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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륵–
육중한 얼음성의 대문이 열리는 소리는 조용하디 조용한 산골짜기를 크게 울렸고, 그 소리는 당연히 2층에 있던 엘사의 귀를 후려쳤다.
‘어떻게…… 추격자가 벌써?’
0.314초 동안 도망갈까 생각한 엘사였지만, 생각해보니 그건 안될 말이다. 여기까지 자신을 따라왔으니, 최소한 사정을 설명할 의무가 그녀에겐 있었다. 그들과 함께 돌아갈 순 없지만, 적어도 아렌델의 국민은 이제 진실을 알 권리가 있으니까.
간신히 마음을 잡은 엘사가 1층으로 발을 옮기려 할 때 –
“언니? 나야, 안나!”
“……!”
털썩 – 하고 순간 다리 힘이 풀릴 뻔한 엘사였다. 안나? 안나가 여길 왔다고?! 그것도 이틀 만에?
순간 머릿속에 오만 가지 생각이 겹친 엘사였지만, 단 하나의 감정이 그 생각들을 전부 휩쓸어 내쳐버렸다.
기뻤다.
어차피 안나에겐 한번 찾아가 진실을 설명하려던 차였는데, 마침 그녀 스스로 이곳에 찾아와준 것도 있지만, 솔직히 그저 동생이 보고 싶었다. 바로 전날만 해도 그 애를 그리는 노래를 부끄럼 없이 부르지 않았던가. 무엇보다, 직접 언니를 찾아 먼 길을 향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목소리에 밝음이 담겨있는 안나가, 너무도 고맙고 미안했다.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원래 설명할 생각이었지만, 정작 그럴 때가 눈 앞에 닥치니 한마디도 생각나지 않는다. 지금 엘사의 몸에서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부분은 오직 계단을 종종걸음으로 내려가는 발뿐.
자, 그럼 자신의 안에 차오르는 기쁨을 무엇으로 노래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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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나……?”
윗층에서 들려온 엘사의 목소리에 고개를 든 안나는, 그대로 할 말을 죄다 잊어버렸다.
이런 젠장, 눈 앞에 서있는 여신님은 대체 누구십니까?
자세히 보니 단순히 옷만 갈아입고 머리만 풀었을 뿐인데, 수정처럼 빛나는 푸른 드레스는 엘사 특유의 미모와 백금발의 땋아내린 머리와 극강의 싱크로를 이루는 것이었다. 게다가 그녀의 표정에는 이제껏 본 적이 없는, 이틀 전 대관식 때와는 정반대의 평온과 자신감이 빛나고 있었다.
간단히 요약해서, 지금 엘사의 모습은 너무도 황홀해서 쳐다보기도 힘들었다.
“엘사…… 언니야?” 참, 한심하다. 기껏 한다는 말이 그거냐. 하지만 어째선지 그 말만 했는데도 엘사는 엄청 기뻐 보인다.
사실, 속으로 약간 불안했던 안나였다. 크리스토프 말대로, 정말 언니가 혼자 있고 싶어하면 어쩌지? 자기 때문에 언니의 비밀이 탄로났는데, 과연 자신을 용서해줄까?
다시 한 번, '저리 가, 안나'란 말을 듣게 되면 어떡하지?
지금 엘사의 행복한 표정을 보니, 기우였던 모양이다.
“……”
“……”
한동안, 두 자매는 서로 그렇게 말없이 서로를 쳐다보고만 있었다. 마치 어떻게 대화를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것처럼.
그리고, 의외로, 그 침묵을 먼저 깬 것은 엘사였다.
I am breathelss, need I say
(숨이 멎네, 당연해)
How could you find me here?
(어떻게 날 찾았니?)
You of all have crossed my way
(다른 이도 아니고 네가 왔어)
Unexpectedly from where
(어디서 나타난 걸까)
에, 잠깐? 착각한 거겠지, 방금 엘사의 노래에서 느껴진 엄청난 애정은?
I feel like I am dreaming
(꿈꾸는 것만 같아)
Hold me close, tomorrow may be gone
(그저 안아줘, 내일은 없으니까)
This is a moment of belief
(지금은 믿음의 때야)
This is a moment made of dreams
(지금은 꿈 속의 때야)
You found me here today on the coldest winter night
(날 찾아왔구나, 차디찬 겨울밤에)
This moment is our right
(이 순간은 우리 거야)
다음 순간, 타다닥 하고 계단을 뛰어내려오는 소리가 들리더니, 어느 틈에 안나는 이미 엘사의 품 안에 들어가 있었다.
“어…… 언니?”
“미안, 미안해, 안나……” 마치 울먹일 듯한 목소리로 엘사가 중얼거린다 – 아직 안나를 꼭 끌어안은 상태로. “이러면 안되는데, 또 널 다치게 하면 안되는데…… 정말, 참을 수가 없어졌어.”
“…… 난 오히려 이래서 고마운데,” 언니의 가슴에 고개를 묻고 (그 빵빵함에 신경쓰지 않으려 노력하며) 중얼거리는 안나.
“그렇지 않아,” 죄책감에 엘사는 그저 고개를 떨굴 뿐이다. “내 곁에 있으면 위험해. 그래서 도망쳐온 건데…… 그래도 안될 정도로 너무, 너무 보고 싶었어, 안나……”
그리고 그대로, 우울하면서도 애정을 노래하는 목소리는 다음 소절로 넘어간다.
Now, dear Anna, tell me all
(자, 안나, 모두 말해줘)
For years we've been apart
(오랫동안 우린 떨어져 있었지)
Did you hear the mountain fall?
(산이 무너진 소리 들려?)
My broken heart
(내 망가진 마음이야)
나직하면서도 괴로움을 담은 가사에 안나의 심장이 옥죄어온다. 자신이 언니에게 버림받았다고 생각한 13년 동안, 엘사는 그보다 훨씬 더한 고통을 인내하고 있었던 것이다.
Don't wake me if I'm dreaming
(꿈이라면 깨우지 말아)
Hush my dear, 'cause tomorrow may be gone
(아무 말 마, 내일은 없으니까)
Lost in the present, I assure
(중요한 건 오직 지금이야, 약속해)
This is the moment, say no more
(지금이 때야, 말은 필요없어)
You found me here today on the coldest winter night
(날 찾아왔구나, 차디찬 겨울밤에)
This moment is our right -
(이 순간은 우리 거야 -)
안나의 눈가에 눈물이 맺힌다. 어떻게든 우는 모습은 보이지 않으려 했지만, 어쩔 수가 없다.
엘사의 노래는, 지금까지의 13년에 대한 후회가 뼈저리게 묻어나오면서도 그저 순수하게 지금 자신을 만난 기쁨으로 가득 차있는 것이다.
그게 왠지, 서럽다고 느껴버렸다.
“언니……”
“천천히……” 엘사의 중얼거림에 잠시 말을 멈추는 안나. “…… 천천히 얘기하자. 우선 방으로 들어갈까? 아직 날은 길고, 할 얘긴 많을 테니까.”
그러기엔 지금 아렌델의 상황이 영 좋지 않았지만, 언니의 표정을 본 안나는 감히 반박할 생각이 들지 않았다.
아렌델 모든 국민들이 지금쯤 느낄 공포보다도 더 큰 두려움, 기껏 만난 동생을 떠나보내기 싫어하는 불안감이 언니의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 일단 들어가자,” 최대한 진심을 담아 대답한다. “나…… 좀 더 오래 언니 옆에 있고 싶으니까, 나중에 우는 소리하기 없기다?”
너무 괴로우면서도 기뻐하는 엘사의 표정이 자신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말해준다.
13년 간 두 자매를 갈라놓은 골은 아마 쉽게 메워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둘이 함께 있기만 해도 누덕누덕 기울 수 있는 건 사실이다.
그 사실을 알고 있어서일까, 함께 손을 잡고 방으로 들어가면서, 엘사의 노래가 다시금 얼음성 안에 울려퍼진다.
This is a moment of belief
(지금은 믿음의 때야)
This is a moment made of dreams
(지금은 꿈 속의 때야)
You found me here today on the coldest winter night
(날 찾아왔구나, 차디찬 겨울밤에)
This moment is our right
(이 순간은 우리 거야)
엘사도 안나도 알지 못했다. 그 순간, 아렌델 주변에 휘몰아치던 눈보라가 조금 잦아든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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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성에서 재회하는 과정이 이랬으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하면서 휘갈겨본 이야기. 뒷이야기는 상상에 맡길게. 참고로 난 트루-러브가 좋다.
노래는 미국의 파워 메탈 밴드 카멜롯의 On the Coldest Winter Night. 뭐 노래는 메탈이 아니지만.
담편도 내일 이 시간에. 스포일러(드래그): 이번엔 브릿팝과 함께하는 크리스타나,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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