반란분자로 찍힌 상태다. 타국에서 그렇게 난리통을 쳐놨으니, 아무리 나라도 널 살릴 명분이 없다.


음, 하고 아버지는 잠시 뜸을 들인후 이야기를 계속했다.



- 아렌델의 여왕은 내 결정을 듣고 오히려 반대했지만.. 놀라웠지 정말. 어쨌든 이러한 사정으로 너의 형은 1달후다.


대신 나도 너의 아버지고 너도 나의 친 자식이니 일종의  특혜를 주겠다. 거부하던 말던 그건 너의 자유다.


내일부터 형이 집행되는 한달간 난 너에게 시간을 줄것이다.


어디든지 자유롭게 떠났다가 돌아오거라. 너에게 어떠한 병사도 감시도 붙이지 않을것이다.


도망칠꺼면 도망쳐도 좋다. 대신 한달 이후엔 서던 제도의 온 병사들이 널 찾으러 돌아다닐것이다.


그래, 어떻게 보면..



여기서 아버지는 갑자기 살짝 웃더니 말을 계속했다.



- '마지막 여행' 이라고 말할수 있겠굼..


이게 너에게 베풀 마지막 아비로서의 정이다.


더 이상은 너와 할 이야기도 없고, 듣고 싶지도 않다.


병사! 죄수를 끌고 가라!




아버지의 말에 병사들이 들어와 나를 끌고 나가려 한다.


- 아버지! 당신.. 당신에게 난 도대체 뭐야.. 아들은 맞는거야?


나의 분에 찬 목소리에 돌아온 대답은


- 아비는 다 안다. 하지만 넌 내 의중을 절대 알리가 없지.


밑도 끝도 없이 이해 불가능한 소리.. 그래, 당신은 항상 이런식이였어.


역시나 난 당신에겐 자식 취급도 못받는구나.













감방에 눈을 감고 앉아 난 조용히 생각에 잠긴다.


어디로 떠날까.


서던 제도에서의 갇혀졌던 삶, 그것을 제외한 그 외의 삶.


어떤것이 있었을까.


눈을 감고 천천히 내 삶을 돌아본다.


'누군갈 짓밟고 올라갈 마음가짐으로 살아라. 설령 그게 너의 형들이여도 말이다. 약한자믄 죽고 -- 강한자는 살아남는 법이란다, 나의 아들이여.'


'네놈은 우리랑 출발선 자체가 달라. 넌 그냥 왕자라는 타이틀만 달고 있지, 넌 아무것도 아냐.'


'왕자님, 오늘 스케쥴은 아침 8시부터 밤 11시까지 입니다. 네? 여유가질 시간 없습니다. 바쁘게 돌아다니셔도 모자랄판에 시간은 무슨...아, 죄송합니다. 제가 말이 헛나오는 버릇이 있어서..'


생각을 아무리 떠올려도 어린시절에 받았던 상처와 고통들뿐이였다.


서던 제도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한채 몇십년을 그곳에서 살아왔었지.


왕자 수업이라는 허울좋은 명분 아래 말이다.


'아들이여, 이제 너도 성인이니 바깥세상을 한번 구경하고 오너라.'


그러다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서던 제도 밖을 나갈일이 생겼었지. 처음이란건 매우 떨리고 긴장되는 일이였어.


'어.. 미안합니다. 다친덴 없으세요?'


그곳에서 우연히 한 소녀를 만났다.


'아.. 괜찮아요! 전 그런 '공주'가 아녜요.. 만약 당신이 우리 엘사 언니를 만났다면.. 으흐~ 문제였겠죠..'


보자마자 처음으로 내개 설렘과 사랑이란걸 가져다준 사람.


'하지만 괜찮은 거예요!  '나 정도'인게.'


하지만 나의 잘못된 선택과 야욕으로 상처만 줘버린 여자.


'나 정도라구요?'


- 나..정도라구요..? 후...


내가 죽기전에 마지막으로 갈 곳이 어딜지는 이미 정해진것 같다.








일허면서 틈틈히 쓴거라 문체가 고르지 못한건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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