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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갤문학] 20600

엘사v안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2.21 16:58:00
조회 774 추천 60 댓글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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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Elsa, the Snow Queen

20600 계획 협력 요청서

지원자 요청

필요 인원
약 100명
신체 건강하고 장시간 노동에 적합한 자.

소요 기간
약 3개월 이상

사업 내용
기밀사항

100명 이상 지원 시 즉시 연락 바람.

*해당 기간 '기억의 강' 운영 잠정 중단

To Anna, Queen of Arendelle


"이거 한 번 읽어보고 언니가 미쳤는지 판단 좀 해줄래요?"

집무실 책상에 앉아 편지를 한참 들여다보던 안나 여왕이 카이에게 말했다.

요즘 들어 편지도 뜸해지고 저번 주 금요일에 성을 방문했을 때도 세상에서 가장 바쁜 것 마냥 안절부절못한다고 했지. 아렌델을 얼리고, 정령을 깨우고 또 뭐가 남은 걸까? 더군다나 이렇게 딱딱한 문체라니. 그리고 기억의 강 잠정 중단? 분명 아토할란의 기억을 이용해서 사람들의 의뢰를 들어주는 그거였지? 언니가 가장 크게 하는 사업이었는데 그걸 중단할 정도라면?

"엘사 선왕께서는 즉위하실 때부터 문제가..."

반사적으로 돌아가는 안나의 눈길덕에 카이는 잠시 헛기침을 하고는 단어를 정정했다.

"즉위하실 때부터 작은 해프닝은 있었지만 그 누구보다 생각이 깊던 분이었습니다. 기밀 사항이라는 것도 그렇고, 뭔가 생각이 있으시겠지요."

"그렇다는 것은?"

"분명한 것은 3개월 뒤에 뭔가 놀라운 일이 있으리라는 것만 말씀드리겠습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요 카이. 하지만 대뜸 이런 편지를 보낸 건 정말 용서할 수가 없네요. 그렇다면 이쪽도 가만히 있을 수가 없죠."

안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원하는 대로 해주도록 해요. 단, 지원자 중에 눈치 빠른 사람을 한 명 나한테 보내도록 해요. 뭘 하는지 낱낱이 캐내도록 할 테니까."

.
.
.

엘사는 안나를 잘 알고 있었다. 그 곁에 있는 카이도. 별다른 고민도 없이 이 일을 허락해준 데에는 틀림없이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었다.

엘사는 어둠의 바다 해안가에 모인 100명의 사람들 하나하나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한 번 웃어보았다.

"여러분 중에 스파이가 있다는 걸 알고 있어요. 하지만 뭐. 상관없어요. 3개월 뒤면 알게 되는 일일 텐데, 미리 알아둬서 나쁠건 없죠. 마음대로 절 관찰하고 여기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고하도록 하세요. 여왕의 명령은 지켜야 하니까요."

엘사의 선언에 사람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와중에 한 명의 사나이는 마음이 편치 못했다. 이렇게 대놓고 말을 하다니. 하지만 중간에 끼인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엘사 선왕의 말대로, 여왕의 명령이었으니까.

.
.
.

첫날

별다른 정보 없음.

엘사 선왕께서는 무엇을 하는지도 모른 채 여기에 지원한 우리에게 감사하다고 함.

숙소는 어둠의 바다 해변과 가까운 마법의 숲. 언제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정확히 100명 분의 숙소가 마련되어 있음.

순록 고기로 바비큐 파티.

내일부터는 작업에 필요한 훈련을 할 것이라고 함.


둘째 날

얼어붙은 어둠의 바다를 지나 아토할란에 입성함.

기억의 돔에 도착.

아토할란 정비 사업을 벌인다고 함.

현재의 아토할란은 최 심층부에 도달할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음.

엘사 선왕께서는 이 최 심층부의 진실을 누구나 볼 수 있는 곳으로 만든다고 함.



셋째 날

본격적으로 작업이 진행됨.

기억의 돔과 마법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최 심층부를 밝히기 위한 조명 작업이 먼저 시작됨.

이 작업만 해도 꽤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함.

2차 작업이 진행되기까지 활동 잠정 중단을 요청함.

의심받을 위험이 있음.

.
.
.

어둠의 바다 수심 300m 지역.

어둠의 바다 해안가에서 이어진 거대한 빙벽은 바닷속으로 점점 들어가고 있었다. 마치 모세가 바다를 가르듯, 두 거대한 벽 사이로 바닷물은 더는 들어오지 못하였다. 작업은 빙벽 넘어 바닷물 속에서 진행되었다. 100명의 인원은 녹크와 게일이 만들어준 공기방울에 감싸져서 해저를 수색하고 있었다.

한 사나이가 산소 농도가 탁해진 듯, 빙벽의 문을 열고 빙벽 사이, 물이 없는 공간으로 들어왔다. 지고 있는 가방에는 사람의 뼈 몇 개가 가득 담겨 있었다.

"선왕님."

사나이의 앞에 엘사가 기다리고 있었기에 그는 예를 갖춰 고개를 숙였다. 엘사는 쿡쿡 웃으며 사나이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야코브, 어때요? 스파이 활동은 잘 돼 가나요?"

"예? 아니 전 스파이가..."

야코브는 당황했지만 이내 정신을 차렸다. 여왕의 직속명령을 들킨다면...

"무슨 말씀을 하시는 지 모르겠네요."

엘사는 그에게 편지를 몇 개 보여주었다. 아토할란 정비 사업이 아닌 진짜 20600 계획이 무엇인지 보고한 그 편지였다.

"낮에도 일하고 밤에 이런 걸 쓰느라 고생이 많아서, 이제 굳이 쓸 필요가 없다는 걸 알려주려고 한 거예요. 안나 여왕에게는 내가 쓴 편지가 도착했을 거니까요. 내용도 그럴듯하지 않나요? 아토할란 정비 사업이라니. 이 일이 끝나면 진짜로 한 번 해볼까 생각도 드네요."

패닉에 빠진 야코브는 더 이상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빙벽에 등을 대고 쭈욱 미끄러지며 털썩 앉아버렸다. 엘사는 울상이 된 그에게 말했다.

"괜찮아요. 안나 여왕에게는 내가 잘 말해놓을 테니. 게일을 이용해서 이 편지를 보낸다? 발상은 좋았지만 게일이 누구 편인지 까맣게 잊고 있다니. 안나는 한 번씩 그런다니까요."

엘사는 호흡이 가빠져 오는 그의 옆에 차분히 앉았다. 300m 높이의 빙벽, 그리고 바로 앞에 또 다른 같은 높이의 빙벽. 그리고 평소에는 도달할 리 없는 심해저의 햇볕의 반사되는 빛. 그리고 눈의 여왕. 아무 말 없는 엘사의 신비로운 느낌이 그의 심신을 점차로 안정시켜 주었다. 그가 진정된 듯 하자 엘사가 입을 열었다.

"이 사업이 기밀인 데에는 다 이유가 있죠. 예전에 아나스타샤라는 이름의 한 소녀를 데리고 아토할란에 방문한 적이 있어요. 그 아이의 아버지는 나의 마법의 근원을 찾기 위해 우리 부모님의 배에 탔던 사람 중 한 명이었어요."

엘사는 여기까지 말하고 빙벽의 끝을 올려다보았다. 꽤 추운 이곳에 아주 좁은 그 틈새로 쏟아져 내리는 햇빛이 따스했다.

"난 참 못난 여왕이었어요. 그 아이가 그 사실을 상기시켜줄 때까지 까맣게 잊고 있었으니까요. 그 사람들도 어떻게 보면 내 마법의 비밀을 찾아 떠났다가 희생된 사람들이었는데. 그런 사람들이 우리 부모님을 포함해 꼭 100명이었죠."

엘사는 빙벽의 끝으로 손가락을 가져갔다.

"저기 보여요? 우린 저기로부터 300m 밑에 있어요. 모두 목숨을 걸고 작업을 하는 거죠. 미리 말을 안 해줘서 미안하지만. 이 작업환경을 미리 말했더라면 아렌델 국민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거예요. 선왕의 권한을 잠깐 이용했지만 모두들 긍정적으로 도와줘서 참 고마워요."

엘사는 이제 살짝 일어섰다.

"그 탐색기는 어때요? 잘 작동하나요?"

야코브는 이제 완전히 안정된 상태로 자신의 탐색기를 꺼내보았다. 아토할란에 저장된 모든 기억을 담아 어둠의 바다 어딘가에 흩어져 있는 한 사람의 206개 뼈를 찾아내는 엘사의 발명품.

야코브 또한 빙벽을 짚고 일어섰다.

"그럼요. 3개월 뒤에 아렌델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벌써 기대가 되네요."

엘사는 살짝 미소지었다. 안나만이 곁에서 지켰던 비석뿐인 부모님의 무덤을 생각하면서.

이제 그곳에 진짜 부모님을 모실 수 있게 된 것이다. 다른 100명의 사람들도 함께.





위의 내용과 묘하게 이어지는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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