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포탈 : 프로즌 뒷 이야기, True Winter ag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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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프는 울다 지쳐 잠들었다.
죄수는 그를 보며 보이지 않는 미소를 한껏 짓는다. 알 수 없는
서글픔을 담은 채로.
이윽고 그는 앉은 채로 잠들고, 꿈을
꾼다. 철가면을 쓴 어린 자신이 보인다. 한없이 비현실적이다.
그렇게 가면을 쓴 채 자라는 자기 모습을 수면에 비추듯 바라본다.
희미했던
배경은 점차 사람들의 모습으로 또렷해진다. 어두운 안개에 둘러싸인 자신보다 더욱 더. 그들은 미소 짓는다. 입을 벌려 미소 짓는다. 눈을 크게 뜨고. 말할 수 없이 섬뜩하다.
숨이 막힌다. 자신이 점차 희미해진다. 철가면을 부여잡고 벗으려 애쓴다. 애쓴다. 애쓸 수록 철가면은 더욱 더 굳건해진다.
이윽고 아버지로 보이는 사람이 와서
가면을 벗겨 준다.
그는 놀란다. 얼굴이 완벽히 어둠에 가려진, 사라지기 직전의 자신이 보인다. 아니, 보이지 않는다. 놀란 모습조차 확인할 수 없다. 그랬다고 느낄 뿐.
어둠의 스포트라이트가 그에게 온전히 비추어져
있다. 그리고 어둠은 넓어지며 그의 모든 시야를 갉아먹는다.
마침내
앞이 보이지 않는 그에게 돌연 주먹이 날아든다. 자기 모습이 일순 날카로이 번뜩이더니 이윽고 숨이 막혀 온다.
그렇게 그는 다시 똑 같은 악몽을 꾼다.
일어나 보니 크리스토프는
여전히 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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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프는 부스스 일어났고, 자기가 어떻게 잠들었는지를 떠올리면서 겸연쩍게 머리를 긁적였다.
“어, 음.
고마워요. 처음 보는 사이인데 이렇게까지 많은 얘기를 할 줄이야. 정말 잘 들어주시네요.”
“뭐, 궁금했으니까. 고마워할 필요 없어.”
“당신이랑 얘기하다 보니 꼭 거울 보는 것처럼 내 자신이 보였어요.”
“그러냐.”
“네. 정말 신기하다니까요! 덕분에……”
“크리스토프님? 여기 계셨습니까?”
익숙한 목소리에 크리스토프는 화들짝 놀란다. 저 사람이 왜 여기에 있을까.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그의 앞에, 그러니까 창살 밖에 조심스레 나타난 사람은 왕실 경비대원인 백콤 씨였다.
“저기, 당신이 왜, 여기에……”
“아니 그럼, 말도 없이 사라진 사람을 찾지도 않고 내버려
둔답니까?”
“그래도 여기는 서던 아일……”
“안나 공주님께서 기다리십니다. 빨리 나오세요. 불법 체류가 뭡니까 불법 체류가. 이쪽이랑은 얘기 다 끝났습니다.”
“아, 예.”
얼떨떨한 크리스토프는 수갑을 푸는 순간까지도
죄수와 얘기하던 것을 잊고 있었다.
“아 참, 아무튼, 정말 고마웠어요. 당신을 통해서 오히려 나 자신한테 진실해질 수
있었어요. 어쩌면 여기로 잘 온 걸지도 모르겠네요. 하핫!”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빨리 가.”
“에이, 싫은 척 하시긴. 그러고 보니 이름 하나……”
“가라니까, 크리스토프.”
크리스토프는 화들짝 놀란다. 돌이켜 보니 자기 이름도 말한 적 없었는데?
“뭐지……뭐예요. 내 이름은 어떻게 알아요? 아니,
당신 이름은 뭔데요?”
“말 안 해.”
“아니 왜……”
“나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아이, 보이지
않는 왕자, 믿-음직한 거울.
추한 욕심 때문에 평생을 철가면으로 살아야 하는 비천한 죄수야. 이름은 이제 필요 없지.”
크리스토프는 뒤통수를 크게 맞은 것처럼
띵했다. 거대한 종이 귓가에 울려퍼지듯 공명하였다.
“당신, 한ㅅ……”
“어딘가에, 나를 꺼내 줄 사람이 있다면, 아니 진정으로 사랑해줄 사람이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정신을 못 차린 채 백콤 씨에게 떠밀리며
크리스토프가 나갈 동안, 비운의 막내 왕자는 혼자 남아 자신을 생각한다.
남의 얘기에 그렇게 잘 반응해 주면서, 어떻게 자신은 그렇게 존재하지
않을 수 있는지에 대해. 그러니까 결국, 그는 있지도 않은 자신을
생각해보려 노력한다.
여전히 알 수 없다. 말로 그렇게나
떠드는 자신에 대한 믿음, 혹은 사랑이란 것이 무엇인지. 받아본
적이 없기에 온전히 줄 수도 없는 그것. 얼어붙은 심장을 녹일 수 있다는, 저 너머의 그 어떤 것. 도대체 뭘까.
그것은 물고기가 나무를 타는 것을 상상하듯, 그에게는 도저히 형태조차 짐작할
수 없는 행위이다. 그의 세계에서 그것은, 단어는 있으나
존재하지 않는 개념이다.
그는 결국 마음의 철가면에 스스로 다시 갇힌다. 갇혀서, 꿈결처럼 읊조린다.
“그래도 그 얘기 속에서 당신을 만날 수 있어 다행이야.”
그는 다시 직전에 꾼 악몽을 떠올린다.
어둠으로 가득 찬 가운데 번개 되어 내려친 빛. 그건 오로지 그가 맞을
때뿐이었다. 그는 누가 그를 그렇게 때렸는지 아직도 기억한다.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혹은 거울 같은 그를 유일하게 채색해 준 그녀의 이름을, 그는 다시 중얼거린다.
“안나.”
녹슬어 부서지기엔 너무나 두꺼운 철가면이
젖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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