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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때이른 겨울 07~08

순정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10.19 23:4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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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는 아직 달리고 있었다.

서재는 허탕이었다. 그럼에도 안나가 멈추지 않고 달리고 있는 이유는 서재에서 빠진 책이 향하는 곳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성의 외곽. 성벽에 위치하고 있는 오래된 물류창고.

오늘 아침에도 갔었던 장소다. 밖에서 열기 위해서 필요한 그 물류창고의 열쇠는 작업은 이미 끝났지만 아직 반납되지 않았다.

이미 해가 뉘였뉘였 구름사이로 숨어들어가고 있었다.

저 해가 완전히 숨어버리고 일과의 끝을 알리는 종이 울리면 열쇠의 대여에는 왕실의 허가가 필요해진다.

 

 

지금 이상황에서는.. 엘사겠지.

 

-저기, 언니 생일선물 만드는데 필요해서 그러는데 창고열쇠 좀 주지 않을래?-
그런 말은 죽었다 깨어나도 할수 없었다.

 

 

오전 작업에 참여한 시녀나 하인중 한명이 가지고 있겠지.
열쇠를 얻은 후 왕족의 특권이든 공주의 위엄이든 뭐든 이용해서 입을 막아버리자.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은 몇몇 꼽아낼 수 있었다. 아침에 직접 문을 연 보초장이나, 문을 닫은 하인. 아니면..

 

 

"전데요."
..시녀장 겔다.

 

 

"게..겔다. 시내에 나간다더니..?"
"마지막 할 일이 남아 있어서요."
돌처럼 굳어버린 안나에게 겔다가 열쇠 꾸러미를 흔들며 말했다.

 

 

"역시 서재엔 없었나보죠? 그래서 물류창고에 가서 찾으려는 건가요? 이럴것 같더라니."
"겔다, 제발.. 빨리 시작 안하면 늦고 말아."
감정을 끌어모으고 두손을 모아 매달려 보는 안나였지만 스스로도 이건 힘들겠구나 싶은 마음이 드는건 어쩔수 없었다.
상대가 너무 나빴다. 이 시녀는 안나의 위엄따위 이미 십여년전에 씹어먹었다.

 

 

"공주님. 날이 너무 늦었어요. 방에 들어 가셔야 할 시간이잖아요. 밤의 창고는 아무것도 안보여요. 너무 위험하다구요."
구구절절 맞는 말.

 

 

"도와드리고 싶어도 전 맡은 일이 있고 다른 시녀에게 부탁해도 열쇠가 반납되지 않으면 결국 언니분께 알려져요."
논리론 이길수 없었다. 그렇다면..

 

 

겔다의 눈이 돌아간 틈을 타 안나가 순식간에 열쇠꾸러미를 가로챘다.
-아니 이 아가씨가 정말! 하는 소리를 뒤로하고 안나는 바로 옆에 있던 작은 방으로 뛰어들어가 문을 걸어잠갔다.

쓰지않는 작은방. 단 하나뿐인 문을 제외하면 밖과 통하는 길도 없는 곳으로 뛰어든걸 보면 다급하긴 했던 모양이다.

후우. 겔다는 한숨을 쉬곤 창문을 들여다 봤다.
웅크려 앉은 뒷모습이 보였다.

 

 

"공주님, 이러지 마세요. 이 문 부술 거에요."
대답은 없었다. 돌아 앉은 작은 등.

 

 

"..내일 아침, 일과 시작하자마자 책을 찾아볼게요. 책을 찾던 못찾던 제가 옆에서 도와드릴테니까.."
그 등이 너무 작아보여서 겔다는 마음이 약해졌다.

 

 

"..그러니까 그러지 말아요. 최고의 선물을 준비할거잖아요?"
그제야 안의 소녀는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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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쇠를 반납하며 겔다는 회상에 잠겼다. 저런 안나공주의 모습을 보는 것은 오랜만이었다.
마치 10년전 엘사공주가 문을 처음 닫았을 때 같은..
그때도 지금처럼 설레하다가 실망하고, 흥분하다가 침울해 했지만 몇번이고 언니에게 다가가기 위해 갖은 애를 썼다.

그러다 안나가 벌인 돌발행위에 가슴 졸인 적이 몇번이었는지 기억도 안날 정도다.

 

겔다는 지금 이순간이, 안나가 준비하는 18번째 생일 선물이 두사람의 관계에 뭔가 변화를 가져다 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 아침이 되면 꼭 책을 찾아 공주님을 찾아가야지. 그런데 책이 거기 있으려나?. 아니지! 시내에서 하나 사가면 되잖아.
즐거운 추억과 상상에 빠져 성문을 나서는 겔다의 발걸음은 가벼워졌다. 날카롭게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도 눈치채지 못했다.

하지만 너무 빠졌던 걸까. 눈치채지 못한것이 하나 더 있었다.

 

 

열쇠꾸러미의 열쇠가 하나 줄어있었다.

 


--

 


천천히 어둠이 내려 앉는 아렌델 성. 밝은 빛을 발하는 성의 창문과는 대조적으로 암흑에 휩싸인 성의 안뜰 가장자리에 누군가 있었다.

도둑치곤 어설픈 발걸음으로 살금살금 걸어가는 그림자는, 최대한 발소리를 죽였지만 반대로 그 심장은 이미 통제 불능으로 두근거리고 있었다.

 

 

처음으로 겔다를 속여넘겼다. 좀 미안하긴 했지만 지금을 놓치면 밤새 잠도 못잘것이 뻔했다.

해가 지고 방을 나온게 대체 얼마만이지? 방을 나온적은 몇번 있었지만 성채를 나온건 이번이 처음이다. 들켰을때마다 꾸지람을 받은 것을 기억한다.

이 일도 들킨다면 그냥은 못넘어 가겠지.

 

하지만 어두운 망토를 뒤집어 쓰고 불이 꺼진 램프를 한손에 쥔 그녀에게 들킬거란 생각 따윈 없었다.

안나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마침내 한쪽 구석 성벽에 위치한 물류창고 앞에 섰다.
아침에 스치듯 봤던 열쇠. 헷갈리는 두개의 열쇠중 선택한 구리열쇠를 메고온 작은 가방에서 꺼내어 열쇠구멍에 끼워넣고 조심히 돌렸다.

 

 

-제발.. 제발..-

 

 

찰칵-

 

 

자신도 모르게 소리지를 뻔한 입을 틀어막고 안나는 냉큼 열쇠를 뽑아들어 창고안에 들어가 문을 닫았다.

새카만 암흑이 안나를 반겼다.
밖보단 따뜻하길 기대했지만 열기라곤 찾아 볼 수 없는 창고는 안이나 밖이나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창고안에서 그녀는 심호흡을 하며 책장의 위치를 기억해냈다.

창고문의 바로 옆. 가까워서 찾기는 좋았지만 그만큼 높이 달린 여러 창들을 통해 쉽게 불빛이 밖으로 빠져나간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두운 성구석에서 새어나오는 빛만큼 눈에 띄기 좋은 것은 없었다.

일은 은밀하고도 신속해야 했다.
안나는 각오를 다지고 성냥을 그어 램프를 밝혔다.

 


정신없이 움직이는 손과 눈동자. 그 와중에 안나는 웃고 있었다.
이유를 모르겠음에도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아직 더 갈길이 남았어. 길은 끊기지 않았어.
아무도 없는 깊은 산중, 방향을 잃었다가 놓쳤던 불빛을 다시 찾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직 내가 할수있는 일이 남아있어-

그것만으로 그녀는 구원받은 기분이었다.

 

 

오랜 기억에 의존해 책장을 훑었다.
예쁜 자수무늬가 양각된 조그만 가죽표지의 책. 자수엔 관심도 없으면서 그 생김새에 반해 엘사와 쟁탈전을 벌인 기억이 있다.

 

 

결국 양보해 줬던 언니에게 그 책을 통해 만들어 낸 선물을 돌려줄 거야.
그러니까 필요해. 부탁이니 이제 그만 나와!

 

 

아래쪽의 탐색을 끝내고 사다리를 이용해 가장 위층을 찾아 헤매는 안나의 손길이 바빠졌다.
오른손엔 램프를, 왼손은 책장을, 덜덜 떨리는 다리만으로 사다리에 매달린채.

그리고 마침내-

 

 

안나의 눈이 커졌다. 최대한으로 뻗은 왼손이 닿을듯 닿을듯 하다 책한권을 뽑아내었다.
닿은 순간 알았다. 자세히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닫힌 문을 열 열쇠조각이 되어 돌아온 추억을 터질듯한 가슴에 소중히 안고 안나는 사다리에서 발을 내렸다.

 

 

아차, 마지막까지 신중을 기해야지.
그녀는 램프의 불을 훅 불어 껐다.

 

 

하지만 다음순간 안나는 자신이 경솔했음을 느꼈다.
사다리의 아랫발판이 오른발에 닿지 않았다. 어두워 방향감각이 사라지고 책과 램프에 묶인 양손은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녀는 자신이 균형을 잃고 있다는 사실도 눈치채지 못했다.

 

 

"어-?"

 

얼빠진듯한 외마디 소리와 함께  오싹한 기분이 그녀를 덮쳤다.

버티고 있던 왼발이 빠지고 램프가 손을 빠져나가 휙 날아갔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느낀 것은 등과 머리에 가해진 강한 충격, 그리고 양손으로 끌어 안은 가슴속의 책 한권이었다.

 

 


 

 

성의 모든 파티가 열리는 연회장. 그곳에선 방금 또 하나의 파티가 끝났다. 밤마다 몰래 벌어지는 둘만의 파티.
수북이 쌓인 폭신폭신한 눈언덕 사이에서 두명의 소녀가 가쁜숨을 가다듬고 있었다.

 

-오늘은 엄청 높이 뛰어올랐어!-
양갈래로 머리를 쫑쫑 묶은 작은 소녀의 외침에 엘사는 말 대신 뒤에서 갑작스레 껴안는것으로 답했다.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는 작은 소녀의 손엔 반짝반짝 빛나는 얼음인형이 들려있었다. 여자아이의 모습을 한 그 인형은 엘사가 방금 선물로 준것이다.

 

 

-이렇게 예쁜데 왜 다른사람에겐 보여주지 않아?-

예상치 못한 작은소녀의 질문에 엘사는 잠시 생각하곤 대답했다.

"그건 예뻐보이지만 아주 위험하기도 해."

품에 안긴 작은 소녀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다시 물어왔다.

 

 

-그럼 이건 나쁜거야?-

나쁘냐고? 모르겠어.. 지금은 내게 등돌렸지만 어린시절 내게 최고의 추억을 선사해준 마법을 탓할수 있을까.
그래, 꼭 비난 받아야 한다면 그건..

 

 

"아냐. 그건 나쁘지 않아. 다만 내가 그걸 다루지 못했어. 언니가 모자랐나봐."
엘사는 굳어가는 표정을 보여주기 싫었기에 턱으로 작은소녀의 머리를 꾹 누르곤 말했다.
"내 노력이 부족해서, 내가 조절하는 법을 배우지 못해서 세상으로부터 숨기지 못했어.."

 

 

엘사의 대답에 작은소녀는 갸우뚱하다 입을 열었다

-숨기기 위해 조절하는 법을 배우는거야?-

이번엔 엘사가 갸우뚱했다. 그럼 그 외에 뭐가 있지?
생각하는 사이에 품안의 소녀가 빠져나가 빙글 돌아 엘사를 향했다.

 

 

-내 생각은 좀 달라-

 

 

작은소녀가 빙긋 웃었다.

 

 

--


 

"공주님, 공주님?"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엘사는 부스스 눈을 떴다.
카이인가..
오래 기다리게 한듯 자신을 부르는 카이의 목소리는 상당히 고조되어 있었다.
아무래도 지쳤던 몸이 꿀맛같은 단잠에 너무 깊이 빠졌던 모양이다.

엘사는 쓴웃음을 지으며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몸을 일으켜 문으로 다가갔다.
미안함에 최대한 밝게 대하기 위해 목을 가다듬고 문을 열었다.

 

 

"미안해요 카이. 오래 기다렸죠? 무슨 일.."
엘사는 말을 다하지 못했다.
카이의 표정을 보고 느꼈다.
고조된 목소리가 그저 오래 기다렸기 때문이 아님을..
평소의 침착하고 여유로운 카이라곤 상상할수도 없을 정도의 창백한 표정은 엘사로선 너무 낯선 것이었다.

 

 

"공주님. 침착하게 들어주세요."

아니, 완전히 낯선것은 아니다. 단 한번 본적이 있다. 그것도 최근에.

 

 

"안나 공주님이.."

분명 그건..

 

 

"오, 제발.. 카이.."

부모님이 탄 배가 사라졌다는 소식을 가져왔을때..

 

 

"..행방불명 상태입니다."

엘사는 온몸의 피가 식는 것을 느꼈다.

 


--

 


자정이 넘은 시각. 평소라면 보초를 제외한 사람들은 휴식을 취할 시간이었지만 지금 아렌델 성은 모두가 깨어있었다.
불이 있는대로 밝혀지고 수색조가 조직되어 사라진 공주를 찾아 헤맸다. 보초로부터 안나가 책을 찾고 있었지만 무슨 책인지는 알려주지 않았다는 보고가 있었다.

마지막으로 함께있었던 사람으로 추정되는 시녀장 겔다를 찾기 위해, 그리고 시민들의 협조를 구하기 위해 시내로 병사들이 파견되었다.
카이 역시 수색에 참여하기 위해 방을 나섰다.
'괜찮을겁니다, 공주님.' 이라는 말을 남기고.

 

 

엘사는 얼어붙은 창가에 서서 침통한 심정으로 밖을 바라보았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병사들을 보며 저도 모르게 옷자락을 그러쥐었다.

 

 

나도 가야해.. 이번에도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어.
아니, 그때와는 상황이 달라. 위험한 상태라고 확정된게 아니잖아.
그래. 그때와는 상황이 다르지. 안나는 가까이에 있어. 이번에도 저버릴 셈이야?
지금은 움직일 수 없어. 네 상태를 봐! 나가면 정말로 끝이야!

 

 

엘사는 자신의 손을 내려봤다.

냉기가 뚝뚝 흐르는 채 덜덜 떨리는 두손.

 

이별을 각오했을 터인데.. 이제 와서 두려웠다.

마법을 제어할 가능성에 모든걸 걸었던 것 처럼, 안나가 금방 다시 돌아올것이라 믿고 싶었다.
결국 난 또 도망치는 건가..

 

 

밖에서 흔들리는 불빛이 자신을 조롱하며 비추는 것 같아 어둠으로 시선을 돌렸다.
성의 한구석, 빛이라곤 없는 오래된 물류창고. 잡동사니 밖엔 없기에 보초조차 없는..

..뭔가 마음에 걸렸다.

 

 

-어떤 책을 찾고 계셨습니다-

 

 

안나는 찾던 책을 발견했나? 만약 못 찾았다면 책이 있을 가능성이 있는 곳은..

엘사는 숨을 삼키며 창가에서 물러섰다.
실낱같은 가능성. 하지만 거기 매달리지 않고선 지금 그녀는 미쳐버릴 것 같았다.

 

 

카이가 곧 성내 수색을 마치고 돌아온다.
그때도 늦지 않아. 침착해. 괜찮을거야.

엘사는 카이가 방을 떠나며 한 말을 되뇌이며 자신에게 최면을 걸었지만 왜인지 방망이질 치는 가슴은 진정되지 않았다.

 

진정하자. 넌 괜찮아 엘사.. 안나도 괜찮을거야.
하지만 전혀 소용 없었다. 오히려 심장은 점점 터질듯이 요동쳤다.
어째서..? 엘사는 자신을 감싸는 오싹한 기운을 느꼈다.
과거의 기억으로부터 원초적인 거부감이 그녀를 사로잡았다.
부모님이 떠나던 그날의 기억이..

 

 

-괜찮을 거야, 엘사-

 

 

정신을 차렸을 때 그녀는 문을 박차고 정신없이 달리고 있었다.

 

 

--

 

 


깜깜한 어둠을 손에 든 램프로 헤치며 엘사는 달렸다.

얼음파편이 날리며 발자국을 남기고 램프의 빛이 사방으로 퍼져나갔지만 그녀는 하나도 신경쓰지 않았다.
자신의 머릿속을 잠식한 죽음의 이미지가 자꾸 동생을 덮는 것을 도저히 견딜수 없었다.

 


이별이 두렵다고? 만약 여기서 안나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그 순간이 끝이야!

 


숨이 턱끝까지 차오른 엘사에게 멀리 창고의 문이 보이기 시작했다. 엘사는 잠시 멈춘후 숨을 가다듬고 천천히 다가갔다.
창고는 쥐죽은 듯 조용했다. 문은 닫힌채로 잠겨있었고 안에선 불빛 하나 새어나오지 않았다.
엘사는 마음에 재차 먹구름이 끼는 것을 느꼈다. 그때-

 

 

쾅!!

 

 

뭔가가 문에 부딪혔다.

"아윽.. 아무것도 안보이네. 저기 앞에 계신분 누구세요? 아니 그건 상관 없고 저 좀 도와주세요."
엘사는 주저앉을 뻔했다. 시커멓게 끼어가던 먹구름이 걷혔다.

 

 

"아, 저 수상한 사람 아니에요. 열쇠를 훔쳐서 몰래 들어왔는데 안에서 불이 꺼져버리는 바람에.. 잠깐 나 뭐래니."
문틈사이로 흘러들어온 엘사의 램프 불빛으로 누가 온걸 눈치챈듯한 안나.
그녀는 자신이 그곳에 갇혀 있는 이유의 정당성을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지만 엘사는 감정이 복받쳐 올라 들을 수가 없었다.

 

 

"이거 문고리가 좀 복잡해서 그러는데 빛 좀 비춰주지 않을래요? ..저기 듣고 있어요?"
신에게 감사했다. 그간의 마음고생이 흐느낌이 되어 흘러나왔다. 자신도 모르게..

 

 

'아!'

 

 

엘사는 황급히 입을 틀어막았지만 나온 소리를 주울 순 없었다.
쉬지 않고 재잘대던 안의 소녀의 말소리가 멈췄다.

 

 

그제서야 깨달았다. 문을 사이에 두고 갈린, 부르는 자와 대답하지 않는 자.
그 상황의 익숙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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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밤중에 외부인이 램프를 들고 성벽안을 활보할 수는 없다.
그리 많지 않은 성안 식구들 중엔 안나의 말을 줄곧 무시해온 사람이 단 한명..

여기서 벗어나야해. 내가 할 수 있는일은 이곳엔 없어.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엘사?.."
그 말을 들은 순간 엘사는 다리가 굳어버렸다.

너무도 익숙한 겨우 그 두 글자에, 그녀는 움직일 힘을 빼앗겨버렸다.

 












숙련된 조교 - 2014.02.20 ~ 22

원문 링크: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frozen&no=505467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frozen&no=525320

문제시 자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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