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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장편/일상]1.5: 아렌델 생활기(2). 내란미수(?)

프소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3.17 22:41:47
조회 228 추천 16 댓글 19

통합링크: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frozen&no=3942362


안나는 지친 몸을 질질 끌며 자신의 안방으로 향하고 있었다. 원래는 코로나, 서던, 아렌델이 맺었던 무역 조약을 갱신하려던 것이 다른 주변국들도 이 때다 싶어 참여하고 싶다고 아우성을 치는 바람에 생각보다 거대한 무역 벨트가 탄생될 예정이었다. 물론 이렇게 되면 무역이 주력인 아렌델 입장에서는 정말로 좋은 일이지만, 일이 덕분에 갑자기 늘어나는 통에 안나의 눈 밑의 화장은 점점 더 진해져만 갔다. 

지금도 도서관에서 서류 초안을 겨우 마치고 나온 그녀는 크리스토프의 허그가 절실히 필요한 터였다. 


‘아…정말 죽겠다….지금 크리스토프도 깨어 있으니까 같이 다과 먹으면서 조금 수다나 떨자고 얘기 해볼까?’ 


“프슷” 


안나는 예전에 자신이 대관식에 가기 전에 초콜릿을 먹던 탁자를 지나가고 있었다. 이제 거기에는 초콜릿들이 아닌 타국 대사들이 줬던 작은 조각상이나 명패들이 있었지만, 맨 끝에는 자신이 지나가면서 주전부리를 집어먹으려고 갖다 놓은 접시가 있었다. 오늘만 하더라도 그건 비어있었는데, 어느샌가 그 위에 말랑해 보이는 흰색 덩어리들이 쌓여져 있었다. 원래의 그녀였다면 한 번쯤은 보고 궁금해 했겠지만, 그녀의 현재 피로도는 그걸 지나치기에 충분했다. 


“프슷” 


안나는 아까부터 나는 이상한 소리에 한 쪽 귀를 조금 세게 후벼 팠다. 


“아, 뭐야, 정말...” 

“우리는 위대한 대쟝의 부하고 이 성을 점령하러 왔다!” 


안나는 그 말대답에 화들짝 놀랬다. 그녀는 주변을 급하게 둘러봤지만, 거기에는 복도 맨 끝의 가족 초상화와 갑옷 장식들을 빼고는 그 어떤 초상화나 인물상이 없었다. 


‘설마 엘사 언니가 들었다는 목소리가 이런 종류였나?’


안나는 재빨리 전시되어있던 갑옷의 칼을 칼집에서 뽑아 휘두르며 위협을 하기 시작했다. 왠지 모르게 그녀의 등에는 땀이 맺히는 듯 했다. 

그녀는 심지어 자신이 언니처럼 정령이 되려는 지에 대한 생각까지 도달하게 되었다. 


“그렇게 대단하신 분들이라면 빨리 정체를 드러내라!” 

“네 앞에 있다!” 


그녀는 바로 칼 끝을 앞으로 겨눴지만,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이제 안나는 땀이 아닌 소름이 돋으려 했지만, 말소리는 계속 들려왔다. 


“거기 말고 이 밑이다, 이 바보야!” 


안나는 시선을 밑으로 내렸다. 거기에는 접시 밖에 없었는데 그제서야 그녀의 눈에도 흰색 덩어리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 때, 갑자기 두 세 개가 동시에 생겨났고, 안나는 화들짝 놀라며 그대로 접시를 내리치려 했다. 


"히이이이잌!!! 우리한테 이런 짓을 하면 우리 엘사 대쟝님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잠깐, 뭐?”


*    *    *


안나가 저녁에 급하게 불러서 오게 된 엘사랑 진우 일행은 식당에서 야식을 먹고 있었다. 거의 한 두 달 만에 온 것이기에 진우는 오랜만에 만나는 아렌델 최고급 커피를 즐기려 했지만, 지금 엘사의 모습에 조금 당황 해 홀짝이기만 했다. 아마 다행이라면 시종들이 주변에 없다는 것이었다.

엘사는 평소의 양보다 서 너 배는 많은 음식을 가져달라고 한 뒤 그걸 거의 흡입하다시피 먹고 있었다. 이미 양 볼은 빵빵하다 못해 터질 듯 했으며, 그녀의 본능적인 예의에 대한 강박만 아니었어도 이미 입에서 음식이 흘러넘쳐도 이상하지 않았을 만한 속도와 양이었다. 

물론 엘사가 거의 이틀 동안 아토할란에서 조정을 하며 아무것도 먹지 못해서 이해는 했지만, 그래도 그녀가 혹시 체 할 까봐 불안해지는 그였다.  


“조금 천천히 먹어도 되오. 주변에 가져갈 사람 하나 없소이다.” 


줄어들지 않는 볼로 고개를 끄덕이기는 했지만, 먹는 속도는 달라지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엘사는 다 먹고 깊게 숨을 푹 쉰 뒤 다시 디저트를 먹었는데, 갑자기 딸꾹질이 시작되었다. 


“딸꾹!” 


입을 쥐고 참으려 했지만, 딸꾹질은 그런다고 해서 막아지는 게 아니었기에 이어졌다. 

그리고 진우는 답답하다는 듯이 핀잔을 주기 시작했다. 


“딸꾹! 딸꾹! 딸꾹! 딸꾹!”

“거 보시오! 그렇게 급하게 먹으니 딸꾹질을 하는 거 아니오!" 


진우는 자신이 아는 방법을 생각해 내며 엘사에게 해보라고 권유해지만, 소용이 없는 듯 그녀의 딸꾹질은 더 빨라져 갔다. 

하지만 이들도 그녀의 허기짐의 나비효과가 다른 복도에서 일어나고 있는지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    *    *


“…” 

“와!!! 적이 더 큰 적을 불렀다!!! 전원 공격!!!” 


도대체 무슨 반응을 해야할지 크리스토프는 헷갈리기 시작했다. 분명히 그의 귀에도 이 환청이 또렷하게 들리기는 했다. 

하지만 얼굴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는 흰색 덩어리들이 이런 소리를 한다는 안나의 황당무계한 말을 그는 보고 있으면서도 믿기가 어려웠다. 

만약에 이 덩어리들이 조금씩 위아래로 움직이는 게 보이지 않았다면, 안나는 크리스토프를 설득하는데 훨씬 많은 시간이 들었을 것이다. 


“뭘 봐 이 새꺄?” 


그것의 갑작스러운 도발은 그가 하나를 들어 보기에 충분했고, 밑에서 늘어나는 나머지 덩어리들도 화난듯이 소리를 빽빽 지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크리스토프는 그러거나 말거나 하나를 반으로 찢어 봤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 두고보자!!!!!”

“소대쟝니이이이임!!!!!” 


부드럽게 찢겨진 그것의 안에는 놀랍게도 커스터드 크림이 가득했고, 그는 반쪽을 씹으며 안나에게 나머지를 넘겨줬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은 갓 발견한 동물 시체라도 보는 듯 했고, 크리스토프에게 받아도 바로 먹지 않은 채 손바닥에 올려져 있는그걸 바라만 보고 있었다.  


“뭔가 쫄깃쫄깃 한 게 맛있다.”

“정말로?”

"응! 뭔가 빵 같은 식감인데 그것보다 훨씬 질감이 좋아."  


결국 안나도 약간 불쾌한 얼굴로 한입 베어물었다. 계속 씹어도 쫄깃한 겉표면에, 적당히 달콤하면서 부드러운 커스터드 크림을 만나니, 디저트를 좋아하는 안나로서는 감탄을 하지 않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덕분에 저 덩어리들이 했던 주장도 그녀의 머리 바깥으로 튕겨 나가버린건 덤이었다. 출출하기도 했던 둘은 접시를 바라보며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좀 더 먹어볼까?"


안나가 말하기도 전에 이미 크리스토프는 하나를 들고 있었고, 그 특유의 사람 좋은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안타깝게도 그들의 야식에 대한 기대감은 그것들의 수가 폭증하며 그들을 덮어버리는 바람에 멈추고 말았다. 


"?" 

"어? 어? 꺄아아아아악!!


*    *    *


엘사 일행은 안나를 만나러 식당에서 나왔다. 진우는 엘사의 등을 두들겨 주고 있었고, 엘사는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딸꾹질을 줄일려고 했다. 그 때, 안나와 크리스토프의 비명이 들리자 둘은 커피고 나발이고 소리가 나는 곳으로 뛰어갔다.

엘사의 두 손에서는 빛이 나고 있었고, 진우는 활 시위를 당기고 있었는데, 그제서야 자신들의 앞에 일어난 참사(?)를 목격할 수 있었다. 

안나와 크리스토프는 덩어리들 사이에 껴서 옴짝달싹 못하고 있었고 근처에 둘도 드디어 이상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대쟝! 우리가 이 적들을 잡아버렸어!” 

“우리가 해냈다고!”


안나는 반가움과 분노가 동시에 섞인 목소리로 엘사에게 소리쳤다.  


“언니! 도대체 뭘 했길래 이 이상한 덩어리들이 이렇게 많이 생긴거야?!” 


당연하지만 엘사는 알리가 없었고, 진우는 옆에 있던 덩어리 하나를 집어들어 만져봤다.

분명히 익숙한 촉감이기는 했지만, 도대체 이게 왜 아렌델에 있는지는 의문이 드는 그였다.  

진우는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다 한 입 베어물었고, 곧바로 감탄하는 표정으로 다시 자신이 먹은 덩어리를 바라봤다.  


“아아아아아악!!!! 부대쟝이 부하를 집어먹고 있어!!!!” 

"안 돼애애애애애!!! 우리를 배신하다니!!!" 


그러거나 말거나 진우는 엘사를 보며 말했다. 


“이거 찹쌀떡 아냐?”

“찹쌀떡?” 

“어. 그런데 이게 왜..?”


대답은 엘사의 딸꾹질과 동시에 접시에서 굴러 나오는 찹쌀떡들로 알 수 있었다. 

엘사를 제외한 나머지는 도끼눈으로 엘사를 바라봤고, 엘사는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양 손을 크게 내저었다. 


“나…나도 몰랐어.” 

“그런 거 같기는 한데, 이제는 하다하다 딸꾹질로 이상한 찹쌀떡이 만들어 질줄은 몰랐는데..” 

“무슨 이상한 놈들이야! 우리는 당당한 엘사 대쟝의 부하인데 부대쟝 너는 그런 대쟝을 배신하다니!!! 어서 사약을 받아라!!”

'!? 도대체 사약은 어떻게 알고 있는거야?' 


도저히 안되겠다는 듯 뒷머리를 벅벅 긁던 진우는 설전을 벌이고 있는 셋을 내버려 두고 복도의 한 번에 불을 껐다. 

다들 주변을 보다가 갑자기 엘사 앞에서 불이 켜지더니 무섭게 생긴 수정가면이 나타났고, 엘사는 너무나도 놀래 거의 얼음을 쏠 뻔했다. 

다행히, 불은 바로 다시 돌아왔고, 그 앞에는 가면을 쓴 진우가 있었다. 엘사가 식식거리며 화를 내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도대체 왜 그랬어?!!” 

“미안, 네 딸꾹질을 멈추려고 한 거야. 안 그랬으면 저 떡들이 온 성 안에 굴러다닐테니.”


확실히 그 이후로 엘사의 딸꾹질도 멈췄고, 접시에서는 더 이상 나오는 것도 없었다. 

겨우겨우 안나와 크리스토프를 뽑아준(?) 그들은 복도 한가운데에 쌓인 떡들을 보며 고민에 잠겼다. 

그들의 고민에 빠진 표정에 떡들은 자신들의 승리를 확신하는 듯 했다. 


“이걸 이제 어떻게 하지?” 


*    *    *


진우는 북쪽 얼음성 문을 두드렸다. 거기서는 마시멜로가 나왔는데 마시멜로는 무언가 데쟈뷰를 느껴 밑을 바라보자, 거기에는 진우가 손을 흔들다가 옆으로 빠져 달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러고나서 초대형 수레를 들이 부었는데, 거기에는 찹쌀떡들이 쏟아져 나왔다. 


“와아아아아아아 여기가 우리의 아지트인가?”

“좋았어!!..어? 잠깐만?” 


그들의 말은 입맛을 다시던 스노기들이 떡을 먹어대는 통에 본의 아닌 학살극이 시작되었고, 마시멜로는 이 처참하지만 이상하리만큼 처참하지 않는 풍경을 보다 진우를 바라 봤다. 그것의 초점없는 눈에서도 설명을 바라는 눈치가 가득했다. 


“묻지마..”


=====================

1

막쓰니까 좋구만!!!

다음화는 본편과 관련된 스포일러 덩어리니 보고 오시는 걸 추천드려요! 


잘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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