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문학/현대] SNS 퀸 엘사 3화-5화 (홍메박 대관)

chall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1.16 00:05:02
조회 495 추천 7 댓글 8


viewimage.php?id=2bafdf3ce0dc&no=24b0d769e1d32ca73fed82fa11d028313b437bcefb649778a1210ba42badac2e86740fd183e79cc39cb4de4a0590187607ffb7af61306d9e2394f0cddb4614e1966d


프롤로그(1화,2화) :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frozen&no=3615047


너무 길게 올려서...

금방 오늘 쓴것까지 올리겠습니다~


망상추!


•••••••




7층의 메가박스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 , 일요일이라 그런지 엘리베이터에는 사람이 가득했다. 

이러다 눈이라도 마주쳐 내 벽안에 관심이 쏠릴까 싶어 턱을 당기며 고개를 패딩 깊숙이 파묻었다. 패딩에 걸쳐져 볼이 찰떡처럼 쭉 내려앉았다 찐무룩 


참, 요즘 엘사 모찌쿠션이 인기라길래 옷 사면서 모찌쿠션도 하나 배송시켰는데, 역시 인터넷에서 들은 대로 촉감이 보들보들하고 쭉쭉 늘어나서 한참을 가지고 놀았었다. 

그리곤 '나도 모찌?'라는 생각으로 거울을 보고 통통한 볼을 쭈욱 늘리면서 셀카도 찍어 보았다. 

바로 인터넷에 올려보고 싶은 퀄리티의 짤이 탄생했지만! 참고 또 참았다. 

엘사의 찹쌀떡, 물론 쿠션과는 비교가 안 되는 피부이다.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촉감... 그런데 사진을 찍느라 이리저리 만졌더니 금세 피부가 빨개져서 계속해서 잡아당기는 건 참기로 했다.


그런 생각을 하던 사이에 덜컹, 엘리베이터가 열리고 사람들이 한 번에 내렸다 구석에서 패딩에 고개를 폭 박고있던 나도 마지막으로 내리며 영화관 로비로 들어갔다.


“휴” 


갑갑했던 걸 참았던 탓에 작게 숨을 내쉬고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홍대 건물이다 보니 용산 cgv나, 자주 갔던 근처 멀티플렉스보다 관이 작아졌지만 오히려 사람은 더 많아져 잠시라도 조심을 하지 않으면 부딪힐 것 같았다.


그리고 한쪽으로 이 북적거림에 한몫하고 있는 긴 똬리를 튼 줄이 보였다.


“줄 옆으로 붙어서 서주세요!!”

“아직 수량 많습니다~!”


모양새를 보아하니 다들 대관 관련해서 찾아온 것 같은데, 신기하게도 그 줄 끝에는 대관 총대가 아니라 무료로 포스터를 나눔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와우'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나눔이라니, 나는 헛웃음 지으며 대관 티켓을 찾을 수 있는 곳을 둘러보았다.

줄과 약간 떨어진 소파에서 크리스토프 코스프레를 한 이번 대관 총대가 티켓을 발급해주고 있었다. 코스프레라 워낙 눈에 띄고 미리 커뮤니티에서 공지했었기에 금방 찾을 수 있었다.


“그나저나, 30분이나 일찍 왔는데 세상에”


북적거리는 사람들에 치여나가며 나아가면서 진짜 팬들을 얕보고 너무 낙관적으로 생각했던게 아닐까 한 생각이 들었다.


들키지 않도록 다시 고개를 파묻고, 줄에 서있는 사람들과 얼굴을 마주치지 않게 조심했다.

길고 긴 줄은 로비 전체를 둘러싸고 있었고, 그 줄에 서있는 사람들 한 명 한 명들 모두 나에게는 일종의 위험요소(?)였다


“계획했던 대로... 여기서 들키면 안 돼...”

나지막이 다짐하고 대관 총대 앞에 도착했다.


“티켓—발급해주세요”


목소리를 조용하게 깔고,적당히 호감가도록 가식적으로 소리를 냈다.


“아, 안녕하세요,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남자 친구가 대신 예약해주었는데, 이름은 원준이에요”


준비해두었던 대사를 말하며 지갑에 있던 예전 학생증을 보여주었다.


여친이라고 해도 신분증을 선뜻 건네주는 건 이상할 테니까, 일부러 학생증으로 가져왔다. 어떠냐 총대,나의 센스는!

총대는 힐긋 한번 나를 바라보더니 들고 있던 좌석 배치도를 다시 쳐다보고 말했다.


“아... 그렇군요, 좌석은 선착순으로 배정해드리고 있습니다. E열 중앙 한 좌석이 비어있는데 여기로 해드릴까요?”


“... A열로 해주세요 위치는 상관없어요”


다행히 의심하지 않고 시원하게 넘어갔다.


“A열은 오늘 영화 끝나고 바로 이벤트가 있어서 그거 볼 때 명당이라 중앙 자리가 없네요 여기 A12자리도 괜찮으신가요?”


그가 가리킨 곳은 양옆에 나있는 계단 바로 옆 좌석,

영화가 시작하고 좀 뒤에 몰래 들어갈 생각이라 눈치 보지 않고도 앉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네 좋아요...”


끝까지 의식적으로 성대를 누르면서 목소리를 깔아 엘사의 목소리가 나지 않도록 조심했다.


“여기 있습니다. 상영은 4시에 시작합니다 상영 중 촬영은 금지됩니다 주의해주세요”


“... 네”

조용히 대답하고 티켓을 받아냈다.


첫 관문 클리어, 좋은 시작에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티켓을 주머니에 넣은 뒤 이제 볼일도 없고 들킬 위험 가득한 로비를 빠져나왔다.

한산한 8층으로 향하는 에스컬레이터로 갔다.


“후... 하”

심적으로 압박되는 곳에 있던 탓 인지, 마스크 때문인지,숨이 답답했다. 나는 애써 심호흡을 하며 호흡을 골랐다.


‘좋아 다음은 화장실’


나는 상영관이 위치한 10층이 아니라 8층의 화장실로 들어갔다.

10층 화장실에서 나오다 대관 뛰는 사람과 마주쳐도 곤란해질 것 같고, 지금 시간에 8층에 끝나는 영화가 없는 걸 확인하고 왔기에 8층 화장실은 한산했다.


철컥, 칸막이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나서

롱 패딩과 마스크를 빼고 차근차근 입고 있던 옷을 접어 가방 속에 넣었다.


마지막으로 꺼내진 푸른빛 드레스, 실크 망토는 더러워질까 봐 놓고 왔지만 이 푸른빛으로 반짝이는 드레스는 망토가 없어서 약간 부족하더라도 결코 그 아름다움이 죽지 않았다.


오히려 망토에 살짝 가려지는 몸매가 더 돋보이는 느낌?


그나저나 디즈니가 눈꽃을 표현하기 위해 디자인 했는지 몰라도 드레스에는 충격에 약한 반짝이는 것들이 많아 보였다.


“조심... 조심…!”


물론 드레스의 내구도 테스트를 진행했었다.


깨어날 때부터 마법같이 입혀져 있던 드레스이어서 어느 정도 튼튼한 것은 확인되었지만 나는 눈물을 머금고 비단실 한 두 개 정도 칼로 건드려 보았고 쉽게 잘라져서 위험했다.


그때부터는 앞으로도 상하면 안 되는 아주, 아주 소중한 드레스이기에 살살 입었다.

그렇게 거의 한 10분에 걸쳐 착용 완료, 그 위에 패딩을 올려 입었다.


패딩 때문에 옷이 상할까 봐 걱정스러웠지만 이걸 가리지 않고는 입장조차 불가능하기에 꾹 참고 입었다.


마지막으로 손거울로 메이크업을 다시 확인했다. 이 모든 과정을 마치고 나서 핸드폰으로 시간을 보니 대관 상영이 예정된 시간보다 5분 정도가 지나있었다.

'좋아, 시간은 적당해'



엘사는 각오에 찬 표정으로 상영관으로 향했다.



ㅡㅡㅡㅡㅡㅡ



예원은 계원예고에 다니는 고1 여학생이다.

언제나 공연 준비, 노래, 연기, 학업까지 아주 바쁜 연극영화과로 학교를 다니고 있기 때문에 고등학교 첫 1년은 하루도 쉴 새 없이 지나간 느낌이었다.


최근 선배들의 뮤지컬 ‘유린타운’이 끝나면서 잠시 심적으로 여유가 생겼다. 물론 12월이 찾아왔기에 얼마 안 있으면 기말고사이지만. 오늘 저녁부터 또다시 공부하기로 하고, 예원은 이번 오후만큼은 최고로 즐기기 위해 마음을 다잡았다.


싱어롱이라, 처음 해보는 거라 설레고도 긴장되었지만

예원은 무대에 올라본 경험도 있었고 어렸을 때부터 덕심 충만하게 겨울왕국을 통째로 외워버리며 뮤지컬 지망생의 꿈을 키웠기 때문에 삽입된 노래들의 연습량과 모창 법은 아주 자신 있었다.


오늘은 예전부터 1편의 듀엣곡을 같이 맞춰보며 유튜브에도 같이 동영상을 올렸던 성악과 친구 하빈을 꼬셔서, 이곳 홍대 메가박스에 왔다.

오기 전에 코인 노래방에서 했던 연습도 완벽했기에 자신감이 충만한 예원은 친구 하빈과 함께 영화관 좌석에 앉았다.


“와, 관이 크네... 싱어롱 기대된다.”


“여기가 꽉 찬다고 했었지? 근데 남자들만 있을 줄 알았는데 여자들도 많이 왔더라?”


“그러게, 적었으면 듀엣곡에 한스 크리스토퍼만 있을 뻔했지”


“흐흫, 사람이 부족했어도 성량은 우리가 그냥 다 씹어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아 맞지 맞지, 솔직히 아까처럼 부르면 퇴장당하는 거 아니야? 킥킥”


오기 직전까지 근처 코인 노래방에서 폭발하는 가창력을 보여준 성악가, 뮤지컬 지망생이었기 때문에 지금의 충만한 자신감은 겨울왕국 성우가 와도 당당하게 부를 수 있을 정도였다.


입장하고 상영이 시작하기 전까지 둘이서 계속 떠들었다. 사랑은 열린 문 한스 파트는 누가 부를 거냐, 올라프 비명소리는 어떻게 내는 거였지? 하면서 싱어롱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는 두 고등학생


그런데 곧 상영이 시작될 텐데 예원은 자기 옆 자리가 비어있는 것이 매우 신경 쓰였다.


“야, 오늘 이거 상영관 가득 차는 거 맞았지? 옆자리 사람 안 오는데…”


“좀 늦나 보지, 거기도 노래 잘 부르는 사람 앉았으면 좋겠다. 방금 옆자리 남자 통화하는 거 들었는데 목소리 죽이더라~”


“좋겠네 좋겠어, 목소리 덕후 같으니라고”


그렇게 떠들다 보니 곧 대관 상영에 앞서 스크린 앞으로 크리스토프 코스프레를 한 대관 총대가 마이크를 들고 나왔다.


“아, 여러분!!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모두 싱어롱 준비되셨나요!!!”


““네~!””


“하하, 좋습니다. 사전에 공지했듯이, 나눔과 제스처 게임, 노래 대회는 2편 상영까지 끝난 뒤에 할 예정이니까 영화 끝난 다고 도망가시면 안 됩니다! 아시겠죠?”


“네에ㅡ!!”

“네엑!!”

나눔! 노래 대회! 기다렸던 그 말에 예원과 하빈도 소리를 질러댔다.


“그럼 바로 상영 시작하겠습니다~!”


굿즈 소식에 한껏 달아올라진 텐션에 총대는 씩 웃고 나서 맨 뒷 좌석으로 향했고

조명이 천천히 꺼지기 시작했다.


“야, 노래대회 대상은 우리 거다”

“인정 인정 1,2등 먹어 버리자구~”

넘치는 자신감으로 노래대회 제패를 꿈구는 둘,

곧 조명이 완전히 꺼졌다.


[Na! na na heya na, Hahi yaha naha~]


그리고 곧이어 멋들어진 디즈니 캐슬의 영상과 함께 들려오는 익숙한 그 노래 노르웨이 성가대의 vuelie

싱어롱 떼창으로 이만큼 쉽고 분위기를 무르익는 데는 둘도 없는 훌륭한 인트로 음악이었다.


옆 성악과 친구 특유의 깔끔한 고음 아래에 화음을 넣고 있는데 비어있던 옆자리로 드디어 사람이 들어왔다. 깨어진 감동에 마음이 불편해져 얼굴이라도 보려 옆을 흘겨봤는데, 패딩으로 머리까지 꽁꽁 싸매고 있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 내 옆자리는 꽝이네...’


옆자리 사람이 앉으면서 패딩이 좌석을 터질 듯이 눌러 예원의 자리까지 침범하는 걸 보고 기분이 좀 더 상했다.


‘쯧’


옆자리 사람은 어쨌든 기분이 나빴지만, 싱어롱을 즐기기 위해 신경을 꺼버렸다.

영화관에서 겨울왕국 1편을 보는 건 너무 오래 오래간만이라 금세 커다란 스크린에서 나오는 이야기에 몰입되었다.


어린 시절, 엘사의 실수로 능력에 머리를 맞아 백금발 새치가 나는 안나가 나왔고, 곧이어 엘사, 안나의 슬픈 과거가 압축적으로 담긴 두빌스(Do you wanna build a snowman?)가 흘러나왔다.


똑 또독 똑, 똑


“”두유 워너 빌더 스노우맨~~””


영화관 스피커 소리를 누르고 떼창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예원은 옆자리 패딩의 사람이 여자인지 남자인지도 확실하지 않아서 목소리를 듣기 위해 노래를 부르면서 살짝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옆자리에선 아무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세상에! 싱어롱, 그것도 ‘대관’ 싱어롱에 와서 노래를 부르지 않는 사람이라니. 예원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노래를 엄청나게 못 부르거나 다 못 외운 건가?’


그렇다면 오히려 노래 흐름을 방해하는 게 더 기분이 안 좋았을게 뻔했기 때문에 예원은 다시 신경을 꺼버리고, 스크린을 바라보며 이제 부모님을 잃고 문 앞에 주저앉아 울고 있는 안나의 모습을 보며 감성에 빠졌다.



우울하게 끝난 곡은 곧 밝고 희망 넘치는 안나의 곡으로 넘어갔다


[For the first time in forever~ I'll be dancing through the night~!]


“dancing through the night~!”


옆자리 하빈과 함께 안나의 밝은 목소리를 최대한 따라 하면서 크게 성량을 올렸다.

중간에 엘사의 듀엣 파트가 있는 FTFT이기 때문에 연습 때 맞춰둔 대로 엘사의 도입부가 나오기 전 예원은 잠시 노래를 멈추었다.


그리고 엘사의 목소리가 들어가는 순간,


[Don't let them in, don't let them see]

“Don't let them in, don't let them see..."


정말, 갑자기 뚜렷하게 들려오는 엘사의 목소리, 스피커의 소리와는 다르게 감정이 전해지는 것 같아 화들짝 놀랐다.

갑자기 들려온 압도적인 그 목소리에 충격받은 예원은 노래를 부르기 위해 벌렸던 입을 뻐끔거리며 그대로 옆자리로 고개를 돌렸다.


‘뭐지 방금? 스피커 소리랑 겹쳐서 들린 건가?’


분명 오른쪽 귀에서만 들렸는데 목소리까지 엘사와 겹쳤었다.


“Be the good girl you always have to be…”


중얼거리는 노래의 부분이었지만 뚜렷이 귀에 들려왔다.

목소리가... 목소리가 엘사의 목소리와 똑같았다. 아니... 영화 속 엘사보다도 강렬했다. 귀에 꽂히는 그 얇고 날카로운 목소리에는 진한 맛도 담겨있어 그 특별한 음색은 떼창의 수많은 잡음속에서 빛나고 있었다.


‘???’


당황스러움에 옆자리 친구를 바라보니 하빈도 들었는지 한창 부르고 있던 노래도 까맣게 잊고 고개를 돌리고 이쪽을 보고 있었고 곧, ‘뭐야?’라고 입모양으로 말했다.

예원이 거기에 대답할 새도 없이 바로 다음, 안 나와 엘사의 상반된 감정의 듀엣 파트가 다가왔다.


“But it's only for today…”

[ It's only for today~]


“It's agony to wait..”

[It's agony to wait~!]


매력적인 목소리가 점점 올라가고 있었다.

이미 두 명의 여학생들은 의자에서 튀어나올 듯 엉덩이를 빼고 고개를 돌려 옆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쌓여 가듯 끌어 올려지는 감정선은, 다음 순간 터져 나왔다.


“Tell the guards!!

to open up,

the gate~!”


그 목소리가 터지는 순간, 스크린에서 영화관 끝까지 공간 전체를 울렸다.

지금까지 뒤쪽에 있어서 듣지 못했던 사람들도 “ 뭐지?” 하면서 노래를 멈추고 A열 쪽을 바라보았다.

머릿속에 박혀 들어온 그 소리, 전해진 감정은 분명히 듣고도 의심될 정도로 강렬했다.


‘와…’


다른 사람들이 그 아름다운 목소리에 궁금증에 빠져있을 때 예원은 옆자리의 그녀가 gate~의 긴 음을 낼 때 새하얀 턱과 벌려진 붉은 입술을 보았다.

앞을 안 볼 생각인지 눈은 후드로 완전히 가려져 있어, 그녀의 턱과 입 그리고 흰 피부만이 보였지만 한눈에 봐도 서양인, 그것도 아주 미인임을 알 수 있었다.


예원은 정신 차리고 옆의 하빈에게 호들갑을 떨면서 속삭였다.


“옆자리, 방금 봤어 봤어! 백인이야 진짜 존—나 예뻐 세상에!”


“아니 아니, 그것보다 방금 그 목소리... 어떻게 소리를 낸 거지? 지금 여기 소름 돋은 거 보이냐? ”


하빈은 한쪽 팔을 들어 올리며 팔을 슥슥 문질렀다.


“오페라도 뮤지컬도 많이 봤지만, 발성하며 성량… 저 정도면 월클인데 대체 누구지?”


“얼굴 완전히 가리고 있어서 안 보이는데, 가린 거 보면 우리도 알만한 사람 아닌가?”


“그렇겠네!”


영화고 뭐고 다시 고개를 돌려서 불타는 눈빛으로 검은 패딩을 바라보는 예원과 하빈,

옆자리 사람은 노래가 끝나자마자 다시 미동도 하지 않고 가만히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었다.


“... 영화 끝나기 전에 알아내고야 만다.”


완전히 대화를 거부하는듯한 모습이었기에 예원은 어떻게든 중간에 말을 걸만한 타이밍이 없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런 예원을 보던 하빈은


“님 자리좀 바꿔주셈.”


“싫어”


“힝.”


그녀의 옆자리가 아니어서 슬펐다.





“Excuse me?”


“.....”


“저기요…?”


“.....”


역시 너무 눈에 띄었던 걸까


옆자리의 여고생 둘이 빤히 나를 쳐다보며 계속해서 말을 걸고 있었다.


노래가 끝나자마자 말을 걸어와 대화를 회피하기 위해 조용히 앞만 보고 있었지만, 끈질기게 나를 부르고 있었다. 원래는 렛 잇고만 부르고 서둘러 영화관에서 빠져나갈 작정이었지만 워낙 오래간만에 하는 싱어롱이기도 했고 잘 부르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대로 분위기 타고 ftft 엘사 파트를 부른 게 실수다.


‘나 말고 영화에 집중해줘 제발…’



이 가창력…


집에서 열심히 연습한 성과는 눈부셨다. 몸이 기억한 듯 엘사의 창법이 자연스럽게 나왔고, 영어 발음 또한 원어민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자연스러웠다.

물론 모르는 단어나 문장에서는 말할 수 없기 때문에 어려운 문장은 말하다가 툭툭 끊기지만, 영어만 거의 십 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배웠던 한국의 교육과정 덕분에 금방 실력이 늘었다.


정말 축복받은 능력이다.


영어 화화도 해결되었기에, 그동안의 ost를 복습하고 나니 (유튜브가 많은 도움이 되었다) 당당하게 겨울왕국 커버송을 올릴 수 있을 정도로 소리가 괜찮아졌다.


이렇게 노래를 할 때 음정과 발음이 해결되자, 한 단계 더 나아가 노래에서 흘러나오는 감정에 집중했고.

거기서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감정에 집중해 영화의 영상과 함께 곡의 첫마디를 입에 담은 순간부터 머릿속에서 감정의 이미지들이 떠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엘사의 감정들...’



기억이 아닌 감정들이었다. 영화의 특정 장면들에서 심장 안쪽에서부터 올라오는 그 느낌은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강렬한 감정의 잔재들이어서 처음 영화를 돌려보았을 때는 잠시도 진정할 수 없었다.


압도적인 그 감정에 취해 눈물을 줄줄 흘리고 울고, 다시 웃었을 때는 정말 미친 사람 같았지…


그런 성장통을 겪은 뒤 마음을 추스르고, 곡에 담긴 이야기와 감정을 담아 노래를 불렀을 때부터 그 노래는 영화의 엘사, 그러니까 엘사 성우, 이디나 멘젤의 노래보다도 차원이 다른 감동과 전달력이 느껴졌다.


일주일 만에 이뤄진 말도 안 되는 실력의 향상은 눈부셨고, 덕분에 영화관의 관심은 한순간 내게로 집중되었었다.


옆에서 재잘대는 여자애들 말고도 방금은 대관 총대가 무슨 신고라도 받았는지 잠깐 A열을 기웃거리고 돌아가기도 했다.


어차피 곧 시작하는 ‘사랑은 열린 문’ 다음 렛 잇고 가 나오면 바로 라이브 때리고 도망갈 생각 이기 때문에 애써 무시했다.


곧이어 안 나와 한스가 테라스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에서 ‘Love is an open door’가 시작되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사랑은 열린, 문↗!”

“오↗오↘오→”

“사랑은 열린, 문!”

“, 오↗↗오↘오→”


내 얼굴을 어떻게든 보려고 내 쪽으로 몸을 돌리고 미친듯한 텐션으로 듀엣곡을 부르는 여고생 2인 파티


‘얘들아…’


한 명은 손동작으로 진짜 뮤지컬 하는 듯한 쇼맨십을 보여주었는데 어떻게든 내 고개를 돌리려고 하는 의지가 느껴졌다.

이 정도로 열정적인 친구들이 옆자리가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어쩔 수 없지… 그래, 이참에 촬영이나 시키자’


오늘 대관 깜짝 이벤트를 촬영해서 유튜브에 올리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지금 가방 속 에는 촬영을 위한 비디오 카메라와 클립형 미니 마이크가 자리하고 있었다. 역시 카메라는 각도도 그렇고 누군가 들고 찍어주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았다.


그렇게 마음먹고, 이젠 아주 노래를 부르며 내 쪽으로 양손으로 하트를 그리고 있는 옆자리 여고생에게 속삭였다.


“아가씨, 이름이 뭐예요?”


“네, 넷? 최예원이라고 합니다, 드디어!!! 어? 근데 한국말 잘하시네요?!”


당황해서 목소리가 왔다 갔다 한다.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텐션만으로도 엄청난 덕력을 가지고 있는 게 느껴졌다.


“물론이죠, 친구한테 전해주실래요? 얼굴 보여줄 테니까 너무 놀라도 절대, 소리 지르지 말라고”


“놀라서 소리요?! 아, 알겠어요!”


‘야야야야! 얼굴 보여준대! 근데 보고 나서 소리 지르지 마래.’


‘진짜?! 대체 누구길래? 알겠어 입 꼭 막고 있을게’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더니 다시 고개를 휙 돌린 예원은 한쪽 손으로 입을 꼭 틀어막더니 고개를 끄덕거렸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웃음이 새어 나와 입술에 살포시 미소가 내려앉았다.


나는 그대로 후드를 벗었다.

후드 속에 숨겨 놓았던 땋은 머리카락을 오른쪽 어깨 앞으로 넘겨 내리며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안녕?”


머엉


소리 지르지 말라고 꾹 다물고 있던 입이 벌어지고 눈이 동그랗게 확장되었다.

그대로 정신이 가출한 두 여고생이었다.

둘 다 온몸이 얼어버린 듯 할 말도 잊고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1초 2초 3초, 미동도 없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후후, 조용하게 웃었다.

훌륭한 리액션, 맛있게 받았습니다.


‘좋다 좋아~’


잠깐 정신이 나간 애들을 바라보다, 앞머리가 내려와 있는 게 걸리적거렸다. 후드에 눌려 앞머리의 볼륨이 죽어서 그런 건지, 대충 손으로 빗질하듯 머리를 만졌다.


“에, 엘사님???”

“와... 세상에,진짜 엘사...”


내가 움직이니 드디어 언어를 되찾은 예원과 친구

걱정했던 비명도 잊을 정도로 놀랐는지 감탄사 한 마디 내뱉고는 또 멈추고 멍하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재미있었지만, 시간이 얼마 없었기에 정신을 차리도록 도와주기 위해 말을 걸었다.


“거기 친구는 이름이 뭐예요?”


“하, 하빈이라고 합니다... 진짜 엘사세요?”


“그건 상상에 맡길게요 후훗,

나는 그냥 엘사와 닮은 사람일 수도 있고...

혹시나 진짜 아렌델에서 왔을 수도 있겠죠?”


“네…! 물론이죠 여왕님!”


이미 그들의 마음속에는 정답이 확정된 느낌이다.

아주 순수한 친구들이라 마음에 들었다.


“자, 그럼 사진 찍어줄까요? selfie?”


“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악!”


핸드폰을 내밀면서 초롱초롱하게 나를 바라보는 두 명의 열렬한 신도에게 웃어주고 한쪽의 핸드폰을 받아 카메라를 켰다. 광원이 스크린에 반사되는 빛이 전부여서 어두웠지만, 각도를 잘 정해서 촬영했다.


패딩도 어느 정도 벗어놨기에 푸른 드레스가 보이고 싱긋 웃는 엘사와 흥분으로 얼굴 표정을 주체 못 하는 고등학생 두 명, 그렇게 사진을 몇 개 찍어준 뒤 핸드폰을 건네며 말했다.


“sns에 올리는 건 영화 끝나고 해 줘요, 나갈 때 사람들 몰려들면 많이 힘들거든요.”


“물론이죠 엘사님!”


“그리고.. 저 도와주실 수 있나요? 렛 잇고 때 스크린 앞에서 노래 부르려는데 촬영을 해야 하거든요.”


“물론이죠 엘사님!”


“하빈이는 이 조명 좀…”


““물론이죠 엘사님!””


똑같이 내뱉는 대답을 듣고 올라프의 “yeah! why?” 를 사용한 드립인가 싶었지만, 두 명의 초롱 거리는 눈빛을 보니 그냥 매료되어 정신이 반쯤 나간 것 같았다.


뭐... 어... 얼굴을 보여주기까지 빌드업이 잘 쌓여서 충격적이긴 했겠다.


생각 외로 카메라 각도와 조명까지, 촬영의 힘든 부분도 잘 해결되었기에 아주 편해졌다.

곧 스크린 속의 엘사가 실수로 능력을 써버리고 협곡의 물 위를 달려가는 장면이 나왔다


““와우…””


옆에서는 또다시 넋 나간채 스크린 속 엘사와 나를 번갈아 보고 감탄사를 내뱉는 예원과 하빈이었다


‘귀엽다 귀여워~’


가슴을 채우는 만족스러움이, 벌써 오늘 목표의 반은 채운 느낌이 들었다.



추천 비추천

7

고정닉 4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경제관념 부족해서 돈 막 쓸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5/13 - -
공지 겨울왕국 갤러리 이용 안내 [200185/10] 운영자 14.01.17 128879699 3817
5489257 바로주문했네;; [2] 아렌델시민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52 45 0
5489256 엘시이이이이 [1] 아렌델시민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22 18 2
5489255 에루시ㅋㅋㅋㅋㅋㅋ [1] 프로즌3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22 14 1
5489254 엘-시 [1] ㅇㅇ(118.235) 00:22 14 1
5489253 나루토 이제야 다봄 [3] 아렌델시민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19 24 0
5489252 이제 집구석 도착 [1] ㅇㅇ(118.235) 05.16 18 0
5489251 졌홍ㅋㅋ ㅇㅇ(221.152) 05.16 15 0
5489250 속보) 직구금지 신경안써도 되는 이유 [4] 쥬디홉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6 68 0
5489249 앰흑 고홈 석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6 14 0
5489248 이제 피규어 더이상 구매못함? [2] 듀라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6 40 0
5489247 정신병경기 ㅅㅂ [1] 석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6 18 0
5489246 이겼삼 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 *JungNu*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6 12 0
5489245 얼음성 이쁘다 [1] 아렌델시민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6 26 0
5489244 코구 입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JungNu*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6 16 0
5489243 엘-시 ㅇㅇ(118.235) 05.16 20 0
5489242 엘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시 프로즌3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6 16 1
5489241 주식하니깐 일 왜함 소리 절로 나오네 [15] 렛잇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6 83 0
5489240 겨왕3 언제 [3] 겨갤러(211.234) 05.16 58 0
5489239 빠떼루 아저씨 별세 [2] ㅇㅇ(118.235) 05.16 63 0
5489238 엘-시 [1] ㅇㅇ(183.107) 05.16 29 1
5489237 엘시이이이이 [1] 아렌델시민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6 29 2
5489236 ㅅㄲㅅ가 먼 뜻임? [2] 유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5 66 0
5489235 알리 처음 써봤는데 가격 무쳤음 [4] 석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5 65 0
5489234 쇼생크탈출 너모 재밌다 [3] Frozen3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5 48 0
5489233 바람소리 엄청나네 [3] 아렌델시민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5 46 0
5489232 선업튀 잼네요..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5 54 0
5489231 진짜 안나 딸깍은 폼 떡락했네 [3] ㅇㅇ(222.107) 05.15 84 1
5489230 안-시 안-시 안-시 안-시 안-시 안-시 안-시 안-시 안-시 안-시 [1] ㅇㅇ(183.107) 05.15 31 0
5489229 코구 퇴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 *JungNu*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5 32 0
5489228 코구 입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 *JungNu*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5 37 0
5489227 프린이 휴일 점심 [1] ㅇㅇ(118.235) 05.15 37 0
5489226 휫짜 먹는중 [3] Frozen3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5 48 0
5489224 늦잠 잤더니 졸라 개운하네 [1] ㅇㅇ(183.107) 05.15 35 0
5489223 캬 오랜만에 들으니까 좋다 [3] 프로프갤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5 41 0
5489222 역시 외모가 먼저야 [2] ㅇㅇ(223.62) 05.15 54 0
5489221 잘 자시오 [2] ㅇㅇ(183.107) 05.15 42 0
5489220 좋은 밤 되쇼 [1] 울라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5 53 0
5489219 엘-시 ㅇㅇ(183.107) 05.15 32 1
5489218 엘시이이이이이이 [1] 아렌델시민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5 40 2
5489217 이제 집구석 도착 [1] ㅇㅇ(118.235) 05.14 47 0
5489216 졌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JungNu*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4 33 0
5489215 통구이 멸망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JungNu*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4 32 0
5489214 날씨가 좋네요 [1] hom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4 51 0
5489213 휴일 전날이라고 다들 일찍 집에 가네 [1] ㅇㅇ(118.235) 05.14 53 0
5489212 093ㅋㅋㅋㅋㅋㅋ ㅇㅇ(221.152) 05.14 31 0
5489211 뭉티기 입개르ㅋㅋㅋㅋㅋㅋㅋ ㅇㅇ(221.152) 05.14 40 0
5489210 코구 입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JungNu*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4 34 0
5489209 안-시 ㅇㅇ(118.235) 05.14 32 0
5489208 안시이이이 아렌델시민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4 34 1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